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문재인 정권 시즌2’로 가는 민주당
현재 범야권 의석수(191석)는 탄핵 의결 정족수(200명)에서 9석이 부족하다. 이는 보수에서 9명만 이탈하면 본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가결(2004년) 당시 같은 진보진영인 새천년민주당 의원 51명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2016년) 땐 새누리당에서 62명이 이탈해 국회 탄핵이 이뤄졌다. 야당이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특검법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도 여당 내부의 균열로 보수층이 분열하면 탄핵 기류가 확산되리란 계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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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권의 촛불정신 배반
‘탄핵 이후가 중요’ 교훈 남겨
야당 “3년 길다”면 광기 멈춰야
탄핵 남발 말고 ‘집권후’ 준비를
」
더 심각한 건 참혹한 총선 성적표로 민심의 경고장을 받고도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거다. 비서실장과 참모 몇을 교체했을 뿐 국정 쇄신도, 인사 혁신도 없다. 총선 때 김 여사의 처신과 비선(秘線) 논란이 문제되자 윤 대통령은 “제2부속실 설치 검토”를 언급했는데, 엉뚱하게 2부속실 대신 폐기를 공약했던 민정수석실을 부활시켰다. 법을 개정해야 하는 등 손이 더 많이 가는 정무장관과 부총리급인 인구전략기획부 신설 계획을 쓱쓱 내놓으면서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되는 2부속실은 왜 설치하지 않는지 국민들은 의아해 한다. 그러니 국민의 분노 지수가 자꾸 높아지는 것이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는 취임 두 달만인 2022년 7월 절반(56%)을 넘어선 이래 2년이 넘도록 반전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7월 첫째주 조사는 64%). 민주당 지지층의 부정평가는 2022년 8월 90%를 넘어선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 중도라고 답한 사람들도 총선 후 부정 인식(72~73%)이 더 높아졌다. 야당이 “탄핵 사유는 차고도 넘친다”고 호언장담할 만큼 상황은 임계점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난 민심과는 달리 탄핵에 대한 일반 여론은 싸늘한 편이다. 사실 이게 야당의 고민이라고 한다. “탄핵 사유가 없어서”(대통령실)라기 보다 탄핵의 정치적 효용에 관한 국민적 기대가 낮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8년전 박 전 대통령 탄핵때 국민들은 민주성을 회복하고 국정을 정상화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과 기대에 부풀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이 기대를 배반했다. 촛불정신을 구현한다던 문 정권은 시대적 과제이던 국가 개조와 사회 통합은 외면한채 적폐청산이란 명분을 세워 반대편을 줄줄이 감옥 보내는 정치 보복으로 세월을 허비했고, 주류 세력 교체같은 허황된 이념에 사로잡혀 ‘과거’를 끄집어낸 이념 전쟁으로 나라를 두동강 냈다. 문 정권은 국민의 압도적 지지(취임초 지지율 84%)로 출범하고도 정권 재창출엔 실패했다. ‘내로남불’이란 단어를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시켰을 뿐 인적 청산과 국론 분열의 엉뚱한 길로 빠졌기 때문이다.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과 법치가 지켜지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꿈꿨던 국민에게 문 정권은 이렇게 모욕과 배신감을 안겼다. 더불어 탄핵 보다 ‘탄핵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학습 효과를 남겼다.
지금 야당은 이 교훈을 잊은 듯하다. 문 정권이 실패한 길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이재명 1인 체제’가 된 민주당은 자신들에게 위협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방망이를 마구 휘두르고 있다. 이 전 대표나 측근들을 수사했던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내더니, 윤 대통령 부부를 법사위에 불러 청문회를 열자고 한다. 이미 사문화된 법사위 조사권을 끄집어내 여당을 공격하고 자신들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쓰려는 것이다. 2명의 방통위원장(이동관·김홍일)을 탄핵 위협으로 하차시킨데 이어 후임 이진숙 위원장 후보자에겐 벌써 “임명하면 탄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성은 사라지고 광기만 남은 오만함에서 ‘문재인 시즌 2’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그들 말대로 “3년은 너무 길다”면 광기와 공포가 아니라 ‘탄핵 이후’의 청사진을 보이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할 것이다.그런데 민주당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벌써 권력에 취해버린 것일까.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고, 지나치게 영리함은 어리석음과 같다. 수천년 인류 역사가 남긴 교훈이다.
이정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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