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43] 음식 이름의 유래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2024. 7. 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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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베이글의 인기가 무척 높다. 하지만 실제로 유명하다는 가게의 다양한 종류를 맛보면 원조 뉴욕의 베이글과는 다른 맛이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쫄깃쫄깃한 식감을 가미한 ‘K 찹쌀 베이글’ 버전으로 보인다.

베이글은 버터를 발라서도 먹지만 역시 찰떡궁합은 크림치즈다. 가장 유명한 브랜드는 하얀 바탕에 파란 글씨의 포장 디자인으로 유명한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하지만 상호와는 달리 이 “크림처럼 부드러운 치즈”는 1872년 뉴욕의 농장에서 만들어졌다. 고품질 유제품을 생산하며 자급자족했던 아미시 교도들이 많이 살던 필라델피아의 이름을 붙여 제품의 신선함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아무 뜻이 없지만 그저 스위스 유제품을 연상시키는 독일어 ‘하겐 다즈(Häagen-Dazs)’ 아이스크림도 비슷한 맥락에서 네이밍됐다.

로마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던 셰프 알프레도(Alfredo Di Lelio)는 출산 후 입맛이 없던 아내를 위해서 파스타 레시피를 개발했다. 오늘날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보편화되어있는 ‘페투치네 알프레도’의 기원이 되었다.

또 다른 예는 로마의 황제와 아무 관련 없는 ‘시저(Caesar)샐러드’다. 100년 전인 1924년 금주령을 피해 멕시코 티후아나로 이주해 레스토랑을 운영했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셰프 시저 카르디니(Caesar Cardini)에 의해서 개발된 메뉴로서 양식에서 대표적인 샐러드 중 하나다.

시저샐러드

티라미슈(나를 선택해 줘요)와 같은 시(詩)적인 이름도 있고, 모양을 본떠서 음식 이름을 짓는 경우도 있다. 치아바타(슬리퍼 모양의 이탈리아 빵), 라비올리(베개 모양의 파스타), 바게트(작은 통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에서는 음식의 이름을 딴 여자아이의 이름도 많다. 레몬, 셰리(와인), 디종(겨자), 진저(생강), 브리(치즈 종류), 클레멘타인(귤) 등이다. 과거 한국 방문 시 호텔에 머물며 계속해서 시켜 먹었던 ‘마이클 잭슨 산채비빔밥’이 네이밍되어 보편화되지 못한 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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