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 "경제 회복 독한 약 쓸 때 아니다" 대대적 부양책 없을 듯

유상철 2024. 7. 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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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차이나 워치] 15~18일 중국 20기 3중전회, 관전 포인트는
지난 2018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9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 ‘3중전회’로 알려진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는 중국의 중대한 경제 정책이 제시된 행사다. [신화=연합뉴스]
오는 15~18일 세계의 이목이 중국으로 쏠린다.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 즉 20기 3중전회(中全會)가 베이징에서 열리는 까닭이다. 중국 공산당은 5년마다 당대회(제○기)를 열고, 그 5년 사이에 대체로 7차례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를 소집한다. 그 중에서도 3중전회는 개혁의 대명사로 통한다. 중국사의 흐름을 바꾼 중대 개혁 조치가 3중전회를 통해 발표되곤 했기 때문이다. 이번 3중전회에선 과연 어떤 중요 결정이 내려질까? 중국 경제의 부진을 일거에 떨칠 특단의 대책이라도 나오는 걸까? 몇 가지 관전 포인트를 살펴본다.

중국인의 기억 속에 3중전회는 특별하다. 인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개혁이 3중전회를 통해 이뤄져 온 탓이다. 대표적 예가 1978년 열린 11기 3중전회다. 덩샤오핑은 화궈펑 총리가 제시한 마오쩌둥의 결정과 지시 이 두 가지는 무조건 옳으니 결단코 따라야 한다는 양개범시(兩個凡是) 정책을 전면 부정했다.

대신 “경제 건설을 중심으로 한다”며 개혁개방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듬해 코카콜라가 중국에 진출했다. 89년 비극적 천안문(天安門) 사태를 겪고 난 뒤 93년의 14기 3중전회에선 장쩌민 국가주석이 사회주의 정치체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접목하는 사회주의시장경제체제의 틀을 마련했다. 중국 경제의 고비마다 획기적 개혁 정책이 나왔다.

친강·리상푸 낙마도 3중전회 연기 원인

3중전회는 대개 5년 주기의 당 대회가 열린 이듬해 개최된다. 이 관례에 따르면 20차 당 대회가 2022년 열렸으니 20기 3중전회는 2023년 개최가 맞다. 한데 1년 가까이 늦어졌다. 왜? 먼저 부진한 중국 경제 상황이 꼽힌다. 부동산 침체와 민영기업의 활력 상실, 그리고 청년 실업률 급증 등 악재가 잇따르며 개혁의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형편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정치 혼란이다. 지난해 여름 시진핑이 친히 선발한 친강 외교부장과 리상푸 국방부장이 연이어 낙마하며 중국 정가가 요동쳤다. 특히 로켓군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숙청의 파장이 커 3중전회를 열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날로 격화하는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게다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터지며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았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8개의 의제를 제시했다. 재정 개혁과 민영경제 활성화, 은퇴 늦추기, 토지제도 완화, 호구(戶口) 제한 취소, 개방 확대, 세제 개편, 출산 촉진 정책 등이다. 이 가운데 출산 감소와 고령화가 야기하는 노동력 부족을 막기 위해 퇴직 연령을 늦추는 방안과 취약한 지방 정부의 재정을 강화하기 위한 재정 정책 등이 우선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대대적 경기 부양책을 기대하기도 하나 그 가능성은 작다. 리창 중국 총리가 최근 “중국에 현재 필요한 건 근본을 다지고 원기를 북돋우는 것(固本培元)”이라고 한 말에서 감을 잡을 수 있다. 리창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사태로 큰 병을 얻었고 지금은 막 회복하는 단계다. “이때 독한 약(猛藥)을 쓰면 안 된다는 게 중의(中醫) 이론”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깜짝 놀랄 조치는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보다는 중국 공산당이 지난달 말 정치국 회의에서 밝힌 이번 3중전회의 주제인 ‘전면적인 개혁 심화와 중국식 현대화 추진’의 함의를 제대로 살필 필요가 있겠다. 시진핑이 이번 3중전회를 통해 진정으로 이루고자 하는 건 개혁을 전면적으로 심화해 중국식 현대화를 달성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진핑이 중국식 현대화를 처음 언급한 건 2021년 7월이다. 그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세계 160여 국가 500여 정당 대표를 베이징으로 초청한 자리에서 “중국식 현대화로 인류의 현대화 도로(道路) 탐색에 새로운 공헌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까지 ‘현대화=서구화’로 인식됐다. 한데 시진핑은 현대화가 곧 서구화란 등식에 반기를 든다. 중국식 현대화도 있다는 것이다.

