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연 "조선일보·경찰 한묶음으로 허위사실 유포 똑똑히 봤다"

장슬기 기자 2024. 7. 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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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상)]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피의사실공표 국가배상 일부 승소
"진보정당 쓰임새 국회 안에 가두면 무력감 빠져, 현장 찾아야"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지난달 14일 진보당 3기 상임대표로 선출된 김재연 대표. 사진=진보당

“장마가 시작됐습니다. 해마다 장맛비가 쏟아지면 배수로가 막혀 하우스가 물에 잠길까 걱정하는 농민들이 있습니다. 반지하방의 주민들은 또다시 밤잠을 설치고, 배달 노동자들은 할증과 프로모션에 내몰려 쉬지 않고 빗길을 달립니다. 폭우에 갑작스레 학교와 유치원이 휴업하면 하루도 쉴 수 없는 노동자 부모, 한부모가정의 부모들은 아이 맡길 곳 없어 발을 구르고, 지하철역 승강기가 침수되면 장애인들은 휠체어를 타고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닙니다. 비는 온 천하에 쏟아지지만 재난으로 인한 고통은 모두에게 똑같이 던져지지 않습니다. 더 아프고, 더 어둡고, 더 절박한 사람들. 이들이 덜 고되고, 덜 불안하고, 덜 걱정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한 걸음 진보하는 것입니다.”

지난 3일 김재연 신임 진보당 상임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 취임사 일부다. 진보당이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모습이자 진보당의 지지기반을 보여주는 발언이다. 동시에 3기 지도부의 포부이기도 하다. 2017년 민중당으로 창당해 2020년 진보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김재연 대표는 진보당 1기 상임대표를 맡았다. 당시 2020년 총선에서 진보당은 지역구 당선자를 내지 못했고 정당득표율 1.05%를 얻은 원외정당이었다.

김 대표는 2020년 6월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노동중심성 강화'를 선명하게 내걸며 “노조를 가지지 못한 프리랜서들, 무급가족종사자 등의 권리도 누군가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프리랜서 특수고용노동자(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 자영업자 등 노동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포함해 '일하는 모든 사람에 고용보험을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전국의 노동자·농민들 삶의 현장에서 2년의 임기를 보냈고 2022년 6월 지방선거에서 지방의원 20석, 지자체장(울산 동구청장) 1석 등 21석을 얻었다. 당시 정의당 지방의원 당선자는 9명이었다.

2기 윤희숙 상임대표 시기에 진보당은 원내 진입했다. 지난해 4월 강성희 의원이 전북 전주을 재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진입했고, 22대 총선에서 지역구 1석(울산 북구 윤종오), 비례대표 2석(전종덕, 정혜경)으로 총 3명의 의원을 배출했다. 지난달 14일 진보당 새 상임대표로 김재연 전 대표가 선출됐다. 다음날 조선일보는 <제2통진당 사태 발생 땐 민주당이 책임져야>라는 사설을 내고 “북한을 도와 우리 사회 내에서 파괴 활동을 하려던 정당이 국회에 다시 들어와 무슨 일을 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국회 본청에서 김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조선일보가 사설에서 통합진보당 출신이란 점을 들어 북한을 도와 활동했다며 이른바 '종북 프레임'을 다시 씌웠다.

“색깔공세의 실체나 근거가 있고 그걸 드러냈다면 해명을 해보겠다. 조선일보를 포함한 어떤 공격도 구체적으로 북한을 어떻게 도왔다는 실체가 없다. 있었으면 법 위반으로 처벌이 되지 않았겠나. 관심법으로 '사상이 불순할 것이다', '어떠한 정치적 의도가 있을 것이다'라는 것은 질 나쁜 프레임인데 그렇게 이미지화되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 실제로 사람들이 믿게 된다. 진보당 대표가 됐으니 대중에게 신뢰받는 정치활동을 해야하고 진보당이 선택받아야 하는 중요한 과제가 있으니 이 지점에 대해 정면 돌파할 생각이다.”

▲ 지난해 6월 김재연 대표 관련 경찰발 보도

-지난해 6월 경찰에서 출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았고 이후 조선일보에서 '김재연 대표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건설노조에서 1000여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단독보도(김재연, 불법 정치자금 받은 혐의… 총선 前 건설노조서 1000여 만원, 2023년 6월16일자)가 나왔다. 이에 대한 입장과 함께 현재 수사 진행상황을 듣고 싶다.

“처음에 경찰 전화를 받고 '내가 참고인이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아야 하는데 내용도 알려주지 않았다. 변호사와 같이 가야 해서 그 다음주로 출석 일정을 잡아놨는데 갑자기 조선일보에서 기사가 나왔다. 돈을 받았다고 단정해서 썼다. 이후에 사건을 검찰에 송치됐다(2023년 9월)는 기사가 나오긴 했는데 경찰 조사 이후에는 연락받은 게 없다. (검찰이) 기소도 못했다. 사실무근이다. 경찰에서 돈을 줬다고 지목한 사람도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당시 총선 기간인데 후보들은 공식 후원금을 받을 수 있고 내가 당시 후원금 한도를 다 채우지도 못한 상태였다. 따로 후원금을 받을 이유가 없다.”

-당시 조선일보 보도 이후 다수 매체에서 관련 내용을 보도했고, 경찰 출석 이후에도 SBS 등에 피의사실이 공표됐다. 이에 지난해 7월 서울 경찰청 소속 수사관이 김재연 대표 입건 사실을 조선일보 기자에게 제공한 행위에 대해 피의사실공표로 인한 인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로 보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대한민국이 김 대표에게 3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너무 화나는 일이다. 많은 사람이 (내가 돈을 받았다는 걸)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 지인들까지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겠냐'고 생각한다. 수사기관이 조선일보와 한묶음으로 연결돼, 없는 사실을 대중에게 유포하는 현장을 똑똑히 본 사건이다. 대한민국이 항소를 한 상태다.”

