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9역 연쇄살인극 이렇게 웃겨도 돼? 인간 본성 꼬집는 뮤지컬

유주현 2024. 7. 6.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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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에서 1인 9역 다이스퀴스 패밀리를 연기하는 배우 이규형. [사진 쇼노트]
웃을 일 없는 세상, 모처럼 큰 웃음을 주는 무대가 열린다. 2014년 토니상을 비롯한 브로드웨이 4대 뮤지컬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상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웰메이드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다.

국내에서도 2018년 초연부터 객석점유율 92%를 기록했고, 2021년 코로나 시국에도 당시 사회상을 절묘히 풍자한 각색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영국 작가 로이 호니만의 소설 『이스라엘 랭크: 범죄자의 자서전』(1907)과 영화 ‘친절한 마음의 화관’(1949)을 원작 삼았다.

1900년대 초반 영국 런던. 평생 가난하게 살아온 주인공 몬티 나바로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명문가인 다이스퀴스 가문의 후계 서열 여덟 번째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가난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좌절해 후계자들을 하나씩 제거하는 ‘연쇄살인극’이지만, 잔인한 장면은 없다. 상류층의 위선과 파렴치한 인간 본성을 신랄하게 꼬집으며 영리하게 웃긴다.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
몬티 나바로 역에 송원근·김범·손우현, 다이스퀴스 패밀리 역에 정상훈·정문성·이규형·안세하가 나오는데, 대극장 뮤지컬로선 보기 드물게 1인 9역으로 ‘열일’ 하는 ‘다이스퀴스 패밀리’ 연기를 보는 재미가 백미다. ‘왜 가난하고 그래’라는 대표 넘버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개돼지로 아는 에덜벌트 백작을 비롯해 자선사업가로 셀프 포장한 사교계 여왕, 은행장 아버지만 믿고 설치는 안하무인 2세 등 닮은 듯 다른 남녀노소 아홉 캐릭터 모두 개성을 살려내야 하는 고난도 작업이다.

백작가문의 피붙이지만 여덟번째 서열 후계자인 몬티 나바로가 ‘하이허스트성’에 입성하기까지 부자 친척들을 하나하나 제끼는 도장깨기 열전이 배꼽잡는다. 몬티가 굳이 손을 더럽힐 필요없이 조금만 덫을 놓아두면 다이스퀴스 패밀리는 제발로 걸려든다. 목사인 이제키엘은 스스로 올라간 교회 지붕 꼭대기에서 손을 안잡아 줬을 뿐이고, ‘양봉성애자’ 부동산재벌 헨리는 벌떼의 습격을 자초한다. 하지만 몬티가 백작이 되고 나면 자기 뒤에도 줄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몬티도 다이스퀴스 패밀리 줄초상 대열에 끼게 된 셈이다.

이번 시즌은 새로운 세트로 관객을 맞는다. 3D 팝업북을 펼쳐 놓은 듯한 무대와 영상이 몰입도가 높다. 6일부터 10월 20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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