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살다 인천 교회서 숨진 여고생 "허리뼈 부러져 움직이지도 못했다"

교회서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50대 신도. 연합뉴스

인천의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여고생 A양(17)이 장기간 신도와 합창단장의 학대로 숨진 가운데, A양은 수십여 차례의 학대로 인해 사망 직전엔 허리뼈가 부러져 움직이지도 못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인천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장우영)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아동학대살해 등의 혐의를 받는 합창단장 B(52·여)씨, 단원 C(41·여)씨, 신도 D(54·여)씨의 공소사실을 설명하며 알려지지 않은 범행 경위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검찰은 "해당 교회 설립자의 딸인 합창단장 B씨가 D씨 등 신도들에게 '피해자를 감시하면서 결박하라'고 지시했고, 이행 상황을 보고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또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음식물을 먹지 못하고 거동이 불가능 함에도 구호 조치 등을 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는 3개월간 26차례 학대를 당해 대소변도 스스로 가리지 못하고 심지어 허리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장기간 A양을 가혹하게 결박해 방치했고, 이로 인해 생긴 혈전으로 인해 A양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사실상 혐의를 부인했다.

신도 D씨 변호인은 "공소장 정리가 추가로 필요해 혐의 인정 여부는 다음 재판 때 밝히겠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장이 지금 기록을 작성해야 하면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하는 의견"이라며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와 또 다른 40대 여성 신도 변호인들도 "범행의 고의성이나 사망 예견 가능성과 관련해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 공소사실 중 객관적인 내용은 대부분 인정하겠지만 주관적인 요소들은 (앞으로 재판에서) 부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들 3명에겐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유기·방임, 중감금, 상해 혐의도 적용됐다.

B씨 등 3명은 지난 2월부터 5월 15일까지 인천 한 교회에서 생활하던 A양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모두 경찰 조사에서 "평소 C양이 자해를 해 막으려고 했다"면서도 "학대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어머니(52)는 정신과 치료를 해야 할 딸을 병원이 아닌 교회에 보내 유기하고 방임해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교회 신도인 그는 올해 초 남편과 사별한 뒤 B씨 제안을 받고 세종시에서 함께 살던 딸을 인천에 있는 교회 합창단 숙소에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A양은 지난 5월 15일 오후 8시쯤 교회에서 밥을 먹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향후 재판 과정에선 피고인들의 행위가 의도적이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12일 오전 인천지법 319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