시진핑에 따르면 중국식 현대화는 각국 현대화의 공통된 특징에 다섯 가지 중국특색을 더한 것이다. 거대 인구의 현대화, 공동부유의 현대화,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조화를 이루는 현대화, 사람과 자연이 조화로운 현대화, 평화발전의 길을 걷는 현대화가 중국식 현대화다. 시진핑은 발전을 원하면서도 독립을 유지하길 바라는 국가, 즉 개도국에 서구화와는 전혀 다른 이 중국식 현대화 모델을 제공하겠다고 말한다.

중국 발전모델 만들어 개도국 전파 의지

1978년 징시호텔에서 열린 11기 3중전회에 참석한 덩샤오핑(오른쪽)과 천윈. [중앙포토]
바로 이 대목에서 덩샤오핑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중국의 서사를 읽을 수 있다. 과거의 개혁은 빈사 상태의 중국을 소생시키기 위해 서방의 앞선 기술과 자본을 도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데 이제 시진핑 시대의 개혁은 중국 스스로 발전 모델을 만들어 이를 다른 나라들이 따라 할 수 있도록 세계에 공급하는 데 중점을 둔다. 외국으로부터 배우고 받는 데서 세계를 가르치고 주겠다는 것으로 180도 입장이 바뀐 것이다.

중국 인민의 영수(領袖)에서 세계 만민의 지도자로 거듭나려는 시진핑의 야망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어떻게 중국식 현대화를 이루려는 걸까? 개혁의 전면적인 심화를 통해서다. 그리고 그 개혁의 키워드로 제시되는 게 바로 ‘신질(新質) 생산력’이다.

신질 생산력은 지난해 9월 시진핑이 처음 언급했다. 생산력은 재화를 창출하는 능력을 말한다. 과거 성장은 자원의 대량 투입에 의존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미래 발전은 혁신이 주도해야 한다. 이처럼 혁신을 통해 질적으로 향상된 재화의 창출 능력이 신질 생산력이다. 과학기술 분야는 물론 농업과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신질 생산력이 발휘돼야 한다고 시진핑은 강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3중전회에선 이 신질 생산력 제고 방안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중국은 현재 미국의 견제로 서방으로부터 더 이상의 첨단기술 획득이 어렵다. 자체 혁신을 통해 기술의 자립과 자강을 이루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는 중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또 미·중 경쟁의 본질이 기술패권 전쟁인 점을 감안하면 신질 생산력 제고 방안이 이번 3중전회에서 화두가 될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당 대회 휴회기간에 열리는 ‘중전회’…3중전회선 지도부 경제철학·개혁정책 결정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다. 당의 최고 권력기관은 5년마다 열리는 전국대표대회로 2022년 20차 당 대회가 열렸다. 당 대회는 5년에 한 번씩 열리기에 그 휴회 기간 중 주요 정책은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한다. 이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중전회(中全會)라 부르며 다음 당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7차례 정도 개최한다. 중전회는 베이징 창안(長安)대로 서쪽의 징시(京西)빈관에서 철통보안 속에 진행되는 게 상례다.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 즉 1중전회는 당 대회 직후 열리는데 당의 총서기와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중앙군사위 위원 등 당의 새 지도부를 꾸린다. 2중전회는 당 대회 이듬해의 양회(兩會·전인대와 정협회의) 직전에 개최돼 국가주석과 총리, 전인대 상무위원장, 정협 주석 등 국가기구 책임자들에 대한 인사 문제를 다룬다.

그리고 그해 가을 3중전회를 여는데 이때 새 지도부의 경제 철학과 개혁 의지를 담은 정책이 결정돼 세계의 이목을 끈다. 4중전회는 그다음 해 열리며 주로 당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와 관련된 당 건설이 주요 이슈가 된다. 1년 뒤 5중전회에서는 국민경제 5개년 계획에 대한 심의가 중점이고 그로부터 1년 후의 6중전회에서는 이념적 부분을 다지는 작업이 이뤄진다. 7중전회는 차기 당 대회가 열리기 직전 개최돼 다음을 준비한다.

중앙위원회는 200여 중앙위원과 160여 후보위원 등 360여 명으로 구성돼 사실 무엇을 논의해 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론 그 위 24명의 정치국 위원, 그보다 더 높은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집단으로 중국을 이끌어가는 게 덩샤오핑 이후의 중국 체제였다. 하지만 지금은 시진핑 총서기 1인 체제라 불러도 과언은 아니다.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겸 차이나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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