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AI가 살려내는 ‘범죄 도시’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7. 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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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Midjourney

인공지능(AI)은 끔찍한 ‘파멸의 고리(Doom loop)’까지 끊어낼 것인가.

코로나 이후 급격하게 몰락했던 샌프란시스코가 최근 들어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다. 기업들의 잇따른 엑소더스로 사상 최고의 공실률에 허덕이고, 범죄가 들끓으며 관광객 발길까지 끊겼던 도시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돌아오고 있다는 지표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죽어가던 도시를 심폐 소생시킨 것은 다름 아닌 AI. 닷컴 붐 이후 20여 년 만에 휘몰아친 초대형 열풍에 이곳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는 수개월째 한 가지 질문으로 수렴되고 있다. “과연 AI는 샌프란시스코를 되살릴 것인가?”

한 달여 전 AI스타트업 ‘스케일AI’는 샌프란시스코에서 18만 제곱피트(약 5059평) 규모의 대형 사무실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타운센드거리에 있는 이 사무실은 본래 에어비앤비가 본사 캠퍼스로 사용하고 있던 곳의 일부다. 데이터 라벨링의 선두 주자인 스케일AI는 AI 열풍과 함께 지난 5월 138억 달러(약 19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으며 10억 달러(1조 382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기존 사무실의 3배가 넘는 신규 사무실을 추가로 마련하기에 이른 것이다.

스케일AI는 샌프란시스코 부동산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수많은 케이스 중 하나에 불과하다. AI 열풍의 주역인 오픈AI는 지난해 말 50만 제곱피트의 사무실 공간을 확장한 데 이어 올해에도 40만 제곱피트 규모의 추가 공간을 임대하기 위해 협상 중에 있다.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앤스로픽은 지난해 9월 사무용 메신저 업체 슬랙이 본사로 사용하던 23만 제곱피트 규모의 사무실을 전체 임대하기도 했다.

부동산 서비스 업체 CBRE의 통계에 따르면 올 2분기 샌프란시스코에서 체결된 사무실 임대 중 25%가 AI 관련 업체였다. 샌프란시스코의 오피스 공실률은 여전히 30% 후반대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불어나는 임대 수요가 조만간 수치를 낮추며 4년에 달하는 부동산 침체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이곳 기업들은 더 이상 재택근무에 관대하지 않다. 사업을 일구기 위해 사무실에서 밤을 새우고, 인근 음식점·쇼핑몰들이 늦게까지 불을 켜두는 ‘과거의 영광’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지의 AI 스타트업 종사자는 “완벽한 회복까지 여전히 시간이 걸리겠지만, 네트워킹을 위한 수많은 콘퍼런스와 파티 속에서 파멸의 고리가 끊어질 것이라는 희망이 생겼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의 부활을 위해 수년간 세금과 행정력을 쏟아부었던 노력을 생각하면 시 정부는 변화에 안도하면서도 실소를 터뜨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도시를 살리는 핵심은 기업과 산업의 부흥일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니었을까. 지역 소멸 위기에 직면한 한국도 작금의 샌프란시스코를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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