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는 한 마디도 안 나왔는데…'SK온 살리기'는 어떻게?
최경민 기자 2024. 7. 6. 06:00
[이슈속으로]
당초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SK그룹 리밸런싱의 포커스는 배터리 사업에 맞춰져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조 단위' 지출을 당분간 해야 하는 SK온을 살리기 위한 사업 조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각종 계열사 지분 매각, 통폐합 시나리오가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전환시킬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배터리 사업 등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룹 전체가 휘청일 정도는 아니다"며 "전열을 재정비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다가올 큰 기회에 대비해 성장의 밑거름을 충분히 확보하자는 것이 경영전략회의의 출발점이자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SK그룹이 도대체 뭘 어떻게 한다는 건가?"
지난달 30일 SK그룹이 경영전략회의 내용을 발표한 이후, 타 그룹의 한 고위 인사는 임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배터리 사업 위주의 리밸런싱과 관련한 방향성이 공개될 줄 알았는데, SK그룹의 발표에는 반도체와 AI(인공지능) 얘기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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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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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SK그룹은 지난달 28~29일 열린 경영전략회의 직후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AI와 반도체 등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 역시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SK그룹의 보도자료에는 '배터리'나 '이차전지'라는 단어가 단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린 사업 부문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당부 정도로만 방향성을 가늠해볼 수 있었다.
당초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SK그룹 리밸런싱의 포커스는 배터리 사업에 맞춰져 있다는 게 중론이었다.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조 단위' 지출을 당분간 해야 하는 SK온을 살리기 위한 사업 조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각종 계열사 지분 매각, 통폐합 시나리오가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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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건재하다"는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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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발표를 두고 재계에서는 "잘 하는 사업에 포커스를 맞춘 게 아니겠나"라는 반응이 나왔다. 실제 SK하이닉스는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역대급 실적이 예상되는 중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독점 생산 중인 엔비디아향 HBM3 수요가 견조하다. 2분기 영업이익의 경우 6조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0% 이상 오를 전망이다.
이같이 잘 되는 사업을 부각시키고,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는 것을 통해 "SK그룹이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올 상반기들어 SK그룹이 리밸런싱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SK그룹을 둘러싼 수 십, 수 백 가지 시나리오가 도마 위에 올랐던 게 사실이다. SK 경영진들은 설익은 계열사 구조조정설, 매각설이 퍼지며 그룹의 위상이 지나치게 떨어졌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분위기를 전환시킬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배터리 사업 등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룹 전체가 휘청일 정도는 아니다"며 "전열을 재정비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다가올 큰 기회에 대비해 성장의 밑거름을 충분히 확보하자는 것이 경영전략회의의 출발점이자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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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사업 의지 확고…그룹 전체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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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을 중심으로 한 이차전지 및 소재 사업을 둘러싼 어려움은 여전하다. 끝모를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기)의 터널이 지속되는 가운데, SK온(배터리)·SKC(동박)·SKIET(분리막) 등의 실적 부진이 오래가고 있다. 업계에서 SK그룹의 '반도체 위주' 경영전략회의 결과를 보고 "이제 배터리 사업을 후순위로 미룬다는 것인가"라는 말이 나온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SK그룹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파악된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강화하는 중이다. 최 수석부회장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인 박상규 사장과 함께 SK온의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을 맡고 있다. 최 수석부회장의 신임을 받는 유정준 부회장은 SK온에 부임했고, 최영찬 사장은 SK E&S의 미래성장총괄로 자리를 옮겼다. SK그룹은 리밸런싱의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
2026년 SK온의 IPO(기업공개) 성공을 위해 모든 방안을 다 동원할 기세다. 그룹 차원에서 구조적 리밸런싱과 유력 인사 배치 외에 투자금 마련, 고객사 확보 등도 지원하기 시작했다. SK그룹은 최근 EDC(캐나다수출개발공사), 중국 지리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EDC로부터 대규모 금융지원을 유치하면서, 동시에 지리그룹 산하 폴스타향 배터리 납품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온의 반등을 위해 그룹 전체가 나서는 모양새"라며 "배터리 사업 경쟁력을 키우는 마중물 확보를 위해 다수 기업들과 협력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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