헹가래 받고 울면서 떠난 조성환 감독 "인천, 내게 소중한 팀"(종합)

최송아 2024. 7. 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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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 부진 사퇴에도 '박수' 속 고별전…"'터닝 포인트' 되길"
김천과 경기에서 조성환 감독의 모습 [촬영 최송아]

(인천=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 사령탑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조성환 감독은 팀에 변화가 필요할 때라며 침체에 빠진 인천이 반등하기를 바랐다.

조 감독은 5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김천상무와의 K리그1 21라운드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팀에 변화가 필요할 때라고 생각했다. 아직 늦지 않았으니 터닝 포인트가 되면 좋겠다"고 사의를 재확인했다.

2020년 8월부터 인천을 이끌어 온 조 감독은 이날 오전 구단에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인천이 20라운드까지 4승 8무 8패(승점 20)의 성적으로 9위에 그치고 특히 최근엔 리그 3연패를 포함해 7경기 연속 무승(3무 4패)에 빠지면서다.

조 감독이 시즌 도중 지휘봉을 잡았던 2020년 인천은 극적으로 2부 강등을 면했고, 2022년엔 K리그1 4위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도 진출했다.

지난해에도 K리그1 5위로 파이널A에 올랐으나 이번 시즌에는 중하위권을 맴돈 가운데 결국 감독 사퇴를 피하지 못했다.

선수들에게도 경기장에 오기 전 사퇴 사실을 알렸다는 조 감독은 "'감정에 휘둘리고 감성에 젖을 시간이 없다'고, '눈앞의 경기에 집중하자'고 했다"면서 "'인생사 새옹지마'이며, 반전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평소 경기 땐 주로 트레이닝복 차림에 모자를 쓰곤 했던 조 감독은 이날은 회색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도 깔끔하게 정돈해 나왔다.

김천과의 경기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조성환 감독 [촬영 최송아]

조 감독은 "마지막 인사를 드리는 자리라 깔끔하게 하고 격식을 갖추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만감이 교차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구성원들 덕분에 감사했다. 저는 숟가락만 얹었다"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김천전은 인천이 5월 열린 FC서울과의 12라운드에서 벌어진 홈 팬들의 '물병 투척' 사건으로 받은 '홈 응원석 5경기 폐쇄' 징계의 마지막 경기다. 조 감독은 여전히 비어 있는 홈 응원석을 보며 최종전을 치렀다.

조 감독은 "더 많은 팬 앞에서 죄송한 마음을 담아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아쉽다"면서 "추후 다른 방법으로 인사드려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모두가 이기적인 생각을 다 버리고 올인해야 한다"고 선수단에 당부한 조 감독은 "매 경기 물을 떠 놓고 인천이 잘하기를 응원하고 빌겠다"고 했다.

조 감독이 지휘한 마지막 경기에서 인천은 끌려다니던 후반 43분 무고사의 극적인 동점 골에 힘입어 1-1로 비겼다. 무승은 끊지 못했으나 3연패에선 벗어났다.

경기를 마친 뒤 진행된 조 감독의 작은 '고별식'은 성적 부진을 이유로 떠나는 사령탑을 보내는 시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애틋했다.

조 감독이 재임 기간 인천에서 남긴 성과와 '팬 프렌들리'했던 그의 면모 등에 떠나보내는 팬들의 마음도 시원하지만은 않았을 터다.

경기 마치고 선수들의 헹가래 받는 조성환 감독 [촬영 최송아]

인천 선수단은 조 감독을 헹가래 치고 꽃다발을 건넸고, 관중석에선 '조성환' 연호가 나왔다. 그라운드 곳곳을 걸으며 인사한 조 감독은 눈물을 흘렸다.

그라운드에서 마이크를 잡고 "안 좋은 성적으로 팬들께 근심을 끼쳐드려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인사하던 조 감독이 울컥해 말을 잇지 못하자 팬들은 박수를 보냈고, 관중석에선 "감사합니다"라는 외침이 나오기도 했다.

조 감독은 "2020년 K리그1 잔류와 요코하마에서의 ACL 경기 등 좋은 추억을 평생 잊지 않고 간직하고 살아가겠다"면서 "변화를 통해 더 나은 인천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팬들께서 실망스러우시겠지만, 인천을 끊임없이 응원해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인천이라는 팀의 의미'를 묻는 말에 한참 답하지 못한 채 테이블에 엎드려 눈물을 터뜨린 조 감독은 "무척 소중한 팀"이라며 울먹였다.

"정말 좋은 분들과 4년간 함께 했기에 제가 아쉬움이 커서 더 이러는 것 같다. 그런 게 없다면 시원하게 화내면서 집어던지고 갈 텐데…"라며 "좋은 추억과 정이 쌓였고, 애정이 남다른 곳"이라고 각별한 마음을 표현했다.

동점 골을 넣은 뒤 조 감독과 포옹을 나눈 간판 공격수 무고사는 "감독님의 마지막 경기라 힘들었다. 감독님은 우리 팀에 많은 것을 해주셨다"면서 "이 클럽을 위해 해주신 것에 감사하고, 앞으로의 커리어에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무고사는 "오늘 연패를 끊어낸 것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다.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조 감독의 당부처럼 반등을 다짐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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