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폐암 덜 생긴다…치료에 새로운 돌파구 될까

이병철 기자 2024. 7. 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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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탠퍼드대·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노인의 암 발생률 높지만, 폐암은 오히려 감소
암세포 성장 돕는 미세환경과 대사 패턴 변화 탓
폐암에 걸린 노인 환자의 X선 영상. 일반적으로 암은 노화로 인해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졌으나, 최근 미국 연구진 2곳은 오히려 노화가 폐암 발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미국 성빈센트대 병원

나이가 들수록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 2건이 잇따라 발표됐다. 노인의 암 발생률이 높다는 기존의 통념과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에 과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재발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폐암을 치료할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미국 스탠퍼드대와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연구진은 각각 지난 5월 31일과 지난달 28일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노화가 폐암 위험을 낮춰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70대까지는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지만, 80대 초고령에서는 오히려 암 환자가 감소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실험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로 생쥐에서 종양 성장을 막는 유전자 20개를 비활성한 후 나이에 따른 폐암 세포의 성장률 차이를 확인했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유전물질인 DNA에서 특정 유전자를 자유자재로 잘라내고 교정할 수 있는 효소 복합체다.

암세포 성장에 대한 장애물이 사라지자 모든 연령의 생쥐에서 전체적으로 암세포의 성장률이 빨라졌다. 그러나 어린 생쥐에서 증가폭이 더 컸으며, 늙은 생쥐는 상대적으로 느리게 암세포가 자랐다. 암세포의 평균 크기도 고령 쥐가 어린 쥐의 5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연구진은 암 발생의 주요 원인인 유전자 변이 영향이 없을 때는 세포 자체에서 폐암의 연령별 차이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노화로 세포의 능력이 떨어지면서 암세포가 되더라도 성장이 느려진다는 것이다. 암세포로 바뀔 수 있는 세포 수 자체가 감소하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암세포가 성장하기 위한 종양 미세환경이 만들어지기 어렵다는 점도 노화가 암 발생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종양 미세환경은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데 도움을 주는 주변 환경을 말한다.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과도하게 끌어 오거나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준다.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 연구진은 나이가 들면서 바뀌는 세포 기능이 암 발병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철(Fe)은 세포가 활성산소를 막는 데 사용하는 물질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활성 산소로 인한 손상을 막기 위해 세포에서는 유전자 ‘NUPR1′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NUPR1은 세포에 철이 축적되도록 돕는 단백질을 만든다.

연구진은 생쥐에서 NUPR1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킨 후 나이에 따른 폐암 세포의 성장률을 비교했다. 그 결과, 늙은 생쥐에서 암세포의 성장 속도가 4배 이상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어린 생쥐에서는 성장률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노화 세포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변화가 암세포의 성장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고 분석했다.

폐암은 ‘조용한 암’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기 증상이 없어 발견이 어렵고, 조기 발견하더라도 치료가 쉽지 않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사망한 암 환자 37만 2939명 중 1만 8584명이 폐암 환자였다. 전체의 22.3%로 암 종별 사망률 1위다. 암 발생률에서도 폐암은 남성 1위, 여성 4위다. 전체 성별을 고려해도 매년 2~3위 수준이다.

두 연구진은 모두 이번 연구 결과가 폐암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자연스러운 노화에 따른 폐암 발생률 변화를 이용하면 난치 암인 폐암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드미트리 페트로프 스탠퍼드대 교수는 “늙는다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유익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암 치료에서 새로운 발견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화가 폐암 발생률을 낮춘다는 것은 국내 통계로도 확인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폐암 환자의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서 폐암 환자의 연령 비율은 남성이 70대에서 37.3%, 여성이 60대에서 33.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까지 환자 비율은 점점 늘다가 이후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폐암 환자는 감소한다. 고령으로 갈수록 인구가 감소하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인구당 폐암 환자 수는 감소한다. 해외에서도 연령별 폐암 환자 통계는 비슷하게 나타난다.

참고 자료

bioXriv(2024), DOI: https://doi.org/10.1101/2024.05.28.596319

bioXriv(2024), DOI: https://doi.org/10.1101/2024.06.23.60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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