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이어온 SON과 KDB의 불꽃 튀는 경쟁, 이제 추억 속으로? "더 브라위너, 알 이티하드와 구두 합의 완료"
[OSEN=정승우 기자] 케빈 더 브라위너(33, 맨시티)와 손흥민(32, 토트넘)의 길었던 경쟁이 끝을 앞뒀다.
글로벌 축구 전문 매체 '골닷컴'은 "케빈 더 브라위너는 새 클럽 합류를 앞뒀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클럽 알 이티하드와 개인 합의에 근접했다"라고 전했다.
골닷컴은 "루디 갈레티의 보도에 따르면 더 브라위너는 알 이티하드와 구두합의를 맺었다. 알 이티하드는 더 브라위너와 대화를 위해 대표단을 파견하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유럽축구 이적시장에 정통한 루디 갈레티는 지난 4일 "알 이티하드와 더 브라위너 사이에 구두 합의가 이뤄졌다. 사우디 국부 펀드(PIF) 대표단과 구단 몇몇 대표자들이 더 브라위너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제안을 받아들였다"라고 알렸다.
보도에 따르면 더 브라위너의 알 이티하드 이적에 남은 절차는 맨체스터 시티의 결정뿐이다. 갈레티는 이 소식을 전하면서 "이제 맨시티에 달려 있다. 맨시티도 더 브라위너를 보내주는 데 열려 있다"라고 설명했다.
갈레티의 주장에 따르면 알 이티하드뿐만 아니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는 알 나스르도 더 브라위너 영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알 이티하드가 영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상황이다.
골닷컴은 "더 브라위너와 맨시티의 계약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기회가 주어지면 현금화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1991년생 미드필더 더 브라위너는 어느덧 만 33세가 됐다. 여전히 프리미어리그를 비롯한 전세계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지만, 더 이상 적은 나이가 아니다.
더 브라위너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때는 볼프스부르크 시절이다. 더 브라위너는 지난 2008년 KRC 헹크에서 데뷔한 이후 2012년 첼시로 이적했다. 이후 2012-20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의 SV 베르더 브레멘으로 임대를 떠났고 2014년 VfL 볼프스부르크로 향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손흥민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더 브라위너는 팀 내 최고의 공격형 미드필더 유망주로, 함부르크 SV, 바이어 04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던 손흥민은 뛰어난 공격수가 될 유망주로 평가됐다.
분데스리가 시절 둘이 가장 뜨겁게 맞붙었던 때는 2014-2015시즌 리그 21라운드다. 당시 레버쿠젠에서 활약했던 손흥민은 후반 12분, 후반 17분, 후반 22분 연달아 골망을 흔들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레버쿠젠은 후반 27분 카림 벨라라비가 득점을 추가하며 4골을 넣는 화력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경기는 레버쿠젠의 패배로 끝났다. 더 브라위너가 활약하던 볼프스부르크가 간판 공격수 바스 도스트의 4골과 중앙 수비수 나우두의 한 골로 5점을 뽑아낸 것. 경기는 레버쿠젠의 4-5 패배로 막을 내렸다.
더 브라위너와 손흥민의 경쟁은 이후 프리미어리그로 옮겨갔다. 더 브라위너는 2015년 맨시티로,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이적했다. 지금까지 10년 넘게 이어진 둘의 경쟁은 이제 그 끝으로 향하는 모양세다.
더 브라위너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함께 프리미어리그 우승 6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FA컵 우승 2회, 잉글랜드 풋볼리그컵(EFL컵) 우승 5회 등 수많은 트로피를 수집했다.
더 브라위너는 큰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시즌에도 뛰어난 기량을 자랑했다.
그는 2023-2024시즌 시련을 만났다. 1라운드 번리와 경기에서 햄스트링 부상이 재발했고 20라운드까지 내리 결장했다. 21라운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서 복귀한 더 브라위너는 후반 24분 교체로 출전, 투입 5분 만에 중거리 슈팅으로 득점했고 후반 추가시간엔 어시스트까지 기록하며 팀의 3-2 역전승을 이끌었다.
더 브라위너는 시즌 절반 이상을 부상으로 날리고도 리그에서 4골 10도움을 기록하며 여전한 실력을 선보였다. 맨시티의 리그 4연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더 브라위너다.
이제 더 브라위너와 맨시티는 새로운 결정을 내려야 할 타이밍. 1년 뒤인 2025년 여름이면 구단과 계약이 만료된다. 일단 맨시티는 더 브라위너와 동행을 이어가길 원한다.
당연한 선택이다. 이제 30대 중반을 앞두고 있지만, 전 세계를 뒤져봐도 더 브라위너만한 플레이 메이커는 찾기 어렵다. 그는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통산 382경기에서 102골 170도움을 기록 중이다.
맨시티엔 좋은 소식이 아니지만, 더 브라위너는 이미 사우디 이적을 고려하고 있다고 직접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벨기에 'HLN'과 인터뷰에서 "계약 기간이 1년 남아있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시 더 브라위너는 "내 큰아들은 이제 8살이고, 잉글랜드밖에 모른다. 또한 그는 내가 맨시티에서 얼마나 오래 뛸 것인지 묻는다. 일단 때가 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대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더 브라위너는 주급 40만 파운드(약 7억 원)로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많은 급여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사우디의 '오일 머니'는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더 브라위너는 "내 나이에는 모든 것을 열어둬야 한다. 내 커리어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돈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해야 할 때도 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어 그는 "사우디에서 2년을 뛰면 믿기 힘든 돈을 벌 수 있다. 난 지금까지 15년 동안 축구를 해야 했다. 아직 그 금액에 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면 다음에는 그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생각할 필요가 없다"라고 전했다.
더 브라위너가 떠나고 싶어 한다면 맨시티도 억지로 붙잡긴 어렵다. 1년 뒤면 그를 공짜로 놓아줘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적료를 받아내려면 이번 여름이 적기다.
가장 큰 변수는 과르디올라 감독의 거취다. 그 역시 2024-2025시즌까지 팀을 지휘한 뒤 9년 동행을 끝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과르디올라는 이미 동기부여가 떨어졌다며 이별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남겼기 때문이다. 맨시티로서는 과르디올라 감독과 더 브라위너를 한 번에 떠나보내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어찌 보면 손흥민, 토트넘과 비슷한 상황이다. 더 브라위너와 함께 프리미어리그에 입성한 1992년생 손흥민도 토트넘과 계약을 1년 남겨둔 상황. 그 역시 사우디 무대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손흥민도 30대 중반을 앞둔 나이인 만큼 사우디의 제안이 더욱 매혹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손흥민은 더 브라위너와 달리 사우디 무대로 향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지난해 "난 축구를 사랑한다. 돈도 중요하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건 꿈이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이번 여름에도 "난 항상 토트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고 그럴 것"이라며 "토트넘에 우승을 선물하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분데스리가에서부터 프리미어리그까지 경쟁을 이어온 더 브라위너와 손흥민이지만, 둘의 경쟁이 사우디 무대로까지 이ㅓ지진 않을 전망이다. /reccos23@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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