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몇번이나 돌려봤다” 뉴진스의 단발·마린룩 소녀…日 아재 ‘찬란했던 80년대’ 깨웠다 [신동윤의 나우,스톡]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달 26~27일 일본 도쿄돔에서 ‘대세’ K-팝(POP) 걸그룹 뉴진스의 멤버 하니(20)가 장식한 솔로 무대가 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1980년 일본 가수 마쓰다 세이코(松田聖子)가 불렀던 ‘푸른 산호초(靑い珊瑚礁)’를 부르는 하니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마쓰다가 해당 곡을 부르던 모습과 교차 편집돼 한·일 양국에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죠.
폭발적으로 화제를 끌면서 일본에선 하니의 ‘푸른 산호초’ 무대가 실시간 검색어 상위 순위까지 오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해당 영상만 반복적으로 보고 또 본다는 일명 ‘중독자’도 양산됐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고요. 하니의 솔로 무대를 포함해 뉴진스의 일본 팬미팅 자체가 크게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팬미팅을 전후로 니포니치, 스포츠 호치, 산케이 스포츠, 데일리 스포츠 등 일본 주요 매체들이 뉴진스를 1면에 내세운 특별판을 내거나 전면 기사를 다뤘을 정도니까요.
이런 인기를 토대로 하니는 6일 니혼TV 음악방송 ‘더 뮤직데이2024’에 출연해 ‘푸른 산호초’ 공연에 나섭니다.
하니의 솔로곡이 이처럼 선풍적인 신드롬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푸른 산호초’가 갖고 있는 의미가 유명 가요 한 곡 그 이상이기 때문인데요. ‘푸른 산호초’는 1980년대 일본 ‘버블 경제’ 붕괴 직전 황금기의 상징으로 통하죠.
마쓰다 세이코하면 떠오르는 세 가진 상징은 ▷단발머리 ▷마린룩(해군과 바다를 연상시키는 옷차림) ▷청량한 음색입니다. 특히, ‘세이코 컷’으로 불리는 단발머리는 ‘H2’, ‘러프’, ‘마크로스’ 등 수많은 일본 만화 여주인공의 헤어스타일로 적용되기도 했는데요.
이번 도쿄돔 공연에서 마린룩을 입은 단발머리의 하니가 특유의 청아한 목소리로 ‘푸른 산호초’를 부른 모습이 마쓰다 세이코의 모습을 완벽히 재현했단 평가를 받으며 찬사를 받았죠.
하니의 도쿄돔 ‘푸른 산호초’ 무대 당시 일본의 유명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62)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는 장면도 화제였습니다. 현지에선 “일본 장년 남성들에게 마쓰다 세이코의 노래는 무장해제 열쇠”란 평가가 나왔고요.
전문가들은 이번 공연이 K-팝 아이돌을 좋아하는 젊은층 여성들을 주 팬층으로 보유하고 있던 뉴진스가 중년 남성들의 마음까지 훔쳤다는 데 큰 의미를 둡니다. 원래도 ‘뉴진스 오지상(おじさん, 중년 남성을 친밀하게 부르는 말·아저씨)’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중년 남성 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는데, 이번에 ‘오지상’들의 가장 화려했던 청춘기이자 일본 경제와 증시가 사상 유례 없는 활황기를 맞았던 1980년대를 소환하면서 굳건한 팬덤층으로 유입시켰다는 것이죠.
일본 음악 칼럼니스트 다카하시 요시로는 마이니치(每日)신문 대담에서 “뉴진스의 음악은 일본 라디오의 메인 청취자이자 과거의 J-팝을 그리는 40~50대에겐 향수를 떠올리게 하고, 젊은 팬에겐 옛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입구가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황선업 평론가는 “우리는 2010년대생만 돼도 1990년대 노래를 모르지만, 일본은 공중파를 중심으로 과거 노래를 조명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생산돼 젊은 층과 노년층의 문화적 단절이 심하지 않다”면서 “일본에서 ‘푸른 산호초’의 파괴력이 더 큰 이유”라고 설명했고요.
