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사 문자 읽씹" "선동 목적 공개" 난타전 된 여당 전대

이창훈 2024. 7. 6.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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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전대 ‘김여사 문자’ 논란 확산
오는 23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서약식’에서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왼쪽부터) 당 대표 후보가 공정 경선을 다짐하는 서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를 20일도 채 안 남긴 시점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관련 논란이 급부상했다. 이를 두고 총선 국면에서 김 여사의 사과 의사 타진을 한 후보가 외면한 것이라고 경쟁 후보들이 공격하자 한 후보가 “문자가 있었던 만 하루 정도 지난 다음에 대통령실로부터 (비대위원장) 사퇴 요구를 받았다”고 반격에 나섰다. ‘변화와 혁신’ 다짐은 증발하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만 불타올랐다.

논란 자체는 전날 저녁 방송된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처음 제기됐다.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지난 1월 명품백 수수 의혹 문제로 당정 갈등이 심할 때, 김 여사가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텔레그램 문자를 보냈다”며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후보가 이 문자를 ‘읽씹’(읽고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 측은 방송 직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되었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 측은 그러면서도 “1월 19일에 온 것”이라고 전했다. 한 후보 자신은 5일 오전 기자들에게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로 소통했고,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말했다.

경쟁 후보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서며 다른 이슈들을 압도했다. 원희룡 후보는 페이스북에 “총선 기간 가장 민감했던 이슈에 대해 어떻게 답을 안 할 수 있나. 인간적인 예의가 아니다”고 썼다.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나경원), “검사장 시절에는 김 여사와 332차례 카톡을 주고받았다. 난데없는 태세 전환”(윤상현)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국민의힘 공정 경선 서약식도 무색해졌다. 4명의 당 대표 후보들은 행사에서 “힘을 합치자”고 했지만, 행사가 끝나자마자 목소리를 높였다. 원 후보는 “영부인의 사과 기회를 놓쳐서 총선을 망쳤다”며 “사적 용건을 말한 게 아닌데 어떻게 사적인 문자가 되느냐”고 했다. 나 후보는 “총선에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게 맞다”고, 윤 후보도 “총선 지휘한 사람으로 책임 있는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한 후보는 곧이어 출연한 KBS 1TV에서 좀 더 길게 반박했다. 그는 “실제로는 사과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1월에 (김 여사에 대한) 사과 요구를 공식·공개적으로 한 상태였고, 그 이후에도 용산 대통령실에 공적 통로를 통해서 강력하게 사과해야 한다는 뜻을 계속 전달했다”며 “그런 상황에서 일종의 문자가 온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제가 그 사과를 안 받아줬기 때문에 김 여사가 사과를 안 했다는 게 가능한 구도인가”라고 반문했다.

YTN라디오와 인터뷰에선 “문자가 있었던 만 하루 정도 지난 다음에 제가 대통령실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는 얘기도 했다. 총선 당시 한 후보가 김 여사 명품백 논란에 대해 ‘국민 눈높이’ 해법을 강조하면서 빚어졌던 윤 대통령과의 갈등 이면에 김 여사 문자 문제도 있다는 뉘앙스다. 한 후보는 그러면서 “그런 맥락을 감안하면 제가 ‘김 여사 사과를 막았다’는 건 너무 무리한 얘기, 정반대의 얘기”라고 말했다. 문자 공개 시점과 의도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그는 “전대를 앞두고 제게 타격을 입히고, 상처를 주고, (반대) 선동을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이런 식의 행태, 이런 식으로 전당대회에 개입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개입의 주체를 적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여사의 문자가 공개됐다는 점에서 김 여사의 양해 여부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해했다면 대통령실의 불개입 언명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가 전대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다는 해석이 가능해서다. 김 여사의 양해 없이 공개된 것이라면 김 여사마저 의지와 무관하게 전대에 끌어들일 만큼 전대가 진흙탕 싸움이 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대통령실은 현재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 위원장은 “대단히 이상한 전개”라고 전했다. 한 중진 의원은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 정권 재창출의 비전은 사라지고 대통령과 가깝고 멀고의 친소(親疏)만 남았다”고 개탄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o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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