-2020~2022년 진보당 첫 대표 시기엔 어떤 부분에 집중했었나?

“진보정당의 쓰임새, 존재 이유, 누군가는 정체성이라고도 하고, 생명력이라고 할 수도 있는 부분을 고민했다. 진보정당의 득표율도 줄어있었고, 무상급식 등 진보적 정책들도 민주당이 이미 실행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던 때였다. 진보정당이 어떻게 선택받을 수 있을지 그 경로는 안갯속이었다. (국회에) 의석이 없으니 정치부 기자들 관심을 끌 수도 없고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법안을 발의할 수도 없었다. 누구를 지지기반으로 삼아 어디를 비집고 들어가 쓰임새를 증명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언론보도가 거의 없는 악조건 속에서 2022년 지방선거에서 20(지방의원)+1(지자체장)석을 냈고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생각하는 노동자·농민 현장에 밀착해 오랜 기간 헌신하면 종국에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 지난달 26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기지부 오체투지 결의대회에 참석한 김재연 진보당 대표. 사진=진보당

-당대표를 마치고 의정부로 돌아가 지역활동을 했다.

“의정부에서 활동은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본격적으로 해 10년 정도 됐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탄압, 보수진영의 공격을 많이 받아 사실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었다. '사람들이 날 받아줄까' '날 필요로 할까'. 그런데 막상 지역에서 활동해보니 나같이 유용한 정치권력을 많이 갖고 있지 않은 정치인이라도 너무 필요로 하더라. 지역에는 노동자도 있고 청년도 있고 여러 사람이 있어 어떤 정당이든, 공직이 있든 없든 도움이 될 수 있구나 절실히 깨달았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하루는 간담회 마치고 나오는데 일용직 건설노동자분께서 주차장까지 따라와서 손을 덥석 잡고 말씀했다. '장애인 아이를 포함해 세 아이가 있는데 건설현장에서 어려움을 딛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 막막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겠냐. 누굴 보고 희망을 얻을 수 있냐. 정치가 바뀌어야 하는데 낙선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아야 우리가 조금이라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하시더라. 이런 일이 자주 있다. 남들이 보면 지지율도 많이 나오지 않는 정당, 언론에서는 (당의) 입장도 확인하기 힘든 진보정당이 지역구를 돌파한 사례조차 별로 없는데 그 어리석은 일을 왜 반복하냐고들 묻는다. 진보정당을 계속할 거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기득권 정치에 편승하지 않고 날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발 딛고 서서 정치의 담장을 무너뜨리는 시도를 하는 것만으로도 가치있다고 평가하는 분들이 많다.”

-기자들이 초심을 기억하며 무력감을 이기는 방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현장을 찾고 잘 듣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 때가 많다.

“제가 카메라 앞에서 기자회견만 한다거나 하면서 몸이 붕 떠 있었다면 진보정치의 이유나 존재에 대해 회의감·좌절감이 더 컸을 수 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후보들이 그렇게 열심히 뛸 수 있는 이유는 필요로 하는 분들 속에 둘러싸여서 활동해서다. 바쁘다. 심상정 전 정의당 의원이 '반복해서 집회에 연대하고 해결을 약속하지만 문제 해결이 되지 않으니 마음이 무겁다'고 발언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충분히 공감된다.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너무너무 죄송하고 현장 가는 마음이 무겁다. 그렇다고 현장에 안 가서 멀어지면 큰 독이 된다. 의석이 없었고, 지금도 3석뿐 미약한 힘이지만 먼 지역에 가서 연대 발언 5분하고 서울에 오더라도 가야 한다. 진보정당의 쓰임새를 '국회 안에서 할 수 있는 문제해결사' 정도에 가두면 정말 무력감에 빠진다. 진보정치의 무력감을 박차고 솟아날 수 있는 기운을 보여주고 싶다.”

-이번 총선 결과 일각에서 진보정당이 원내진입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진보당을 비롯해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한 정당을 진보정당으로 보지 않겠다는 관점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여러 정치세력이 연대·연합하는 건 자연스러운 정치행위다. 한국에선 복수정당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선거 시기에 선거연합정당을 구성하기 힘들었다. 해외사례를 보더라도 연대·연합에서 자유롭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해외에선 선거연합을 통해 집권세력이 탄생하고 그 제도를 통해 집권한 진보정당도 많은데 한국에서 선거연합이 잘 이뤄지지 못한 이유는 기득권 거대양당 정치구도가 너무 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MB정권 당시 야권연대를 했고 지역차원에서는 선거때마다 많은 연대가 있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위성정당이 있었기 때문에 거기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으로 보는데 이번에는 시민사회와 뜻을 같이하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선거연합을 유연하게 검토해 추진했다. 진보당은 남부럽지 않게 선명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당원이 많은데 선거연합을 택하는데 큰 이견이나 대립이 없었다. 선거연합 이후 결과물도 진보당 향후 활동에 걸림돌이 될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손볼 수 있다는 발언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진보당은 오래전부터 종부세를 넘어 부유세를 주장하며 조세개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이 겉으로는 서민정당을 표방하면서 수도권 중도층, 한강벨트 지역 표계산 때문에윤석열 정권 종부세 폐지에 문을 열어주는 행위는 회의 때마다 비판하고 있다. 노조법 2·3조 개정에 대해서도 국회에선 민주당이 대표선수로 싸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 오기까지 무수히 많은 노동자의 투쟁이 있었고 단식, 구속, 연행, 죽음의 결과다. 이 법의 통과를 지체하거나 노동시민사회의 뜻을 훼손하는 것은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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