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발랄하고 유쾌한 휠체어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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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의 일종인 '선천성 근위축증'을 지닌 채 태어났다.
근력이 점점 사라져 7세부터 걷지 못했다.
근육이 점점 수축하면서 몸에 부착하는 기계 장치가 하나둘 늘어났다.
입학하고 싶었던 대학 기숙사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다른 대학에 진학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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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병의 일종인 ‘선천성 근위축증’을 지닌 채 태어났다. 근력이 점점 사라져 7세부터 걷지 못했다. 14세부턴 “코끼리처럼 긴 코”(호흡기)를 사용해야 했다. 근육이 점점 수축하면서 몸에 부착하는 기계 장치가 하나둘 늘어났다.
삶은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았다. 장애인을 힘들게 하는 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육체적 불편함도 아니었다. 고등학생 때 연기 수업을 듣고 싶었으나 신체 활동이 제한적이라며 거절당했다. 입학하고 싶었던 대학 기숙사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아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다른 대학에 진학해야 했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을 애처롭게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유쾌하게 소리친다.
“자자 여러분, 주목! 나는 휠체어를 사용하지만 누가 도와주면 몇 발자국은 걸을 수 있어요. 여러분이 본 건 기적이 아니에요.”
이 책은 중국계 미국인이자 장애인 인권 활동가가 쓴 회고록이다. 저자의 나이는 50세. 어렸을 때 주치의는 18세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의학 발달로 수명이 연장됐다.
신간은 엉뚱한 상상으로 시작한다. 현재를 과거라고 상정하고, 미래의 시점에서 책을 썼다고 능청을 떠는 것이다. 미래에서 바라보면 현재의 장애인 인식 수준이 낮다는 점을 풍자한 것. “저는 단지 여러분 모두와 동일한 공간에 존재하기 위해, 그저 그 최소한을 위해 이 모든 전투를 치러야 했답니다.”
저자는 살면서 여러 차별과 마주하지만 유쾌함으로 이를 극복해 나간다. 장애인으로 태어난 것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에 “엄마 아빠, 낙태하지 않아서 감사하다”고 소리친다. 자신이 죽은 뒤 실릴 부고 기사를 싣기도 했는데 진중함 속에 발랄함이 가득하다. ‘신탁 예언자이자 이야기꾼이고 사이보그이며 ‘트러블 메이커’(말썽꾸러기)이고 활동가이며 올빼미형 인간인 앨리스 웡이 숨졌다. 향년 96세.’
친한 친구와의 통통 튀는 대화, 장애인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 레시피, 커피를 마시는 일의 즐거움 등 다양한 이야기가 담겼다. 장애인 회고록이 사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낼 거라는 편견을 부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한 인간이 삶에 대한 열망을 가득 쏟아내 읽는 내내 기분이 좋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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