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급발진

김홍준 2024. 7. 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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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진’이라는 단어만으로도 급박한데, 접두사 ‘급’이 붙었으니 맹렬함과 흉포함이 가득하다. 그래서 ‘급발진’은 소형차로도 대형 사고가 벌어진다.

자동차 급발진은 1980년대부터 나왔다. 차량에 전자 제어시스템이 들어가기 시작한 때다. 기술은 발전했고 연비를 좋게 하고 환경오염도 줄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습도와 열·전자파 등에 의해 오작동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급발진’이라는 단어는 제조사의 책임을 전제로 해서 사용하고 있다. 서울 시청역 인근 참사에 대해 사고자는 ‘급발진’이라고 주장해도 언론에서는 ‘차량 돌진’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 신고는 매년 평균 30여 건. 하지만 ‘급발진 사고’로 확정된 경우는 단 한 건도 없다. 미국 등 외국과 달리 제조물 책임법상 급발진에 대해 소비자가 직접 입증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관련 법 개정안이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폐기됐다.

‘어, 어’라는 운전자의 외침만 블랙박스로 확인됐을 뿐 이번 사고 원인으로 나온 건 아직 없다. 확실한 건 누군가 가족과 친구·동료를 잃었다는 것. 사망자들에게 애도를, 부상자들에게 위로를 깊이 표한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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