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의 반도체가 먹여살렸다”…역대급 경상흑자, 관건은 우리가 아닌 일본

김정환 기자(flame@mk.co.kr), 한상헌 기자(aries@mk.co.kr) 2024. 7. 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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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경상흑자 32개월만에 최대
반도체·자동차 호조 지속
정부·한은 흑자전망 줄상향
상품수지 비중 코로나후 최대
中企 수출 판로 지원도 시급
외국인 관광객 유인책 통해
내수 살릴 불씨 마련해야
[사진 = 연합뉴스]
경상수지 흑자가 32개월만에 최대를 기록한 것은 반도체발 수출 훈풍 덕분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올해 흑자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할만큼 수출이 외화벌이 본색을 되찾았다는 평가다. 반도체가 끌고 자동차 등이 밀면서 수출은 일본과 글로벌 5위 경쟁을 할 정도로 올해 역대급 실적이 예상된다.

5일 한은에 따르면 1~5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54억7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당초 한은의 상반기 흑자 전망인 279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흑자 전망 역시 600억달러에서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당초 1월 전망치(500억달러)보다 크게 높아진 630억달러가 될 것으로 봤다. 경상수지 주축인 상품수지 흑자가 550억달러에서 720억달러로 늘었고, 수출 증가율이 8.5%에서 9%로 올라간 영향이다.

정부의 올해 수출 목표인 7000억달러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간 수출액이 1년 새 10% 이상 늘어 7000억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수출회복 강도는 점차 강해지고 있다. 5월 수출액은 반도체(53%), 정보통신기기(18%), 승용차(5.3%) 품목 선전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1.1% 늘었다. 지역별로도 동남아(30.4%), 미국(15.6%), 중국(7.6%)에서 수출이 고루 늘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 자동차, 반도체 수출이 개선되며 당분간 경상수지 흑자폭이 상당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수출 입김이 커지며 상품수지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늘어난 상태에서 ‘슈퍼 엔저’와 물류 불안, 고금리 장기화로 기업 수출 채산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돌발 교역 악재가 불거지면 역풍을 맞을 공산이 거꾸로 커진 것이다. 수출 기업 경쟁력 확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체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팬데믹 이후 최대로 늘었다. 경기 충격이 심해진 2022년 60.5%로 가라앉았다가 지난해 96.1%를 보인 후 올해는 114.3%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무역 의존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라며 “지정학적 불안이나 전 세계 교역 둔화가 가시화하면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계속 좋았지만, 화장품과 소매 산업은 하반기 부진할 우려가 있다”며 “중소기업 수출 판로 확보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한일 수출경합도가 과거에 비해 다소 낮아졌지만 일본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이 가장 치열한 국가”라며 “엔저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 금융, 산업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수 부진이 올해 경기 발목을 잡는 가운데 여행수지 적자가 만성화하고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경상수지가 안정적으로 개선되기 위해 관광·내수 활성화 처방이 시급해졌다는 지적이다.

5월 여행수지는 8억6000만달러 적자로 무려 114개월째 적자가 이어졌다. 비싼 국내 여행 가격와 엔저에 국민들이 잇따라 해외로 출국한 영향이 직접적이다.

김대종 교수는 “K팝, K푸드 매력을 살려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오고, 국내 관광과 소비를 확대하는 전략 수립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행과 레저의 전후방 산업과의 연계 효과는 상당하다. 한경협에 따르면 여가활동 소비 1원당 생산유발액은 1.76원에 달해 국내 제조업 주력 상품인 휴대폰(1.48원), TV(1.57원), 컴퓨터(1.71원)보다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반장식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휴가를 통한 부수적인 경제 효과가 크다”며 “소비 진작 효과 함께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활성화 대책을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 내수는 계속 후퇴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올해 수출 전망치를 높였지만 민간소비(1.8%)와 건설투자(-1.2%) 증가율은 변화가 없다. 설비투자 전망은 3%에서 2%로 거꾸로 꺾였다. 특히 건설투자는 내년까지 -1.2% 감소해 냉탕이 지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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