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난리났다" 울면서 신고한 편의점 직원…그곳으로 못 돌아갔다

정세진 기자, 이강준 기자 2024. 7. 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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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목격자들도 심리적 안정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고 직후 현장을 수습하거나 119 신고등에 나선 이들로 사고의 잔상을 잊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A씨는 사고를 목격하고 바로 119에 신고를 한 사람이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사고 당시 119신고 녹취록을 보면 A씨가 "여기 ○○○점이다"라고 하자 119신고 접수자가 "진정하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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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려고 술에 의지"…근무 않고 쉬기도
부상자들 더욱 심각 "작은 소리에도 놀라"
시청역 사고 목격자 '트라우마' 극복 안간힘
지난 4일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사고 현장에서 한 시민이 절을 하고 있다. 2024.07.04.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요즘 술만 마셔. 시청 사고를 잊어버리려고." (시청역 역주행 사고 현장 인근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60대 박모씨)

"사고 첫날엔 잠을 못 잤어요. 이튿날부턴 신경안정제를 먹고 잤는데 꿈에 자꾸 관이 나와요." (사고 부상자 48세 송모씨)

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목격자들도 심리적 안정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고 직후 현장을 수습하거나 119 신고등에 나선 이들로 사고의 잔상을 잊기 위한 이들의 노력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발생 후 사고 현장의 모습. /사진=김지은 기자
지난 1일 시청역 역주행 사고 직후 가게 사장 박씨(빨간색 상의)가 현장에서 수습을 돕고 있다. /영장=독자제공


박씨의 주점에선 사고 현장이 내려다 보인다. 박씨는 사고 당일인 지난 1일 저녁 굉음을 듣고 바로 현장으로 내려갔다. 현장에서 6명이 숨졌다.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고통 받는 부상자도 7명 있었다. 목격자들은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쓰러진 사람 위에 놓여 있는 자전거를 치우는 등 구조를 도왔다.

사망자 명단에 포함된 은행 임직원 4명은 이날 박씨의 주점에서 회식을 했다. 주점 관계자는 "은행에서 20명 정도 단체 손님이 왔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시청역 인근 편의점 종업원 A씨는 사고 이후 다시 직장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사고를 목격하고 바로 119에 신고를 한 사람이다. 같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B씨는 "A씨는 그날 이후로 근무하지 않고 쉬는 중"이라며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받은 사고 당시 119신고 녹취록을 보면 A씨가 "여기 ○○○점이다"라고 하자 119신고 접수자가 "진정하라"고 답한다. A씨는 "우당탕탕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까 사람들 나오고 지금 난리났다"고 했다. 접수자는 A씨에게 "울지 말고 진정해야 한다"고 했다. A씨는 접수자 요청대로 편의점 밖으로 나가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직후 박씨 호프집 앞에서 은행 직원들이 동료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트라우마 호소' 부상자들…"작은 소리에도 놀라"

부상자들도 일상에 복귀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30대 윤모씨는 퇴근길에 인도를 걷다 돌진하는 차에 받혀 엉덩이와 무릎, 발목 등을 다쳤다. 부상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병원에 이송되면서 이들 중 사고 현장에 가장 오래 머무르게 됐다. 윤씨는 "작은 소리에도 크게 놀란다"며 "트라우마가 있을 수밖에 없는 사고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 직후 2층 호프집에서 여러 명이 내려왔고 사고 지점을 둘러싸고 사람 장벽이 세워졌다"며 "병원 이송될 때쯤에는 119구급대가 (시신을) 검은 천으로 덮어뒀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으로 이송할 때 본 현장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송씨는 사고 직전 인근 치킨집 앞을 걷다가 부상을 당했다. 그는 "길을 걷고 있었는데 뒤에서 '레이싱'하는 것 같은 무서운 소리가 들리더니 내가 '악' 소리를 낸 것 같다"며 "그 이후엔 정신을 잃은 건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어 "눈을 떠보니 앞에 오토바이가 2대가 넘어져 있고 3~4명이 누워 있었다"며 "부인한테 전화해서 사람들이 죽었는데 나는 조금밖에 안 다쳤다고 말했다"고 했다.

송씨는 허벅지와 허리, 팔에 타박상을 입었다. 사고 당일에는 신경안정제를 먹고도 잠을 잘 수 없었다. 둘째날부턴 신경안정제를 먹었지만 자면서 같은 꿈을 반복해서 꿨다고 한다. 그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 데 꿈에 자꾸 내 앞에 관이 나타났다"고 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유가족과 부상자, 현장 구조인력 등 직접 트라우마를 겪은 분들에게는 각별한 관심과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간접 트라우마로 경험한 시민의 불안 우울은 정상반응"이라며 "시간이 지나도 잠을 못 자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정신건강 상담전화를 통해 마음을 모니터링 해보는 것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난 3일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인도 돌진사고 현장을 찾은 시민들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정병혁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이강준 기자 Gjlee10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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