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까지 다양하게 많이 정당에 돈 주는 국가는 없다"

고정애 2024. 7. 6.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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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큰돈 되는 비즈니스
정치권에서 “정당이 세금 도둑질의 공범이 되고 있다”, “통제받지 않는 수백억원의 국고보조금 지급은 정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높일 뿐 아니라 정당 스스로의 자생력을 잃게 만든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변방에 머물 뿐이다. 돈을 내주는 중앙선관위의 줄기찬 개선 요구도 외면받는다.

한때 보다 나은 정당 정치를 위한 예산 지원이, 이젠 정당을 배불리는 수단이 되고 있지만 개선 조짐은 없다. 3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의 정당·정치자금 실태를 조사한 문은영(사진) 건국대 시민정치연구소 교수는 3일 통화에서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그리고 많은 돈을 주는 국가는 사실은 없다”며 “학생들에게 눈 똑바로 뜨고 봐야 한다. 너희 세금이 정당에 이만큼이나 들어간다고 말하곤 한다”고 했다.

Q : 국고보조금의 도입 취지는 뭐였나.
“1980년에 도입됐는데 정당의 안정적 재정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사적 기금 등 금권의 영향력을 막자는 의미도 있었다. 국가가 정당들에 최대한 공평하게 주는 것이어서, 조달 능력의 격차에도 정당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준 것이다. 이후 여성·장애인·청년 등 제도적 대표성이 부족한 사회적 약자들이 제도권에 들어오도록 보조금을 추가로 준 것이다.”

1980년이면 전두환 군사정권 때다. 계엄령 치하에서 만들어진 5공 헌법에 ‘정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정당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조할 수 있다’(제7조 제3항)는 조항이 신설되면서 정당에 예산을 지원할 길이 열렸다. 그해 말 국가보위 입법회의에서 정치자금법을 개정하며 국고보조금 지원을 확정했다. 이후 선거 있는 해 지원하는 선거보조금, 여성·장애인·청년 추천 보조금 등이 연이어 신설됐다. 〈그래픽 참조〉

그래픽=남미가 기자 nam.miga@joongang.co.kr
2004년엔 선거법을 개정해 별도 예산 지원 통로를 마련했다. 선거 때 사용한 비용을 보전해주는 것이다. 헌법에 ‘선거에 관한 경비는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근거가 있다. 이른바 ‘선거공영제’다. 국회는 선거보조금은 그대로 둔 채 선거비용 보전하도록 했다. 선거비 쓰라고 돈 주고, 선거비용에 썼다고 돈 주는 ‘이중보전’인 셈이다. 전국 선거만 치르면 주요 정당에 100억원 넘는 돈이 추가로 더 지급되게 된 계기였다.

Q : 외국도 이렇게 많이 주나.
“그렇지 않다. 국고보조금 제도가 비슷하게 있지만, 우리처럼 일상 경비를 주고(경상보조금), 선거보조금을 주고 그다음에 추천보조금까지 주는 국가는 없다. 많이 준다는 독일도 일상 경비만 준다.”

2018년 독일은 1억9000만 유로(2833억원)를 20개 정당에 지급했다. 많아 보이지만 독일의 그해 연방 예산이 3483억 유로(5193조원)이다. 우린 예산이 600조원대인데 올해 경상·선거보조금만 10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다 선거비용 보전으로 1093억원이 나갔다. 선거 없는 해에도 400억원 정도 준다.

Q : 당비 내는 당원이 급증하면서 당비 수입도 늘었다. 계속 이렇게 주는 게 맞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언급을 안 하려 한다. 서로 윈윈이어서다. 안 건드리려는 암묵적 합의가 있다.”

Q : 선관위에서 계속 개정 의견을 내는데.
“보조금을 줄여야 한다고, 이중보전을 말아야 한다고 하는데, 정당들은 외면한다.”

실제 2021년에도 선관위는 선거비용을 보전할 때 국고보조금(경상·선거)으로 해당 선거에 지출한 금액만큼 감액하자는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냈으나 외면당했다.

고정애 기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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