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마다 실수, 실수… 등 돌리는 美 민주당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4. 7. 6. 01: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바이든 용퇴” 세 번째 의원 등장

미국 대선 첫 TV 토론 참패로 ‘후보 교체론’에 직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언론 인터뷰 및 공개 행사 등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그러나 해명 과정에서 또다시 실수를 하거나 설득력이 떨어지는 발언을 내놔 오히려 당내 지지층의 불안감을 키우는 자충수(自充手)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점 코너로 몰리고 있는 바이든은 5일 저녁(현지 시각) ABC방송 인터뷰를 시작으로 주말 동안 연이은 경합 주(州) 야외 유세 등을 통해 상황을 반전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CNN 등은 “앞으로도 비슷한 실수가 나오면 그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향후 48시간이 바이든의 거취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했다.

4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은 전날 백악관에서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만나 TV 토론에서 노쇠한 모습을 보인 이유로 ‘과도한 일정’을 들었다. 그러면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오후 8시 이후 행사는 피할 필요가 있다”며 “더 많은 수면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령으로 인해 대통령 업무에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당내 우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이었다. 소셜미디어에선 “8시 이후엔 미국 대통령이 업무를 볼 수 없다는 이야기” “적국에 8시 10분에 침공하라는 소리”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4일 미 독립기념일을 맞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질 바이든 여사, 바이든, 해리스, 해리스 부통령 남편 더그 엠호프. /로이터 연합뉴스

특히 바이든은 자신의 건강 상태를 묻는 의사 출신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의 질문에 대해 “내 건강은 괜찮다”면서도 “그것(문제)은 단지 내 두뇌”라고 했다. 공화당 진영에서 지속적으로 ‘바이든 치매설’을 제기하는 상황을 비꼰 농담이었다고 백악관이 사후에 해명했지만, 미 언론들은 “일부 주지사는 농담으로 보지 않았고 실망하거나 당황했다”고 했다. 바이든은 지난 2일 민주당 모금 행사에서도 잦은 해외 순방으로 토론 당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며 “무대에서 거의 잠이 들 뻔했다”고 해 역풍이 불었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백악관과 재선 캠프가 기획한 공개 행사에서도 바이든은 말을 더듬거나 단어를 잘못 말하는 실수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필라델피아 흑인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자신이 “흑인 대통령(버락 오바마)과 함께 미국을 위해 봉사한 최초의 ‘흑인 여성’이 된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 당시 바이든은 부통령이었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이 지난 2022년 커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를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으로 임명한 부분과 혼동한 듯하다”며 “(말실수를 한 뒤) 바이든이 알맞은 표현을 생각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듯 보였다”고 했다.

지난 4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 군인 가족을 초청한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 그는 이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잠시 “동료(colleague)”라고 칭했고, 청중들은 의아해했다. /로이터 뉴스1

바이든은 이날 저녁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백악관에서 군인 가족들을 초청해 진행한 연설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우리 동료 중 한 명”이라고 했다가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되겠지”라며 말을 돌렸다. 사소한 실수까지 미 언론들이 집중하면서 고령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당내에선 바이든의 용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세스 몰튼 하원 의원(매사추세츠)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바이든은 미국을 위해 엄청난 봉사를 했지만 지금은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조지 워싱턴의 발자취를 따라야 할 때”라며 바이든의 사퇴를 주장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은 두 번째 임기를 마친 뒤 당시 헌법에 임기 제한 조항이 없었는데도 1797년 스스로 물러났다.

이로써 로이드 도겟, 라울 그리핼버 하원 의원에 이어 바이든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3명으로 늘어났다.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특히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와 지지율이 엇비슷한 민주당 후보들이 바이든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래픽=양진경

민주당의 ‘큰손’ 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창업주 가문의 상속녀인 애비게일 디즈니는 이날 민주당이 대선 후보를 교체할 때까지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바이든 캠프에 수십억 원을 낸 고액 기부자들도 바이든이 사퇴할 때까지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바이든과 경쟁하는 트럼프는 거세지는 ‘바이든 교체론’에 이례적으로 침묵하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이미 고령 논란으로 지지율이 하락 중인 바이든이 대선을 완주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반응으로 분석된다. 대신 그는 바이든이 사퇴할 경우 이어서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 트럼프는 한 골프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바이든은 선거를 포기할 것”이라며 “결국 카멀라가 내 상대가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과거에도 트럼프는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상대를 강하게 공격해왔다”며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 자리를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고 트럼프 진영이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