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사업자에게 회사 넘긴 ‘상폐 위기’ 올리패스… 자금 확보 물음표

강정아 기자 2024. 7.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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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마른 올리패스, 올해 수익성 개선해야 상폐 피하는데
회사는 임대아파트 양수에 최대주주도 관련 조합으로 변경
문제는 임대아파트도 완전자본잠식 상태… 재무 개선 의문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한 바이오 기업 올리패스의 자본잠식 해결 작전이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 초 55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사들이며 올리패스에 돈을 댔던 손형석 세무법인 다현 대표는 추가 자금을 모으지 못한 데다 올리패스 사내이사 입성에도 실패하자 발을 빼는 모양새다.

올리패스가 자금 수혈을 위해 주력 사업과 무관한 임대아파트를 매입한 점도 주주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올리패스는 해당 임대사업자 측에 최대주주 자리까지 내줬지만, 이 임대아파트도 심각한 적자 상태로 드러났다. 주주들은 올리패스의 자금 확보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선 DB

◇ 사내이사 고배 마시고 손 떼는 세무법인 대표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음 달 28일 올리패스의 160억원 규모 12회차 CB 납입일이 도래한다. 올리패스는 지난해 12월 연구개발(R&D) 비용과 운영자금을 마련하고자 CB 발행을 계획했다. 인수 주체로 나선 법인은 인프라플렉스에서 더시티로, 더시티에서 디케이알엔터테인먼트로 여러 번 바뀌었다. 지난 5월엔 CB 인수 주체가 디케이알엔터테인먼트에서 손형석 대표로 또 한 번 교체됐다.

올리패스로선 이번 12회차 CB 발행이 매우 중요하다. 올리패스의 별도 기준 자본잠식률은 2022년 40.5%에서 2023년 85.3%로 1년 만에 두 배 넘게 치솟았다. 올리패스는 2019년 성장성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하지만 최근 3개 사업연도 중 2개 연도의 자본 대비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손실 비중이 50%를 넘으며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올해 상장 폐지를 면하려면 어떻게든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고, 그러려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손형석 대표는 올해 3월에도 총 55억원 규모의 CB를 사들이며 올리패스에 자금을 댄 인물이다. 문제는 손 대표가 이번 160억원 규모 CB 인수에는 나서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그는 CB와 별개로 지난 5월 진행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하려고 했다. 35억원을 납입해 보통주 474만8983주를 취득한 뒤 올리패스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손 대표는 35억원을 마련하지 못했고, 결국 지난달 해당 유상증자를 인베스트 파트너스 1호 조합에 넘겼다. 유상증자를 배정받은 인베스트는 손 대표 대신 올리패스 최대주주(지분율 12.22%)에 올랐다. 손 대표는 5월 21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도 사내이사 자격을 얻으려 했으나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올리패스 로고

◇ 꼭 필요한 160억원 CB 발행, 성공할까

이런 상황이다 보니 업계에서는 “손 대표가 12회차 CB 납입에서 손을 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손 대표가 떠난다면 현 최대주주인 인베스트가 해당 CB를 넘겨받아 납부하는 방안이 최선이다. 인베스트도 자금 확보가 어렵다면 다른 투자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리패스 창업자의 경영권이 약화한 상황에서 이 회사 대표 파이프라인 임상마저 실패하면서 자금 확충 작업이 더 험난해졌다”며 “새 최대주주인 인베스트가 내달 160억원 CB 발행을 무사히 해내는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리패스 창업주이자 전 최대주주인 정신 대표는 지난해 지분율을 23.8%에서 11%대로 대폭 줄였다. 작년 6월 올리패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보유했던 주식담보에 대해 반대매매가 발생한 탓이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임원 퇴임을 밝히며 본인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10인의 지분율이 12.06%에서 9.24%로 감소했다고 공시했다.

작년 11월에는 올리패스의 대표 파이프라인인 비마약성 진통제 후보물질(OLP-1002)이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임상 실패 충격에 올리패스 주가는 1000원도 안 되는 동전주로 전락했다. 지난해 초 7370원까지 올랐던 이 회사 주가는 이달 5일 종가 기준 550원으로 92.54% 빠졌다.

올리패스 사이트. /올리패스 제공

◇ 임대아파트에 경영권 넘긴 올리패스

주주들은 올리패스가 임대아파트 매매 계약을 체결한 점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손형석 대표의 사내이사 도전이 무산된 직후인 5월 24일 올리패스는 재무구조 개선과 수익성 증대를 이유로 717억원 규모의 경기 수원 팔달10구역 임대아파트 매입을 결정했다. 전체 매입 자금은 700억원이 넘지만 617억원의 임대보증금이 있어 올리패스는 계약금 15억원, 1차 중도금 25억원, 2차 중도금 15억원, 잔금 45억원 등 약 100억원만 내면 양수할 수 있다.

올리패스는 계약금을 납부한 후 1차 중도금은 주식회사 팔달10구역 임대아파트가 10회 CB를 인수하는 형태로 해결했다. 올리패스로선 당장 현금이 없다 보니 임대아파트 측에 CB을 주는 방식으로 계약한 것이다. 이를 통해 팔달10구역 임대아파트는 올리패스 지분 6.25%를 확보했다. 올리패스가 잔금까지 모두 내면 오는 9월 30일 양수가 마무리된다.

주식회사 팔달10구역 임대아파트의 사업상 주소지는 올리패스 최대주주 인베스트의 가장 많은 지분(57.14%)을 보유한 주식회사 카이홀딩스의 사업상 주소지와 같다. 모두 경기 남양주시의 한 건물 5층 사무실이다. 두 조합이 사실상 한몸이라는 의미다. 아파트를 인수하고 임대사업자가 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올리패스가 경영권을 손 대표가 아닌 임대아파트 측에 사실상 넘긴 셈이다. 팔달10구역 임대아파트는 지난해 3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기준 자산 50억1800만원에 부채는 79억6600만원으로 자본이 마이너스(-)29억4800만원이다.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는 뜻이다. 조선비즈는 올리패스 경영 상황과 내달 예정된 CB 납입 가능성에 관해 물어보려고 했으나 올리패스 측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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