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사람을 위한 경영, ‘미다스의 손’ 기적 일으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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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에게 빌린 자본금 300만 엔, 직원 28명.
1959년 스물일곱의 이나모리 가즈오가 세운 일본 전자기기 회사 교세라의 시작은 이랬다.
창업 후 17년이 지난 1976년, 40대의 이나모리는 언론사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당시 아무런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경영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나모리 경영 철학을 집대성하겠다"는 취지에서 작업은 재개됐고 지난해 말 일본에서 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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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위기 극복해낸 경영 노하우… 인간의 도리 중시한 철학 돋보여
◇경영, 이나모리 가즈오 원점을 말하다/이나모리 가즈오 지음·이나모리 라이브러리 등 엮음·양준호 옮김/700쪽·3만9800원·21세기북스
지인에게 빌린 자본금 300만 엔, 직원 28명. 1959년 스물일곱의 이나모리 가즈오가 세운 일본 전자기기 회사 교세라의 시작은 이랬다. 창업 후 17년이 지난 1976년, 40대의 이나모리는 언론사가 주최한 간담회에서 “당시 아무런 기반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경영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했다”고 말했다. “변화무쌍하고 덧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지만, 동시에 그것만큼 어떤 역경 가운데에서 큰 의지가 되는 것도 없습니다.” 불과 60여 년 만에 교세라는 시가총액 3조 엔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나모리는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자동차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와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중 한 명이다. 그는 교세라에 이어 1984년 KDDI를 설립해 시총 9조5000억 엔의 회사로 키우고, 2010년 파산에 직면한 일본항공(JAL)의 무보수 회장직을 맡아 2년 8개월 만에 회생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1970년대 오일쇼크, 1980년대 엔고 불황, 1990년대 버블 붕괴,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현대 경제사의 주요 국면을 헤쳐나간 경영자의 철학이 녹아 있다. 이 중 조직을 소규모의 ‘아메바’로 쪼개 경영 실적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아메바 경영’이 자세히 언급된다. 2011년 중국 광저우에서 기업가들을 대상으로 열린 강연에서 그는 “이러한 경영 관리 시스템이 작동하면 시장가격이 대폭 하락했다 하더라도 아메바가 즉각적으로 대책을 취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판단력 향상, 사업 확대, 직원 의욕 고취 등 그가 60여 년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체득한 통찰과 일화들이 풍부하다.
그의 윤리관은 기업인은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보고 곱씹을 만하다. 방명록에 ‘경천애인(敬天愛人·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이란 말을 남기던 그는 절체절명의 순간에서는 “무엇이 인간으로서 올바른가?”를 항상 생각했다고 한다. 소조직이 엄격하게 채산 관리에 임하도록 하는 ‘아메바 경영’은 단순히 보면 회계학 기법이지만, 근저에는 최고경영자의 권한을 내려놓고 각 조직에 모든 것을 맡기는 신뢰의 미덕이 있었다.
그가 오늘날 회자되는 이유는 비단 손대는 것마다 성공한 ‘미다스의 손’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의롭고 윤리적인 경영으로 고수익 기업을 이룰 수 있다는 그의 원칙이 통할 때마다 느껴지는 울림이 더 크다. 저성장과 불확실의 시대에 이나모리에게서 지난한 시기를 헤쳐나갈 지혜를 구해보는 건 어떨까.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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