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깬 우주기업, 그 열정과 광기

김한별 2024. 7. 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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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맨션
레인보우 맨션
애슐리 반스 지음
조용빈 옮김
쌤앤파커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러시아군이 국경으로 집결하는 걸 몇 달 전부터 지켜봤기 때문.

또 다른 예로, 미국 월스트리트의 회사들은 옥수수 선물거래 때 미리 ‘답’을 알고 베팅을 한다. 전국 옥수수밭 작황을 파악해 수확량을 예측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가능한 건 한 우주 기업 덕분이다. 2010년 창업한 미국의 플래닛랩스. 이 회사는 수백 대의 위성으로 매일 24시간 지구를 촬영한다. 하루에 찍는 사진만 약 400만장. 끊임없이 업데이트되는 이 사진들을 분석하면 어디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플래닛랩스가 이런 ‘우주 카메라 네트워크’를 구축한 비결은 ‘상식’을 깼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 주도로 대형 위성을 만들 땐 시제품 만드는 데만 1년이 걸렸다. 각종 승인을 받고 실제 위성을 만드는 데 1년 6개월, 위성을 올릴 로켓 발사 때까지 다시 6~9개월을 기다려야 했다. 반면 플래닛랩스는 일주일 만에 최대 30대의 위성을 만든다. 뉴질랜드 스타트업 로켓랩 등과 협업해, 필요할 때 바로바로 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다.

책은 이렇게 ‘뉴 스페이스(New Space, 민간 주도 우주산업) 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젊은 기업들을 소개한다. 하지만 화려한 성공 신화로만 포장하진 않는다. 오히려 ‘우주에 미친 천재’들이 어떻게 사업을 시작했고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그들의 열정과 광기를 함께 전하려 애쓴다. 우리말 책 제목도 플래닛랩스 공동 창업자 3명과 로캣랩 투자자 등이 ‘우주 히피’처럼 함께 살았던 실리콘밸리 저택에서 따왔다.

최근 ‘한국의 NASA’ 우주항공청이 개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000개의 우주 기업을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후발주자인 한국은 과연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NASA(미 항공우주국)의 관료주의와 낡은 사업방식에 맞선 혁신 사례들을 소개하는 이 책을 보면, 뉴 스페이스 시대 ‘꼭 필요한 것’과 ‘꼭 피해야 할 것’이 함께 보인다.

김한별 기자 kim.hanb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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