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27점 대폭발' 男 농구 대표팀, '정예 日'에 1점 차 막판 대역전 드라마 썼다
안준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농구 대표팀은 5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컵 1차전에서 일본에 85-84 신승을 거뒀다.
'한일전'이라면 가위바위보도 져서는 안 된다고는 하지만 농구는 어떤 구기종목에 비해서도 격차가 크게 벌어진 종목 중 하나다.
한국은 국제농구연맹(FIBA)에서 50위까지 처져 있지만 일본은 26위로 거의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귀화 선수들을 중심으로 신장과 기량, 이름값 등 다양한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일본은 이달 파리 올림픽을 맞아 최종점검을 하는 성격의 무대였다.
자연히 최정예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지난달 세계 5위 호주와 평가전을 치르며 이미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던 일본이다. 이날은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뛰는 하치무라 루이(LA 레이커스)와 와타나베 유타(멤피스 그리즐리스)가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지만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한국엔 버거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들 외에도 일본 대표팀엔 귀화 선수 조시 호킨슨과 가와무라 유키, 바바 유다이, 히에지마 마코토, 도가시 유키 등 핵심 선수들이 건재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29일부터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모여 훈련하며 손발을 맞췄다. 일본 대표팀보다 전력은 물론이고 호흡할 수 있는 시간도 더 적었다. 그렇기에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경기 양상은 예상 밖이었다. 0-8로 끌려가며 시작했지만 주장 변준형의 외곽포로 포문을 열었고 거센 공세를 이어갔다. 결국 1쿼터 종료 시점 13-15로 바짝 쫓아간 채 2쿼터를 맞았다.
2쿼터 들어 이정현(고양 소노)의 존재감이 빛났다. 연이은 3점슛으로 일본의 수비 라인을 흔들었고 쿼터 내내 종횡무진 활약하며 46-35 역전을 이끌었다.
3쿼터에서 일찌감치 승기가 기우는 듯 보였다. 한국의 공세는 계속됐고 하윤기(수원 KT)는 풋백 덩크와 수비수를 앞에 달고도 과감히 뛰어올라 덩크슛을 꽂아 넣으며 완전히 기세를 가져왔다. 점수 차는 20점까지도 벌어졌다.
일본의 뒷심이 무서웠다. 거세게 반격한 일본은 차츰차츰 따라붙기 시작했고 제이컵스 아키라의 연속 3점포가 적중하며 어느덧 6점 차까지 격차로 좁혀졌다. 가와무라의 3점슛까지 꽂히며 3점 차, 이어 호킨슨의 득점까지 더해 80-79로 바짝 쫓겼다. 경기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3분여.
다시 파울을 얻어냈고 가와무라가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어 한국은 82-84로 역전을 허용했다.
이정현이 해결사로 나섰다. 공격 제한 시간이 거의 흘러간 가운데 이정현이 수비수를 달고 터프슛을 날렸는데 그대로 림을 통과하며 극적으로 다시 동점이 됐다.
일본의 슛이 림을 외면했고 리바운드 경합 과정에서 일본이 반칙을 범했다. 경기 종료까지 단 0.9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하윤기가 1구를 성공시켜 재역전했고 이후 의도적으로 2구째를 놓쳐 시간이 그대로 흘러가게끔 했다. 일본이 다급히 마지막 슛을 던져봤지만 최종 승자는 한국이었다.
이정현이 가장 돋보였다. 홀로 3점슛을 6개나 적중시키며 27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일본을 당황케 만들었다. 센터 하윤기도 15득점 7리바운드로 골밑을 든든히지켰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마치면 오는 11월 FIBA 아시아컵 예선 준비에 나선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한층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 팀은 오는 7일 오후 7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재격돌한다. 자존심을 구긴 일본과 사기충천한 한국 대표팀이 어떤 경기 양상을 보일지 기대감이 커진다.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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