“나도 그 시간, 거기 있었을지도…”[신문 1면 사진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7월 1일
화성 리튬전지 생산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희생자 유가족들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이날 손글씨로 쓴 피켓을 들었습니다. 중국인 희생자 유족 몇몇은 한글보다 익숙한 한자 구호를 써넣었습니다. 글의 내용보다 유가족의 표정이 더 구체적인 슬픔을 드러내고 있는 사진입니다. 이번 화성 화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습니다. 이들은 대피로 등과 같은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탓에 화재 발생 당시 대피가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7월 2일
또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밤 9시 30분쯤 서울 시청역 부근에서 역주행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를 덮쳐 9명이 사망했습니다. 사고 현장에 달려가 사진취재를 했지만, 지면 마감시간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1면에 실어야 할 사진을 싣지 못해 종이신문으로 뉴스를 읽는 독자분들께 사진을 담당하는 부서장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날 1면 사진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현안 질의를 듣는 대통령실 ‘3실장’ 사진입니다.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등에 대한 집요한 질의에 실장님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22대 첫 국회 운영위는 아니나 다를까 고성과 삿대질이 난무했습니다.
■7월 3일
출근해 전날 시청역 부근에서 발생한 차량 돌진 사고 현장부터 챙겼습니다. 사고 현장의 사진을 지면에 싣지 못한 걸 후회하고 또 후회했습니다. 이날은 아침부터 굵은 장맛비가 내렸습니다. 빗속에서 국화꽃을 놓기도 하고 묵념을 올리기도 하는 등 사고 현장에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습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사고 지점은 가끔 동료들과 어울려 술 한잔하며 오가는 곳이었습니다. ‘나도 그 시간, 거기 있었을지도…’라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아리셀 참사 후 열흘이 채 되지 않아 다시 ‘시청역 참사’라는 단어를 쓰게 됐습니다.
■7월 4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주도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습니다. 이에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해 22대 국회 첫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돌입했지요. 이날 예정됐던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은 무산됐습니다. 1면 사진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신나간 여당” 발언에 대한 국민의힘의 사과 요구에 추경호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의장석으로 불러 이견을 조율하는 모습입니다. 22대 국회에서 숱하게 볼 장면입니다. 세 정치인의 머리 위에 걸린 대형 ‘국회 마크’의 무게가 육중해 보입니다.
■7월 5일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재석 190인 중 찬성 189표, 반대 1표로 가결됐지요. 국민의힘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지고, 김재섭 의원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 처리된 1호 법안입니다.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를 하며 법안 처리 저지를 시도했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결했습니다. 여야의 대치로 5일 예정됐던 22대 국회 개원식은 연기됐습니다. 헌정사상 처음이랍니다. 1면 사진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종결 표결을 진행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장석으로 몰려가 “물러나라”며 구호를 외치는 모습입니다.
지난 한 주 1면 사진만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면 정말이지 암울하기 그지없습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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