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변호사 출신…이름 ‘키어’는 초대 노동당수서 따와

백일현 2024. 7. 6.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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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선거 시즌] 영국 총선, 노동당 압승
키어 스타머 영국 신임 총리 부부가 5일(현지시간) 오후 런던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앞에 도착해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이 압승하면서 키어 스타머(62) 노동당 대표가 총리에 등극했다. 고든 브라운(2007~2010) 이후 14년 만의 노동당 총리다. 보수당의 리시 수낵 전 총리는 취임 1년 9개월 만에 퇴장했다.

스타머 총리는 “국민과 정치인 사이에 커진 간극이 국민을 지치게 했다”며 “우리는 정치가 선의를 위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변화를 예고했다.

스타머는 1962년 공구 제작자인 아버지와 희소병(스틸병)을 앓은 간호사 어머니 사이 네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키어라는 이름은 노동당 지지자였던 부모가 노동당을 창립한 키어 하디 초대 당수 이름에서 땄다. 스스로 “노동계급 출신인 진보주의자이자 중도주의자”로 규정한다. 16세에 노동당의 ‘젊은 사회주의자’ 모임에 가입했고, 리즈대에 진학한 후엔 ‘노동 클럽’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곳과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했는데 가족 중 첫 대학 졸업자였다. 트로츠키주의 급진 잡지인 ‘사회주의 대안’ 편집자로 일하기도 했다.

1987년 법정 변호사가 된 뒤엔 인권 관련 변호를 주로 맡았다.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시위자들도 변호했다. 2008년부터 5년간 왕립기소청(CPS) 청장을 지냈고 그 공로로 기사 작위를 받았다. 2015년 52세의 나이에 하원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노동당의 그림자 내각(정권교체를 대비한 예비내각)에서 브렉시트부 장관으로 일했고 2019년 총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전임자 제러미 코빈에 이어 2020년 노동당 대표로 선출됐다.

김영옥 기자
당 대표를 맡은 그는 당을 중도적 노선으로 이끌었다. 노동당의 대표적인 사회주의 정책으로 꼽혀온 물·에너지 국유화 공약을 폐지했다. 영국군에 대한 지원 확대를 약속하며 당에 붙어 있던 반애국적이란 꼬리표를 뗐다. “반유대주의는 우리 당의 오점이었다”며 유대인 당원들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이 때문에 스타머는 ‘제3의 길’로 1997년 총선에서 압승해 18년 만의 정권 교체를 이룬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 비견되기도 한다. 다만 블레어 같은 카리스마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타머는 진지하고 강렬하며 실용적이지만 카리스마가 넘치진 않는다”며 “스타성은 없지만 무자비한 효율성으로 노동당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으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당내 충성파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그의 부인 빅토리아는 유대인 가정 출신의 변호사로 공공의료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산업보건 전문가로 일한다. 둘 사이엔 10대인 아들과 딸이 있다. 스타머는 무신론자를 자청하며, ‘페스카테리안’(해산물을 먹는 채식주의자)다.

스타머는 9~11일 미 워싱턴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스타머는 지난해 정권 교체를 준비하는 그림자 내각(예비 내각)을 구성했다. 외신들은 스타머의 내각에 대해 “블레어주의자(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유사한 사회민주주의를 따르는 이)들이 장악했다”고 설명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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