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달군 '김건희 목격담'…여의도식 정치 말 나온 이유 [정치 인사이드]

홍민성 2024. 7. 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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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역 추모 공간 홀로 찾은 김건희 여사
시민 카메라 찍혀 온라인서 뜨거운 관심
단독 행보 시동 건 김 여사의 '목격담 정치'
지난 3일 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건희 여사가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 주변 국화꽃이 쌓인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최근 발생한 '시청역 참사' 추모 공간을 찾은 모습이 세간을 뜨겁게 달궜다. 교통사고 난 현장에 쪼그려 앉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영부인 목격담'은 대중에게 낯선 장면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단독 행보에 시동을 건 김 여사가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목격담 정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3일 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여사가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 주변 국화꽃이 쌓인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하얀 꽃을 직접 손에 들고 와 바닥에 내려놓고, 쪼그려 앉아 시민들이 써놓은 글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모습이다. 검은 옷을 입은 김 여사 주변에는 고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도 담겼다.

김 여사의 이 일정은 대통령실에서 사전 공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대부분 김 여사의 해당 일정을 알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방문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지난 3일 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여사가 서울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 주변 국화꽃이 쌓인 추모 공간을 찾아 헌화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김 여사의 모습은 대다수 언론에서 보도됐으며, 동시에 네티즌들로부터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김 여사의 지지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건승코리아'(옛 건사랑)에서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안주인", "여사님 정말 감동 주신다", "너무 마르셨다. 힘내시라",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우리 영부인 김 여사님을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한다" 등 호응이 잇따랐다.

반면 야권 성향 지지자들이 이용하는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원색적인 비난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이 정부의 '국면 전환용'이라는 취지의 음모론도 포착됐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김 여사의 추모 사진에 "이번 사고 미스터리다. (국면전환을 위해) 일부러 일으킨 사고는 아닐까?"라는 음모 의혹 댓글이 달렸다. 이 댓글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제가 생각한 거랑 비슷하다"는 답글이 이어졌다.

이처럼 김 여사가 오랜만에 온라인에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는 김 여사가 서울 한복판 길거리에 쪼그려 앉은 모습이 일부 대중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나 파격으로 다가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여의도식 정치인 '목격담 정치'로 보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을 국빈 방문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3일 오후(현지시간) 타슈켄트 힐튼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 간담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 사진=뉴스1


실제로 김 여사는 최근 단독 공개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12월 명품백 수수 논란이 불거진 이후 반년 가까이 잠행을 이어오던 김 여사는 지난 5월 19일 불교 행사에 윤 대통령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외부 일정을 재개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 정신질환 당사자 및 자살 유가족 간담회에 단독으로 참석했다. 이후 약 일주일 만에 시청역 추모 현장을 홀로 찾은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영부인으로서 국민적 슬픔을 함께하고, 또 이를 자연스럽게 시민들에게 목격되는 방식을 선택한 게 아닌가"라며 "최근 김 여사가 자신의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목격담 정치는 정치인들이 무대에 복귀하기 전 여론을 살피려는 '간 보기 정치'"라고 김 여사가 공개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목격담 정치라는 말이 최근 정치권에서 잘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올해 총선 참패 이후 두 달여간 잠행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잠행 당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나 길거리를 편안한 차림으로 걷는 모습이 지지자들 카메라에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권에서는 "전당대회 출마 전 여론을 살피려는 목격담 정치"라는 해석이 파다했고, 곧 한 전 위원장은 세간의 전망대로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4·10 총선 참패에 책임을 지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한 한동훈 전 위원장을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봤다는 목격담이 잇달아 나오면서 화제가 됐었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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