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내가 늙어 알게 된 것은…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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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하나씩 잃어간다.
의지대로 움직여 주는 몸, 또렷한 눈, 밝은 귀, 배우자, 자녀, 친구, 기억 같은 소중한 것들 말이다.
배우자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만약 85세가 되었을 때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서로 기댈 수 있는 끈끈한 사이이길 바란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때부터 현재까지 쭉 시간을 거슬러 살펴보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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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친 것 대신 가진 것에 집중하고… 마치 내일이 없는 듯 현재 즐기며
선택 어려울 땐 넓은 관점서 보길… 단순하고 확실한 지혜 깊은 울림
◇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존 릴런드 지음·최인하 옮김/328쪽·1만9800원·북모먼트
점차 하나씩 잃어간다. 의지대로 움직여 주는 몸, 또렷한 눈, 밝은 귀, 배우자, 자녀, 친구, 기억 같은 소중한 것들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 누구나 맞아야 할 그런 삶의 변화는 어떻게 다가올까.
뉴욕타임스 기자인 저자는 삶의 마지막을 향해 유유히 걸어가는 노인 여섯 명과 1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한다. 저자는 노인들로부터 나이 듦의 고단함에 대해서만 듣게 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을 만나며 본인의 인생이 송두리째 뒤집히는 경험을 한다.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는 대신 가진 것에 집중하는 단순한 삶이 주는 울림이 깊어서다. 여러모로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떠올리게 하는 신작이다.
노인을 주제로 한 기존의 논의는 빈약한 편이다. 대부분 노년에 겪게 되는 심각한 문제점에 쏠려 있다. 몸과 마음이 급격히 쇠약해진다거나 노인 환자를 간호하는 데 어마어마한 치료비가 든다거나. 아니면 아예 반대로 세월을 거스른 듯 늙지 않는 할머니를 어디선가 찾아내 소개하는 식이다. 90세에 마라톤을 한다는 것 등.
책 속 노인들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지극히 평범하다. 그들은 잃은 것도 많고 할 수 없는 일도 많았지만 연연하지 않고 오늘도 새 아침을 맞이한다. 그들은 대공황(1929∼1933년)을 버텨냈고 배우자가 서서히 하늘나라로 떠나는 모습까지 지켜봤다. 배우자에게 일어난 일이 자신에게도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런 다음 미래를 보니 환상이 사라졌다. 생은 차분해졌다.
스탠퍼드대 장수연구센터 설립자이자 심리학자인 로라 카스텐슨 교수는 노인들이 삶에 더 크게 만족하는 이유를 ‘사회 정서적 선택성’ 이론으로 설명한다.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아는 노인은 당장 즐거울 수 있는 일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반면, 젊은이는 현재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 중 나중에 혹시라도 필요한 게 있을까 초조해한다는 것.
저자는 노인들과 시간을 보낼수록 인생의 여러 선택지 중 어떻게 해야 행복을 고를 수 있을지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고 말한다. 미래로부터 현재까지 거슬러오는 ‘복기’가 습관이 됐다고도 말한다. 만약 85세가 되었을 때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서로 기댈 수 있는 끈끈한 사이이길 바란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때부터 현재까지 쭉 시간을 거슬러 살펴보면 된다는 것. 더 오래 일하고 야근을 밥 먹듯 하며 바쁘다는 핑계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홀히 한다면 바라는 삶을 얻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6명 노인의 개성이 잘 드러나지 않고 ‘으레 노인은 그렇다는 듯’ 식으로 흘러간다는 느낌이 들 무렵 노인들은 다시 등장한다. ‘프레드의 수업’, ‘헬렌의 수업’ 식으로 각 노인이 각 장의 주인공으로 나선다. 프레드는 정이 많고 괴팍했으며 깜빡깜빡 잊어버리곤 했다. 헬렌은 유쾌하고 현명했으며 같은 말을 자주 반복하기도 했다는 식으로.
어른에게 삶의 지혜를 구한다는 면에서 구성은 상투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한 인간의 평범하지만 진실한 생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충분히 감동적이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건가.’ 그런 생각을 문득문득 들게 만드는 책이다.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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