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준호, '후방에서 전방으로'…"尹 정권 언론장악 저지하겠다"

조성은 2024. 7. 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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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당내 친명 아닌 사람도 있나"
"헌법의 모든 주어가 '국민'인 것처럼 당헌·당규 주어는 '당원'"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당대회 최고위원 출마 이유를 묻자 "4기 민주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저는 재선의원이 되면서 정권창출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했다"며 "지난 21대 국회에서 저는 여러 당직을 거치며 후방 저격수 역할을 했다. 이제는 전방에 서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고위원 출마와 관련해 더팩트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는 한 의원.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지금은 모두가 광장으로 나가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광장의 선봉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사람은 한준호라고 말씀드립니다. 한준호가 어떻게 싸울지는 과거의 제 모습을 보시면 보이실 겁니다."

'최고위원으로서 스스로를 추천하라'는 질문에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설임 없이 이같이 답했다. 선뜻 믿기지 않을 수 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 의원은, 싸움 같은 건 절대 못 할 것 같은 부드러운 외모와 진중하고 친절한 말투를 가졌기 때문이다.

보이는 모습과 달리 한 의원은 추진력과 전투력을 가진 저격수다. 지난해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이 불거졌을 때가 떠올랐다. 초선의원이었던 그는 집요하고 치밀한 질문으로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을 몰아세웠다. 원 장관이 사업 백지화를 선언한 후에도 조사를 멈추지 않았다. 이런 그의 활약을 바탕으로 민주당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의혹 관련 국정조사를 추진하게 됐다.

한 의원의 '본진'은 언론개혁 분야다. 민주당 언론개혁 태스크포스(TF) 단장이기도 한 그는 지난 1일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면서 "언론개혁의 선봉에 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하는 방송 3+1법은 그가 대표발의했다. 한 의원은 "방송장악 방식을 잘 알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저"라며 "이를 법안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건 과거의 경험 덕분"이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MBC 아나운서였던 그는 노조 집행부로서 정권의 언론장악 시도에 저항해 파업을 주도했다. 두 번의 징계가 있었고 끝내 아나운서국이 아닌 타 부서로 보복성 발령을 받았다. 이 탄압과 투쟁의 연속에서 꺾일 법도 했지만 오히여 이 고통이 '아나운서 한준호'를 '정치인 한준호'로, '언론개혁'은 정치인 한준호의 숙명으로 만들었다. 한 의원은 "그때 정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한 의원은 윤석열정부의 언론장악과 관련해 "이동관을 데려왔고, 이동관에 이어 김홍일이라는 법 기술자를 데려왔다. 그리고 MBC를 장악했던 김장겸, 그 기획을 했던 이상휘 같은 사람들이 돌아왔다. 이제는 이진숙이 나오고 있다"며 "이 사람들을 쓰는 방식, 역할도 똑같다"고 짚었다. /남윤호 기자

그런 한 의원에게 현재 윤석열정부에서 일어나는 언론장악 시도는 남다르다. 그가 최고위원 출마를 결심한 계기이기도 하다. 한 의원은 "언론장악의 망령들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동관을 데려왔고, 이동관에 이어 김홍일이라는 법 기술자를 데려왔다. 그리고 MBC를 장악했던 김장겸, 그 기획을 했던 이상휘 같은 사람들이 돌아왔다. 이제는 이진숙이 나오고 있다"며 "이 사람들을 쓰는 방식, 역할도 똑같다"고 지적했다.

과거와 똑같은 방식, 여기에 다른 방법도 동원한다는 게 한 의원의 설명이다. 한 의원은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이용해 장악하던 방식에서 지금은 좀 다른 방법도 쓴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기구를 활용해 재승인 절차에 영향을 가하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를 방관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그는 "아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를 교체한 후 사장 교체를 시도할 것이다. 방통위의 방관 속에 방심위가 MBC의 재승인 여부를 쥐고 사장의 사퇴를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 의원이 말하는 '언론개혁'은 △언론의 자주적 독립 △정권의 언론장악 저지, 두 가지다. 그는 먼저 "언론사가 운영되기 위해 기업 광고, 포털 등에 의존이 덜 한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환경을 입법적으로 조성하는 것이 첫 번째 큰 과제"라고 했다. 이어 한 의원은 "두 번째는 제가 2008년부터 겪은 MB 정권의 'MBC 순치 작업'을 막는 것"이라며 "공영방송과 기자가 국민의 알권리를 지켜줄 수 있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의 목표는 윤석열정부의 언론장악 저지다. 그는 "방송장악 방식을 잘 알고 이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저"라고 강조했다. /남윤호 기자

