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추젠두이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6월 10일 지린(吉林)성 지린시의 한 공원에서 미국인 대학 강사 4명이 피습당했다. 24일에는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에서 일본인 모자가 다쳤다.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해 파장은 컸다.
양식 있는 중국인은 쑤저우 사건과 무수히 제작·방영된 항일 드라마의 관련성을 지적한다. 지난해 일본의 처리수 방류 전후로 소셜미디어에 유포된 중국 내 일본인 학교 관련 거짓 루머도 우려한다. 15초 영상 플랫폼인 더우인(抖音)의 각종 추젠두이(鋤奸隊) 계정도 걱정한다.
매국노(奸)를 호미(鋤)로 캐내 처단한다는 뜻의 추젠두이는 실재했던 조직이다. 1936년 군벌 장쉐량(張學良)이 장제스(蔣介石) 국민당 총통을 위협한 시안(西安)사변은 국민당과 공산당의 항일 2차 합작을 이끌었다. 국민당의 적군이던 홍군(紅軍)은 같은 편인 국민혁명군 팔로군(八路軍)이 됐다. 1937년 10월 팔로군은 조직부 조사과를 ‘추젠부(鋤奸部)’로 개편했다. 기록에 따르면 1939년 1월 산시·간쑤·닝샤(陝甘寧) 지역에 9000개의 풀뿌리 추젠소조와 10만 명의 조직원이 활동했다.
추젠두이는 2013년에도 등장했다. 당시 사회고발 작가의 출판기념회에 “당신은 한젠(漢奸)”을 외친 구타 사건이 벌어졌다. 한젠은 민족 반역자를 말한다. 블로거 신리젠(信力建)은 “추젠두이, 홍위병(紅衛兵), 의화단(義和團)”이란 글로 현실을 개탄했다. 1900년 외국인을 공격한 의화단, 1966년 낡은 사상·문화·풍속·습관을 척결한다며 폭력을 행사했던 홍위병 사이에 존재했던 추젠두이가 인터넷에서 되살아났다고 했다.
중국 검열 당국은 뒤늦게 문제 있는 콘텐트와 계정을 폐쇄하고 민족주의 선동을 막고 나섰다. 유럽의 극우파 득세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트럼프의 부상, 중국 SNS의 추젠두이까지, 지구촌이 지난 세기 중엽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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