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사람들 꼬락서니, 거기서 거기”…돈의 관점서 인간사 바라보니 [Books]

김슬기 기자(sblake@mk.co.kr) 2024. 7. 6.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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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을 지낸 30년 경제관료 출신인 저자가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돈의 관점으로 본 역사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저자는 세계사를 관통하는 세가지 관점으로 부, 화폐, 금융을 꼽는다.

저자는 "돈으로 인간사를 바라보는 것이 역사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념과 사상이 달라도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하는 행태는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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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준의 ‘역사는 돈이다’
2018년 영화 ‘돈’ 포스터. 포스터는 해당 기사와 직접 관련은 없음. [매경DB]
기획재정부 재정관리관을 지낸 30년 경제관료 출신인 저자가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며 젊은 세대에게 들려주고 싶은 ‘돈의 관점으로 본 역사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냈다. 저자는 세계사를 관통하는 세가지 관점으로 부, 화폐, 금융을 꼽는다.

예를 들어 민중의 영웅이었던 카이사르는 왜 로마의 원로원 귀족들에게 살해당했고, 그의 양아들 옥타비아누스는 황제로 추대되었을까. 카이사르는 원로원의 부와 특권, 특히 화폐주조권을 빼앗으려 했지만 옥타비아누스는 적절히 타협해 그들의 부와 특권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십자군 전쟁도 성스러운 이유로만 발발한 전쟁이 아니었다. ‘신은 그것을 원한다’는 교황의 호소 뒤에는 전쟁으로 빼앗은 땅을 나누어주겠다는 약속이 있었고, 그 약속을 믿은 국왕과 영주들이 전쟁에 나섰다. 전쟁의 성격이 점점 더 변질될수록 돈이 없는 기사들은 전쟁에 나가기 위해 템플기사단에서 돈을 빌려 군인과 장비를 샀고, 그 돈을 갚기 위해 약탈과 학살을 자행했다. 이들에게 신의 뜻은 없었다. 이밖에도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영국의 청교도혁명과 명예혁명 등의 배후에도 언제나 돈이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운명을 바꾼 사건도 있다. 17세기 초 도쿠가와 이예야스는 기독교 금지령을 내리고 포르투갈, 스페인과 단교한 뒤 네덜란드와 200년간 단독 교역을 허락했다. 중국은 이 시기 모든 조세 수입을 은으로 통일해 금과 은 교환 비율이 1대6으로 유럽보다 은이 2배가 비쌌다. 돈에 밝은 유대인들이 포진한 동인도회사는 네덜란드 상인을 통해 유럽과 일본의 은을 중국에 가져가 교환하는 환차익을 거뒀다. 일본이 은을 대량으로 생산한 건 연은분리법이란 제련 기술 덕이었는데 이는 사실 조선 연산군때 만들어진 기술이 일본으로 전수된 것이었다. 양인 김검불과 노비 김검동이 개발한 이 기술은 중종이 은관을 폐쇄하면서 사장됐고 1553년 일본으로 전수됐다.

조선도 네덜란드와 접촉이 있었다. 17세기 동인도회사 선원 헨드릭 하멜이 제주도에 표류했다. 효종왕의 명으로 압송된 하멜은 조선에서 13년간 억류됐다. 그는 조선에 억류되느라 받지 못한 임금을 청구하기 위해 긴 보고서를 동인도회사에 제출했다. 우리가 ‘하멜표류기’라 부르는 책은 말하자면 체불임금 요구서였던 셈이다. 조선의 수준 높은 도자기 기술은 하멜을 통해 알려졌다. 동인도회사는 조선과 도자기 교역을 하기 위해 1000톤급 상선을 준비하고 ‘꼬레아호’라 불렀다. 이들이 인도네시아에 도착했을 때 일본의 막부는 무역관을 폐쇄하겠다 거센 반대를 했고, 결국 조선과의 교역은 성사되지 못했다. 일본이 조선의 도공이 구운 도자기를 유럽에 수출해 큰 돈을 벌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조선의 기술로 큰 돈을 번 일본은 유럽과 연결된 아시아의 강대국이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돈으로 인간사를 바라보는 것이 역사의 본질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념과 사상이 달라도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하는 행태는 대체로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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