엔터테인먼트 산업적 측면에서도 일본 가요 시장에서 뉴진스의 파괴력은 이미 입증되고 있단 평가가 나옵니다.
뉴진스의 일본 데뷔 싱글곡 ‘슈퍼내추럴’은 발매 당일 일본 오리콘 ‘데일리 싱글 랭킹’ 1위 자리로 직행했고, 이후 3일 연속(6월 21~23일) 왕좌를 지킨 바 있습니다. 타이틀곡인 ‘슈퍼내추럴’ 역시도 라인뮤직 실시간 및 일간 차트 1위에 오른 바도 있고요.
하니의 ‘푸른 산호초’ 공연이 있었던 지난달 26~27일 팬미팅 ‘버니즈 캠프 2024 도쿄돔’에서 뉴진스는 총 9만12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데뷔 첫 해부터 막강한 티켓 파워를 뽑낸 셈이죠.
뉴진스는 K-팝 가수 가운데 최단 기간인 데뷔 1년 11개월 만에 일본 도쿄돔에 입성하는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해외 아티스트로도 최단 기간 기록이라고 합니다.
지난달 26일부터 라인프렌즈 스퀘어 시부야에서 열리고 있는 ‘슈퍼내추럴 팝업’ 입장을 위한 예약이 시작 5분 만에 마감된 것도 일본 팬들의 관심을 증명하는 일이기도 하죠.
사실 이번 행사는 팬미팅이었고, 앞으로 정식 월드투어가 시작될 예정인데요. 일각에선 이번 팬미팅을 두고 “월드투어의 성대한 전초전”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이번 무대의 성공을 두고 민희진 어도어 대표에 대한 찬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민 대표가 직접 ‘푸른 산호초’를 선곡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죠.
뉴진스가 소속된 어도어가 하이브의 산하 레이블 중 하나인 만큼, 뉴진스의 성공적인 일본 무대 데뷔는 하이브에도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하지만, 하이브 주가는 좀처럼 20만원 언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일 종가 기준 하이브 주가는 전 거래일대비 1.79% 하락한 19만74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전날 20만1000원으로 장을 마치며 탈환했던 20만원 고지를 하루 만에 다시 내주고 만 것이죠.
뉴진스의 일본 팬미팅 첫날이던 지난달 26일 종가가 19만7900원이었던 것을 본다면 7거래일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불과했다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뉴진스의 성공보다도 현재 하이브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는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2분기 실적이란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옵니다.
다올투자증권은 전날 하이브의 앨범 판매량 감소 등에 따라 2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28만원에서 26만으로 내려잡았죠.
김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세븐틴, TXT, 뉴진스 등 주요 IP(지적재산)들의 앨범 발매가 있었으나 판매량이 감소했다”며 “하이브 IM이 퍼블리싱하는 ‘별이 되어라2’도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으며 일 매출 1억원 이하로 추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67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7% 감소해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고요.
김 연구원은 “BTS의 군 공백기 중에도 솔로 앨범이 나오는 등 기존 업계 관행과는 다르게 실적 안정성 측면에서 강점을 보유했으나, 올해는 IP 세대교체가 되는 시기라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소폭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2712억원으로 지난해(2959억원)보다 8%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습니다.
앞서 임수진 삼성증권 연구원도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하이브에 대한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6% 하향한 31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임수진 연구원은 “신인 그룹 증가에 따른 음방 제작비와 판관비 증가에 따른 EPS 감소”에 더해 “어도어와 관련한 추가 소송에 따른 불확실성”을 목표주가 하향 조정의 주요 요인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증권가에선 하이브의 주가 상승세는 BTS가 주된 결정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듯 합니다. 김혜영 연구원은 “6월에 BTS 진이 전역했고 4분기 앨범을 발매할 것으로 예상돼 이때부터 완전체 기대감으로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은 ‘매수’로 유지했습니다. 임수진 연구원도 “2025년부터는 BTS 완전체 컴백과 저연차 IP의 성장으로 높은 매출 성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짚었고요.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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