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모두 삶의 일부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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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셀러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저자로, 에세이 '사는 게 뭐라고'와 '죽는 게 뭐라고'를 쓴 사노 요코의 글들을 사후에 모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기분 괴물'이라고 부른다.
"오래 산다고 뭔가를 잘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아마 자신의 마음을 가장 모를 것"이라고 쓴 사노는 "많은 기쁨과 슬픔과 분노를 아이들이 충분히 받아들이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후기에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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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연애편지 등 미발표 글 출간
감정에 솔직했던 작가 모습 엿보여
◇언덕 위의 아줌마/사노 요코 지음·엄혜숙 옮김/296쪽·1만9800원·페이퍼스토리
밀리언셀러 그림책 ‘100만 번 산 고양이’의 저자로, 에세이 ‘사는 게 뭐라고’와 ‘죽는 게 뭐라고’를 쓴 사노 요코의 글들을 사후에 모았다. 그의 작고 10주기를 맞아 잡지에 실렸거나 단행본에 수록되지 않은 원고 등을 담았다. 짧은 동화부터 대학 재학이나 유학 시절 이야기를 쓴 에세이,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와 주고받은 연애 편지까지 다양하다.
표제작인 ‘언덕 위의 아줌마’는 국내에서 처음 공개되는 희곡 작품이다. 1999년 극단 ‘엔’의 어린이 무대에서 상연된 이 작품은 매 순간 기분이 날씨처럼 변덕스럽게 바뀌는 거대한 아줌마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줌마가 장을 보러 등장하면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두려움에 벌벌 떤다. 아줌마가 분노하면 궂은 날씨로 마을이 위험에 처하게 될 수 있어서다.
사람들은 그녀를 ‘기분 괴물’이라고 부른다. 주인공인 루루가 그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주며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았다. “오래 산다고 뭔가를 잘 알게 되는 것이 아니다. 아마 자신의 마음을 가장 모를 것”이라고 쓴 사노는 “많은 기쁨과 슬픔과 분노를 아이들이 충분히 받아들이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후기에 썼다.
어린이 희곡 ‘언덕 위의 아줌마’와 더불어 동화 ‘제멋대로 곰’ ‘지금이나 내일이나 아까나 옛날이나’ 같은 작품에서는 언제나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것을 과감히 드러낼 줄 알았던 사노의 매력이 물씬 드러난다. 에세이가 아닌 이야기의 형식을 취해 좀 더 신비로운 감성이 더해졌다.
사노가 1938년 중국 베이징에서 태어나 중일전쟁을 겪고 가난한 시절을 지나온 삶을, 옷을 매개로 담담히 그린 ‘나의 복장 변천사’는 특유의 문체와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다니카와가 그녀에게 보낸 33가지 질문에 답한 편지는 연인에 대한 애정에 재치를 듬뿍 담은 글이 웃음을 머금게 한다. “원고를 청탁받으면 마구 써대고 인쇄물로 나오면 내던져 두었다”던 사노의 원고는 매장된 금처럼 계속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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