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거는데 가만 있나"… 일선 검사들 "탄핵=직권남용죄" 강경론
이원석 "위법한 부분은 법률적 검토"
형사대응 시사에 검찰 내부 '옹호론'
"수사해도 공수처가 해야" 신중론도
이원석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를 두고 △직권남용 △명예훼손 △무고 등 구체적 죄명을 언급하면서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현직 검찰총장이 수사 착수도 안 된 사건에서 죄명을 구체적으로 말하고 이에 대한 판단을 곁들인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데, 이를 두고 야당의 탄핵 시도를 검찰이 수사로 대응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이 총장은 5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면서 검사 탄핵소추안 발의에 대한 법적 대응 검토 여부를 묻는 취재진에게 "민주당의 탄핵소추는 헌법·법률을 위반하고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라며 "법률가로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허위사실을 적시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그외에도 여러 법률적 문제가 많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탄핵이) 징계처분에 해당한다면 무고에 해당한다는 법률적 견해도 있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선 실제 탄핵소추가 이뤄지고 이에 대해 고소·고발이 뒤따르면,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됐다.
이 총장의 발언은 검찰 내부에서 들끓는 '강경대응' 여론에 불씨를 댕겼다. 국회의원이 헌법에 규정된 권한(탄핵소추)을 행사하는 것을 범죄로 규정하는 듯한 발언이었지만, 검사들 사이에서 "말을 아껴야 한다"는 신중론은 드물었다. 그보다는 "직권남용 수사는 정해진 수순"이라거나 "고발장이 들어오면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는 강경 의견이 많았다. 재경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수사했다는 이유로 실무 검사까지 탄핵하며 몰아붙인 것은 민주당"이라며 "전쟁을 걸어오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런 반응은 손준성·이정섭 검사의 탄핵소추 때와 비교하면 180도 다른 분위기다. 당시에는 해당 검사들의 개인비위(고발사주, 처남 사건 특혜 등)가 있었지만, 이번 검사 4명(강백신·김영철·엄희준·박상용)은 모두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 관련 수사에 관여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탄핵소추 시도를 직권남용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해석이 많다.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헌법 규정에 따라 해당 검사들의 직무는 정지된다. 이는 △직권이 있는 국회의원들이 △권한을 남용해 △검사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것이기에, 직권남용 구성 요건에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한 검사는 "이재명 이화영 재판에 유리하게 하기 위한 목적의 탄핵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알 만큼 명백하다"며 "판례상 직권남용 요건인 '부당한 목적'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검찰이 실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민주당이 '정치검찰' 딱지를 붙이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이 자체가 초대형 정쟁으로 불거질 것이 뻔해, 수사에 착수하는 순간 거대 야당과의 전면전을 각오해야 한다. 대검도 이 총장의 발언에 대해 "형사적 대응을 검토한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검 관계자는 "질문이 나왔기에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법리적 의견을 밝힌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찰에 고소·고발장이 접수된다고 하더라도, 직접 수사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한다면, 이재명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심판 대상자가 심판이 되려 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며 "정말 탄핵안이 발의되고 고발장이 접수되더라도,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다른 기관이 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탄핵 대상에 포함된 박상용 검사는 이날 이성윤 민주당 의원 등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했다. 민주당은 박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에서 "울산지검 청사 대기실과 화장실 세면대 등에 대변을 바르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용물 손상죄를 범했다"고 적시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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