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펄럭펄럭 귀, 뾰족 이빨, 찐득한 털… 어른들은 볼 수 없는 내 친구 ‘부우’
부우야, 어디 있니?
셰인 헤가티 지음 | 벤 맨틀 그림 | 김선영 옮김 | 스푼북 | 40쪽 | 1만4000원
가장 친한 친구 부우가 사라졌다. 침대 밑에도, 창고 안에도, 집 주변을 샅샅이 뒤져 봐도 보이질 않는다. 찾다 찾다 지친 덱스터가 길에 나가 소리쳤다. “도와주세요!”
친절한 경찰관들이 달려왔다. 덱스터가 부우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눈은 부리부리, 귀는 펄럭펄럭해요. 털은 찐득찐득, 발은 끈적끈적하죠. 꼬리는 뱀 마흔 마리만큼 길고, 트림 한번 하면 다들 ‘어이쿠’ 쓰러져 버려요. 뾰족한 이빨도 스무 개나 있다니까요!”
큰일이다, 그런 흉측한 괴물이 돌아다닌다니. 온 마을 소방대원과 구급요원, 경찰들이 “부우를 만나면 도망치라”고 외치며 거리를 누빈다. 한바탕 소동 뒤 저녁 무렵, 어둑한 놀이터 한쪽에서 사람들이 무언가 발견한다. 저게 바로 그 무섭다는 부우일까?
어른들은 모른다. 불 꺼진 방 안 침대 밑에 숨은 털북숭이 친구 덩치가 얼마나 큰지. 방금 지나간 그림자는 구름이 아니라 여객기만 한 용의 날개였다는 것도. 하지만 어른들이 보지 못한다고, 아이의 상상 속 세계에서조차 없는 거라 할 수 있을까?
놀이터에서 덱스터가 작은 인형 ‘꼬마 부우’를 찾아내자 어른들은 말한다. “생각보다 너무 작네.” “처음부터 하나도 안 무섭더라니.” “역시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지.” 덱스터가 “우리 부우의 인형일 뿐”이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용이 없다. 실망한 어른들이 돌아간다. 아이들을 위한 가장 신나는 반전은 바로 그 순간 시작된다.
부우를 찾아 사방팔방 뛰어다니는 책 속 장면마다 한구석에 늘 부우의 흔적이 있다. 살랑살랑 긴 꼬리, 흔들흔들 보라색 팔 같은 부우의 모습도 아이들이 훨씬 잘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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