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레터] 독서광과 도서광
“독서광이 아니라 도서광을 위한 곳.”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이 말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한 이용자가 독서 인구는 점점 줄어든다는데 평일에도 도서전 현장이 북적대는 이유를 궁금해하며 ‘아직 못 읽은 책도 많은데 또 책 욕심을 내서 사온 건 무슨 이유일까?’라고 자문하자 누군가 단 댓글이었죠.
‘도서전에 도착하자마자 책을 담을 에코백부터 샀다’ ‘에코백에 담으면 어깨가 무거울 것 같아 배낭을 메고 갔다’ ‘나는 아예 슈트 케이스를 끌고 갔다’ 등등의 체험담과 함께 “저도 독서광이 아니라 도서광인가 봐요” 고백하는 댓글이 줄을 이어 달렸습니다. “책은요. 읽을 책을 사는 게 아니고 산 책 중에 읽는 거예요.” 소설가 김영하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했다는 이 말을 소환하며 ‘읽지도 않을 책을 왜 샀을까’라는 죄책감을 더는 이들도 있었고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예년과 달리 정부 지원금 없이 치러졌음에도 불구하고 관람객 수는 지난해 13만명에서 15만명으로 늘며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예산 문제로 지난해보다 규모를 줄여 개최했는데, 사람은 더 많이 몰리는 바람에 주말엔 입장에만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지요.
관람객들은 불편을 겪었지만 시장이 붐빈다는 건 출판사 입장에선 고무적인 일이죠. 가지, 목수책방, 메멘토, 에디토리얼, 혜화1117 등 1인 출판사 여성 대표 다섯 명이 최근 ‘출판하는 언니들’이라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도서전에 참여했는데요. 도서전에서 각 출판사가 원하는 만큼 매출액을 달성하면 내년에도 함께 부스를 꾸리기로 약속했는데, 모두 목표 금액을 거뜬히 넘겼다고 합니다.
독서광이면 어떻고, 도서광이면 어떻습니까. ‘책은 사서 읽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모쪼록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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