다음은 한 의원과의 일문일답

-최고위원 출마를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민주당의 목표는 정권 창출이다. 저희는 4기 민주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22대 국회가 개원하고 저는 재선의원이 되면서 정권창출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고민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저는 여러 당직을 거치며 후방 저격수 역할을 했다. 이제는 전방에 서야겠다고 생각했다. 제시된 비전 아래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당 지도부로서 언론개혁의 비전을 제시하겠다.

-한 의원은 이재명 전 대표의 대선후보시절 수행실장을 지냈다. 이번 최고위원 후보들이 '친명 일색'이라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하나.

당내 친명 아닌 사람도 있나. (웃음) 모두 이재명 전 대표를 위시해서 총선을 이긴 사람들이다. '친명 일색'은 총선 때도 적용됐던 프레임이다. 그런데 총선에서 저희가 헌정사상 첫 야당 단독 과반이라는 성과를 달성하지 않았나. 총선을 크게 이겼는데도 그 비판이 여전히 작용한다는 게 저는 좀 이상하다. 성과를 보면 된다. 성과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총선 민의를 전당대회에 그대로 옮기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비교했을 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상황이 다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총선 패배 이후 당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치러진다. 반면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총선 승리를 기반으로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를 노리는,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누가 어떠한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가 민주당 전당대회의 초점이 되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 일극체제' 비판에 대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비교했을 때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총선 패배 이후 당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표지만 민주당의 전당대회는 총선 승리를 기반으로 지방선거와 대선 승리를 노리는,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당헌 개정 과정에서 당원권 강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어차피 당은 당원들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헌법의 모든 주어가 '국민'인 것처럼 당헌·당규의 주어는 '당원'이다. 당심과 민심의 괴리, 중도층 이탈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250만 명의 권리당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당원이 있다. 그 당원이 국민을 대의하지 못하겠나. 이것이야말로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는 길이다. 국민이 변하고 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는 만큼 이제 정치도 변해야 한다.

-당내 비판의 목소리가 너무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 않다. 이 안에서도 각자가 가진 생각을 다 이야기한다. 다만 그것이 당의 분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드러내지 않거나, 또 친분이 있다면 직접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 방식이 여러 가지인 것이다. 대놓고 바깥에서 저격하는 것만이 건전한 비판은 아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당내에 많은 의견들이 분출되고 또 수렴되고 있다.

-이재명 전 대표에게 쓴소리를 한다면?

글쎄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만약 당을 운영하는 과정 중에 필요한 이야기가 있다면 가감 없이 할 것이다.

한 의원은 차기 지도부 운영과 관련 "당원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희망을 바탕으로 다음 지도부가 그다음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호 기자

-후보 중 가장 위협적인 상대는 누구인가

사실 다 위협적이다.(웃음) 일단 시작을 했으니 목표는 수석최고위원이다. 수석을 노려야 그나마 당선이 되지 않겠나.(웃음) 다행인 건 제가 내세우는 언론의 정상화, 언론개혁 이런 문제는 저만이 할 수 있는 분야다. 그래서 저는 저의 가장 큰 적은 저라고 본다. 제가 안일해지거나 뭔가에 의존한다거나 선거를 제대로 못 한다거나. 제가 떨어진다면 누가 강해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제 책임인 거다. 저 자신을 제일 경계하고 있다.

-차기 지도부는 어때야 하나

아까 말했듯 차기 지도부는 차기 민주정부를 이끌어내기 위한 첫 발판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것이 '헌정사상 첫 야당 단독 과반'을 주신 총선 민의를 잘 집행하는 길이다. 우선 제일 중요한 건 당원들이 똘똘 뭉치는 것이다. 당원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이번 지도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 희망을 바탕으로 다음 지도부가 그다음 싸움을 해나가야 한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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