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필사적인 '바이든 부축'…경합주 비상자금 투입도

2024. 7. 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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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의 미 대선 워치] TV토론 후폭풍, 바이든 사퇴 기로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4일 백악관 에서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행사를 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바이든은 TV토론 참패 이후 대선 후보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의 대선 후보 첫 TV토론회는 정치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쉰 목소리로 횡설수설하면서 일관성 없는 행동을 하고, 답변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본인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희미한 먼 기억을 더듬는 듯한, 마치 금방 주저앉을 듯 위태로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시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닿기도 전에 현직 대통령의 비틀거리는 모습은 시민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로 인해 트럼프의 과장되고 허황된 거짓말은 오히려 언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바이든이 첫 토론에서 자신이 뭔가 잘못했음을 감지한 것은 그가 아내 질 바이든 여사에게 의지해 무대에서 내려온 직후다. 아내의 포옹을 받고서야 그는 90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차렸다. 질 바이든은 토론장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을 조롱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바이든 후보가 이민 문제 관련 질문에서 실수했을 때다. 트럼프는 “그 문장 끝부분에서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그도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바이든은 크게 뜬 눈과 턱을 늘어뜨린 모습을 한 채 반격도 없이 무기력하게 서 있었다. 와이오밍주 출신의 해릿 해그먼 하원의원은 이번 TV토론을 보고 소셜미디어에 “질 바이든과 바이든 선거 캠프가 오늘 밤 조 바이든에게 한 일은 비무장 상태로 그를 무대에 올려 상대와 기 싸움을 하게 만든 명백한 노인학대”라고 썼다.

“첫 TV토론이 선거판 수소폭탄 됐다”

바이든이 TV토론 참패 이후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 것은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의 유세장이었다. 정상 컨디션인 듯했다. 질 바이든의 손을 잡고 무대에 등장했는데 그의 걸음걸이는 여전히 뻣뻣하고 기침을 했지만, 눈은 반짝거렸고 얼굴엔 미소를 띠었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강해졌고 그의 말투는 또렷하고 활기차 보였다. 지지자들이 외치는 “4년 더!”라는 구호에 힘입어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프롬프터를 통해 준비된 글을 읽으면서 자기의 주장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그는 여성의 낙태권, 법치주의, 민주주의 기반을 훼손하는 트럼프의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를 중범죄자이자 상습적인 거짓말쟁이로 비난했다. TV토론을 위해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며칠 동안 준비한 것이 여기서 발휘됐다.

전날 밤 토론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바이든은 “저는 예전처럼 활기차게 걷지 못한다. 예전처럼 말을 유창하게 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나는 예전만큼 토론을 잘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나는 진실을 말한다. 나는 옳고 그름을 알고 있다.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다. 나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알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쓰러지면 다시 일어날 것이다”라고 연설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마음과 영혼을 다해서 믿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연설을 듣고 있으면 재선에 대한 그의 열망에 연민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하지만 이번 TV토론을 통해 바이든의 믿음과 유권자들의 시선 사이엔 엄청난 격차가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워싱턴포스트(WP)의 밥 우드워드는 “후보 첫 TV토론이 선거판에 수소폭탄이 돼 떨어졌다”고 표현했다. TV토론을 통해 유권자들의 관심은 온통 바이든의 건강에 쏠렸다. 그동안 바이든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대한 의문은 국민적 관심사였는데, 이를 실제 확인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지난 3월 바이든의 기밀 누출 혐의에 대한 특검으로 임명된 한국계 검사인 로버트 허는 특검 최종 보고서에서 “바이든은 기밀 누출 관련해 어떠한 죄도 없다. 그는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는 착한 노인이다”이라고 했다가 의회 청문회에 불려 다니기도 했다. 로버트 허는 수사를 통해 확인된 진실을 공개했다고 험한 꼴을 당한 것이다.

이번 TV토론이 CNN 주최이고 진행자가 트럼프 저격수로 이름난 제이크 태퍼임에도 트럼프가 주저 없이 나선 것은 철저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바이든의 약점을 파헤치고 공개해 이슈화하겠다는 의도였다.

오바마·힐러리·펠로시, 바이든 지원 나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그는 1차 TV토론을 언급하면서 “바보 같은 조 바이든”이라고 조롱했다. [AP=연합뉴스]
지난 6월 19일 자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의 자문단 핵심 3인(The 3 Men at the care of Biden’s brain trust)’이란 제목으로 바이든의 토론 준비를 담당하는 측근들을 조명한 기사를 내보냈다. 토론 직후 론 클라이언과 마이크 도닐런 등 토론을 준비한 이들에게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토론장에서의 바이든 모습에 당황한 것은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바이든 캠프 측은 단지 “바이든 대통령이 감기에 걸렸다”라는 성명을 발표해 사태를 진화하려 하지만 이에 분통을 터트리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바이든의 TV토론 참패가 그저 하룻밤 악몽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버락 오바마는 1억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한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나쁜 토론을 했다”고 썼다. 링크드인(Linkedin)의 공동창업자이자 민주당의 주요 후원자인 리드 호프만은 “부진한 성적이 반등하면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도 토론 후 지난 토요일 뉴욕의 롱아일랜드 햄튼의 후원회 모임에서 “나는 좋은 밤을 보내지 못했지만 그건 트럼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들이 언론에 보도되자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바이든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심각한 인지 저하를 겪고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과 그의 캠프는 대통령 임기 4년을 더 원하고 있지만, 그의 노쇠한 신체적 능력을 볼 때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그것은 지킬 가능성이 없는 약속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은 지난 TV토론에서 이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캠프는 하루가 다르게 확산되는 후보 교체론을 잠재우느라 비상이 걸렸다. 바이든의 측근들, 대통령급 원로들, 당의 지도부가 총동원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제프리 하킴 하원 원내대표, 경합 지역의 상원의원들, 흑인 표를 움직이는 제임스 클라이번 하원의원 등 그야말로 당내 주요 인사들이 주말 지상파 TV의 시사 프로그램에 총출동했다. 또 민주당은 경합 주의 지지율을 붙잡기 위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 비상 자금을 풀었다.

바이든 측은 “토론 직후 3일 동안의 여론조사에서 큰 변동이 없으며 바이든이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민주당계 미디어들은 “바이든이 아니고도 경쟁력 있는 트럼프 대항마가 민주당엔 얼마든지 있다”면서 대체 후보 5, 6명을 소개하고 후보 교체가 절대 늦지 않았다는 플랜B 시나리오를 내고 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이든이 자진 사퇴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토론회에서 참패한 이후 지난 며칠 동안의 바이든의 행보를 보면 그럴 가능성은 트럼프가 감옥에 갇힐 가능성보다 더 희박해 보인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학업을 마치고 1996년 한인유권자센터를 설립해 한국계 교민·교포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활동해 왔다. 2008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대선 캠프에 참여하는 등 워싱턴 정계에 인맥이 두텁다. 한·미관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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