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 '손흥민' 떴다... MZ 홀리는 은행 팝업스토어[르포]

이병권 기자 2024. 7.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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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4시쯤, 성수동에 축구선수 손흥민이 나타났다.이튿날(5일) 문을 여는 하나은행 팝업스토어 '달달팩토리'를 알리기 위해 홍보모델들이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포토월 앞에 서서 시그니처 포즈인 '찰칵 세리머니'를 하는 모습. /사진=하나은행 인스타그램 스토리 캡처

지난 4일 오후 4시쯤, 성수동에 축구선수 손흥민이 떴다. 뒤이어 걸그룹 아이브의 안유진도 등장했다. 이튿날(5일) 문을 여는 하나은행 팝업스토어 '달달팩토리'를 알리기 위해 홍보모델들이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이들의 등장 예고 소식이 앞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커뮤니티에 알려지면서 팝업스토어 앞엔 구름 인파가 몰려들었다.

패션·유통계의 전유물이었던 팝업스토어가 은행권의 문화로도 확산하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특정 상품을 일정 기간 동안만 판매·홍보하고 사라지는 매장이다. 연예인·캐릭터 포토카드 등 한정판 굿즈(상품)로 청년층을 사로잡기 제격이다. 미래 고객을 늘릴 방법을 고심하는 은행권이 여기에 '진심'인 이유다.

기자는 지난 5일 직접 성수동 '달달팩토리'를 다녀왔다. 월급 통장으로 사용하면 최고 연 3.0% 금리를 주는 파킹통장 '달달하나통장'을 알리기 위한 팝업스토어다.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운영된다. 온라인 사전예약이 하루만에 마감됐지만 직접 방문해서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달달팩토리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마치 디저트 공장을 연상시켰다. 홍보 모델의 대형 포스터와 연두색·분홍색 색감은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가지 공정에서 일을 하면서 월급과 키링을 꾸밀 액세사리들을 받을 수 있다. /사진=이병권 기자

달달팩토리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디저트 공장을 연상시켰다. 홍보 모델들의 대형 포스터와 알록달록한 색감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입장 대기줄에는 열댓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기도 했다.

대기 줄에 서 있던 여성 A씨는 "들어갈 곳을 정하고 오진 않았는데 너무 이뻐서 들어가기로 했다"며 "은행 팝업스토어라는 게 아주 생소하지만 재밌는 경험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달달팩토리는 '일하고 받는 월급의 가치'를 녹여냈다. 여기선 모두가 달달팩토리의 신입사원이다. '웰컴키트'로 가상의 '달달하나통장'과 '은색 스트링백' 그리고 '미완성된 키링(열쇠고리)'을 받는다. 세가지 공정에서 일을 하면서 '달달 월급' 200만원과 키링을 꾸밀 액세사리들을 받을 수 있다.

첫번째는 '팝콘 정량 맞추기'다. 팝콘 무게 300g을 맞추면 된다. 하나달달통장의 이율이 3.0%기 때문이라고 한다. 297g으로 무사히 통과했다. 다음은 '불량 마카롱 선별'이다. 꼬끄(마카롱 양면의 쿠키) 한쪽이 분홍색인데 다른 한쪽 꼬끄가 푸른색이라면 불량 마카롱이다. 직원들이 알게 모르게 도와주니 즐겨도 된다.

마지막 일은 '상품 태그(꼬리표)' 제작이었다. 미완성된 키링을 나만의 굿즈로 만드는 과정이다. 손재주가 없다시피한 기자는 키링을 꾸밀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그도 잠시, 직원들의 추천 덕에 이니셜을 포함한 그럴듯한 키링을 완성했다.

팝콘 정량 맞추기, 불량 마카롱 선별, 상품 태그 제작 과정을 마치면 월급 200만원에 이자와 쿠폰 12만원이 더해져 212만원이 가상의 하나달달통장에 입금된다. 정산은 가상의 하나달달통장을 ATM기에 넣어서 한다. /사진=이병권 기자

정산은 가상의 하나달달통장을 ATM기에 넣는 '전통적인' 방법으로 진행된다. 월급 200만원에 세전기준 이자 연 3.0%로 6만원, 그리고 신규 가입자에게 매달 제공되는 5000원(1년 간) 쿠폰 6만원이 더해져 '달달 월급' 212만원이 기록됐다.

정산 후에 럭키드로우(추첨)에도 참여할 수 있다. 기자는 3등을 뽑으면서 아이스크림을 받았다. '금손'이라고 좋아했으나 더 낮은 순위인 4등이 '안유진 포토카드'라는 소식을 듣고 아쉬움을 삼켰다. 한 쪽에 마련된 카페에선 음료와 마카롱을 즐기는 방문객도 많았다.

달달팩토리를 방문한 30대 남성 B씨는 "간만에 종이 통장을 만져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나를 포함해서 젊은 사람들이 월급을 무심결에 펑펑 쓰곤 하는데 월급 관리나 저축의 필요성을 조금이라도 배우고 갈 기회였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팝업스토어는 더 다양해질 전망이다. 주제와 콘셉트가 무궁무진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어린이날을 맞이해 안성 스타필드에 '위비프렌즈 허니뱅크'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초·중학생들이 통장·카드를 만들어보면서 금융 경험을 하도록 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11월 성수동에 '신선놀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농촌'에 강점이 있는 만큼 과일 공구(공동구매)와 꽃배송 등 자사 서비스들을 팝업스토어에 녹여냈다. 형형색색의 포토존으로 SNS에서 사진 맛집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오프라인을 잇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팝업스토어"라며 "스마트폰 뱅킹을 이용할 때 즐거운 경험이 떠오르면서 은행에 대한 허들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위비프렌즈 허니뱅크 팝업스토어 내 허니카페 /사진제공=우리은행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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