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현대올림픽, 심판이 시계 챙겨가
올림피언은 0.01초를 위해 몇 년을 담금질한다. 자메이카의 여자 육상 선수 일레인 톰슨헤라는 지난 2020 도쿄 올림픽 100m 결승에서 10초61를 기록했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미국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가 세운 10초62를 0.01초 단축한 올림픽 신기록이었다. 33년 만에야 0.01초를 줄일 수 있었다. 숫자와 점으로만 이뤄진 단순한 올림픽 기록. 여기엔 선수들의 피땀이 녹아 있다.
그렇다면 현대 올림픽이 시작되던 1900년대 초반엔 이들 기록을 어떻게 측정했을까. 1896년 그리스에서 열린 첫 번째 현대 올림픽. 당시엔 심판이 직접 시계를 준비했다. 제조 회사가 다른 데다 심판들이 버튼을 누르는 타이밍마저 제각각이었다. 당시 마라톤 시간 측정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를 모았다. 각각 선수들에게 배정된 시간 측정 담당자가 자전거를 타고 결승선까지 함께 달려서 시간을 기록했다.
1912 스톡홀름 올림픽까지 5개 대회 동안 선수들 불만은 커져 갔다. 시간 측정 방식 일관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표준화 필요성을 느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시계 회사 호이어(현 태그호이어)에 모든 종목에서 심판이 사용할 시계를 만들어 달라고 의뢰했다. 호이어는 1916년 처음으로 올림픽 공식 아날로그 스톱워치를 만들었다.
올림픽 시간 측정 기술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건 오메가와 손을 잡으면서였다. 오메가는 1932 LA 올림픽에 0.1초 단위를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한 스톱워치 30개를 공급했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써야 할 만큼 커다란 시계였다. 오메가는 그때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90년을 넘는 세월 동안 올림픽 공식 타임키퍼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의 기록 측정 체계는 1948 런던 올림픽에 만들어졌다. 결승선 위치를 정확히 측정하는 포토 피니시 카메라를 도입한 것.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할 때 전자 시계가 멈추는 기술 역시 선보였다. 인간 감각을 넘어선 기술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1968 멕시코 시티 올림픽에선 수영 기록 측정 기술이 발돋움했다. 지금의 수영 터치패드가 도입됐다. 선수가 결승점에 도달해 손으로 살짝만 눌러도 시간이 멈추게 만들어졌다. 이 기술력으로 수영 경기 결과의 정확성에 대한 논쟁은 더이상 남지 않았다. 1984 LA 올림픽은 육상 선수가 스타팅 블록에 가하는 압력을 측정해 부정 출발도 감지하게 만들었다. 2012년 런던에선 100만 분의 1초까지 측정하는 ‘퀀텀 타이머’를 선보이기도 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새로운 기록 측정 기술이 등장한다. 초당 4만장 이미지를 저장할 수 있는 포토 피니시 카메라를 준비했다. 기존 1만장에 비해 4배에 달하는 기술 향상이다.
선수들 불편함도 덜어준다. 속도, 움직임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모션 센서’를 위해 선수들은 몸에 태그를 부착해야 했다. 평소 컨디션을 해친다며 태그를 붙이기 싫다는 선수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부터는 인공지능(AI) 카메라가 선수들 움직임을 따라간다. 태그를 아예 부착하지 않아도 되는 종목도 생겨났다. 이를 통해 기계체조 선수들이 얼마나 지면으로부터 뛰어올랐는지, 테니스 공을 주고받는 시간이 얼마나 빠른지 등을 측정해 중계 방송에 실시간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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