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 되는정당 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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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비용 이중으로 보전 받고 대출로 산 건물 값 폭등
13년 전엔 임대 사무실을 전전했다. 당시 재산은 52억원이었다. 13년 후인 최근엔 장부상 192억5000만원(2016년 9월 실거래가)으로 기록된 10층 건물의 소유주이자, 현금 부자(예금포함 401억원)가 됐다. 건물을 사기 위해 8년 전 거래가의 80% 대출을 받았다는데 현재 은행차입금은 ‘0’원이다.
영리단체였다면 대단히 박수받을 성적표다. 하지만 비영리단체의 내역이다. 바로 더불어민주당이다. 건물가액이 8년 전 그대로 기재됐는데도 총 재산은 626억9511만원으로 늘었다. 국민의힘도 크게 다르지 않다. 2011년 495억원이었던 재산이 1146억9175만원이 됐다. 역시 10층 건물이 포함됐는데 2020년 7월 매입가인 440억원으로 적힌 채다.
정당은 돈 버는 곳이 아니다. 공공이익의 실현을 목표로 한 결사체로, 좋은 공직 후보자를 추천해 선거에 내보내고, 국민의 이익을 위하여 책임 있는 정치적 주장과 정책을 내놓는 일을 한다. 축재와는 무관한 일들이다. 중앙SUNDAY가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2024년 5월 정당 회계보고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정당들은 그러나 ‘알부자’가 되고 있다.
양대 정당은 임대료 받는 건물주…민주당 재산 13년새 12배, 국민의힘 재산 총액 1146억
민주당의 재산은 장부상으론 2011년 대비 12배 늘었다. 건물의 시세를 반영하면 실제 증가 폭은 더욱 클 것이다. 민주당이 193억원에 산 당사의 거래 당시 공시지가가 40억원이었다. 현재 93억원이다. 공시지가 상승 폭만큼 시세도 올랐다고 단순 계산하면 450억원이다.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사무총장을 그만둔 직후인 2020년 “민주당의 당사 매입은 재테크나 임대수익과 이자비용의 차액으로 이익을 내려는 ‘갭투자’ 방식과 거리가 멀다”며 “당이 필요한 만큼의 면적을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민주당은 1층엔 우체국, 지하는 식당에 임대를 줬다. 임대료 수입이 2300만원 정도로 기록돼 있다. ‘재테크’가 아니라고 했지만, 민주당의 건물 매입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기 직전이었다. 부동산 투자를 죄악시했던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값이 폭등했는데, 공교롭게도 민주당이 직접적 수혜자였다.
당비보다 국고보조금 수입이 더 많아
영등포구에서 11년째 부동산을 해왔다는 박모씨는 “현재 거래가 안 돼서 정확한 가치를 추산하긴 어렵지만, 주변 건물가격이나 입지로 봤을 때 두 곳 모두 단순 공시지가 상승분으로 계산한 수치보다는 훨씬 높은 시세 차익을 보았을 것”이라고 했다.
두 당 모두 건물가격의 80% 정도를 대출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150억여원을 모두 갚은 상태이고, 국민의힘은 은행 차입금이 100억원 남아있는 상태다. 2020년 8월 은행 차입금이 410억원이었으니 4년도 안 돼 310억원을 갚은 셈이다.
어떻게 두 당이 건물을 사고 대출금을 갚고 그러고도 상당한 현금을 가지고 있게 되었을까.
이와 별도로, 선거법에 따라 정당이 선거 때 쓴 비용을 국가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것도 있다. 당선 여부에 관계없이 득표율 15%만 넘기면 선거비용을 모두 보전해주기 때문에 양당 후보자들 대부분은 해당한다.
문제는 선거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이 사실상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선거 때 쓰라고 보조금을 줬으니 선거 때 쓸 게 자명한 데, 선거 때 썼다고 또 보전을 해주는 셈이어서다. 이른바 ‘이중 보전’ 논란이다. 주요 정당이 선거에 썼다고 보전 신청한 금액과, 선거보조금과 선거비용 보전액을 합친 걸 비교하면 후자가 100억원 정도 더 많다. 정치권에선 “선거 치를 때마다 정당이 부자가 된다”고 말하는데 대개 이 구조를 두고 하는 말인 경우가 많다.
4·10 총선을 포함한 올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 민주당은 188억원의 선거보조금을 받았고 선거비용 보전으로 47억원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각각 177억원(정당회계보고서 상으로는 205억), 48억원이다.
당원 수입이 많이 늘긴 했다. 민주당은 4월 30일까지 155억원의 당비를 받았다고 보고했다. 국민의힘은 87억원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국고보조금(경상·선거·여성추천·장애인추천)이 각각 247억원, 258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지 않다. ‘당의 주인인 당원’이란 주장이 나오지만, 돈만 보면 세금을 낸 국민이 더 주인이라고 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당비의 경우 사용처가 당규에 의해 정해졌는데 시·도당에 대부분 전달된다.
이런 구조 때문에 주요 정당이 빚을 내 건물을 사고 또 그 빚을 다 갚을 수 있던 자금원이 ‘국고’ 즉 시민들이 낸 세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장훈 중앙대 명예교수는 “건물 차입금을 갚는 것은 보조금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용으로 볼 수 있다”며 “명확한 회계감사를 통해 정당의 이념이나 정책을 알리는 활동에 직접 관계된 것이 아닌 것에도 보조금을 사용하는 것은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개발비 대부분 광고·현수막 제작
정당이 보조금을 받아놓고 제대로 쓰고 있는지 의아한 부분도 있다. 경상보조금의 10% 이상을 ‘여성정치발전비’, 5% 이상을 ‘청년정치발전비’로 써야 하나 용처가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대부분 여성·청년 당직자 인건비로 지출되는 실정이다. 2023년 기준 해당 항목에서 국민의힘은 21억8981만원을 써 10%(20억원) 규정은 맞췄지만, 주로 여성 당직자 급여였다. 민주당 중앙당은 지역위원회별 여성위 공모사업 운영경비,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 경비, 여성정치 참여확대위원회 경비, 여성·남성 유권자 의식 조사 등에 사용했지만 14억7137만원을 쓰는 데 그쳐 규정된 10%(22억원)에 못 미쳤다. 각 시·도당 여성정치발전비 7억9000만원가량 추가 지출까지 합한 후에야 22억6406만원이 됐다.
청년정치발전비도 마찬가지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2024년 1분기 기준 1억7081만원을 사용했는데 대부분이 대변인·위원회 등의 인건비로 사용됐다. 인건비 아닌 사용은 워크숍 간담회 등 일회성 행사에 그쳤다. 국민의힘 또한 3억9697만원의 비용 중 113만원의 홍보물 제작비를 제외한 대부분을 청년본부 사무처 급여로 사용했다.
각 정당과 후보들이 ‘정책 선거’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정책개발비에 투입한 돈은 적었다. 올 4월 기준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2211만원과 6억7472만원을 사용했는데, 민주당의 경우 정책공약집 제작비용으로 사용된 것이 전부이다. 국민의힘의 경우에도 대부분이 광고·현수막 제작 등 홍보비용에 치중됐다. 양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여의도연구원도 경상보조금 16억4976만원과 18억4000만원을 받았지만 대부분 인건비로 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정당 회계에 대한 상시적 감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일반인이 확인하려면 선관위 홈페이지에선 항목 총액 정도 확인할 수 있고 영수증 등 증빙 서류는 공개 후 6개월 간 선관위에서만 열람 가능하다.
원동욱 기자 won.dong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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