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제는 없다”는 화성시청의 거짓말

신다은 기자 2024. 7. 5.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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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장마가 시작된 2024년 7월1일, 경기 화성시청 1층 현관 앞에서 아리셀 화재 관련 첫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일주일 전 배터리 화재 참사로 23명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처음 언론 앞에서 발언하는 자리였습니다.

화성시청 공무원들이 추모제가 열리기 1시간 전쯤 일일이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추모제가 취소됐다. 안 가도 된다'고 안내했다는 겁니다.

참사 초기 화성시청은 발 빠르게 청사 안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유가족 대기실도 마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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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토크]

2024년 7월1일 경기 화성시청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시민 추모제에서 유족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 장마가 시작된 2024년 7월1일, 경기 화성시청 1층 현관 앞에서 아리셀 화재 관련 첫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일주일 전 배터리 화재 참사로 23명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처음 언론 앞에서 발언하는 자리였습니다. 더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게 할 것, 철저한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시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화성시청 공무원들이 추모제가 열리기 1시간 전쯤 일일이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추모제가 취소됐다. 안 가도 된다’고 안내했다는 겁니다. 건물 밖에서 추모제 준비가 한창 이뤄지던 시점이었죠. 유가족에게 연락을 취한 이들은 심지어 화성시청이 유가족 지원 목적으로 일대일 매칭한 공무원이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추모제가 취소된 줄 알았다가 뒤늦게 사실이 아니란 걸 알았죠.

화성시청은 추모제를 ‘시위’라고 일컬으며 개최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가 강하게 반발하자 경찰까지 불렀죠. 언론이 취재를 시작하고 유족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자 화성시가 뒤늦게 한발 물러섰습니다만, 이미 추모제 분위기는 쑥대밭이었습니다. 유족들은 화성시의 대처에 크게 충격받았습니다.

참사 초기 화성시청은 발 빠르게 청사 안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유가족 대기실도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꾼 걸까요?

화성시청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주최 쪽에 민주노총이 끼어 있어서 추모제를 가장한 노동 집회라고 판단했다. 집회 관련 구조물을 설치하려 하길래 불허했던 거고 유가족에게도 그 사실(추모제를 불허했다)을 알린 것뿐이다. 대책위 요구사항을 봐도 노동운동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아리셀 참사는 산업재해입니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는데 ‘노동 집회’를 막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사고 희생자들은 대부분 불법파견된 이주노동자였습니다. 불법을 바로잡아달라는 요구가 과연 문제일까요? 무엇보다 그날 추모제는 유가족 참여 소식이 이미 기자들에게 다 알려진 상황이었습니다. 피해자 의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모제를 취소시킬 권한이 과연 화성시청에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재난 피해자의 집단행동에 정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사고 초기 경황이 없을 땐 ‘장례비용을 지원하겠다’며 선심 쓰듯 하다가 유가족이 한데 모여 요구사항을 말하면 ‘시위대’라고 비난하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향해 경찰이 최루탄을 던지고, 여당 의원이 이태원 참사 유가족을 가리켜 ‘시체팔이 한다’고 비난한 것처럼 말입니다.

경기 안산시의 한 파출소장도 피해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6월27일, 화성화재이주민공동대책위가 안산 단원구 다문화공원에 사망자를 기리는 분향소를 설치할 때였습니다. 관할 파출소장이 “지자체 허가는 받았냐. 분향소는 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설치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책위가 반발하며 실랑이가 빚어졌습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박성현 활동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습니다. “유가족과 생존자는 재난 피해자로서 조사 과정을 알 권리와 발언할 권리, 애도할 권리 등을 가진다. 정부가 시혜적으로 도와주는 대상이 아니라 마땅히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주체라는 얘기다. 유가족과 연대하는 단체들도 피해자 권리 보장을 위해 싸우거나 중대재해처벌법 사고에 대응한 경험이 있다. 이를 토대로 유가족 권리 보장을 위해 모인 건데 ‘특정 단체니까 배제한다’는 인식은 매우 후진적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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