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고드는 질문 부족...불필요한 직접 인용은 지양해야

장슬기 기자 2024. 7. 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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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5기 독자권익위원회 6차 회의]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5기 독자권익위위원회(독권위)가 지난달 27일 서울 영등포구 미디어오늘 회의실에서 6차 회의를 열었다. 김봄빛나래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 김세현 경희대 미디어학과 학생, 신호철 시사IN 편집위원, 미디어오늘에선 정철운 편집국장, 장슬기 기자가 참석했다. 이해수 고려대 BK21 미디어학교육연구단 연구교수는 서면으로 의견을 줬다.

김봄빛나래 : 이번 달에 좋았던 기사 두 개를 꼽고 싶다. 일단 오구라 유나의 발언을 계기로 AV이야기를 다룬 <어떻게 “AV배우로 데뷔하라”는 말이 공개될 수 있을까>이다. 오구라 유나가 시그니처 멤버 지원에게 'AV배우로 데뷔해달라'고 발언해서 비판받은 문제를 젠더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미디어에서 AV 이야기를 양지화하고 계속해서 인기있는 콘텐츠로 자리잡게 하도록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유의미한 기사라고 봤다. OTT에서 AV산업을 미화한 얘기까지 잘 짚어줘서 비평 기사를 잘 읽었다.

다른 하나는 <'버닝썬 사건' 다룬 BBC 다큐 1000만이 한국 언론에 남긴 질문>이다. 버닝썬 사건을 다룬 BBC다큐가 1000만 조회수를 넘기면서 다시 한번 한국 사회에 버닝썬 사건을 화두로 끌어올렸는데 시청자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짚어줘서 좋았다. 이 사건에서 여성들의 이야기, 구하라씨가 경찰과 연예인의 유착을 밝히는데 도움을 줬던 부분이 잊힐 수 있었는데 이를 다룬 BBC의 코리아 콘텐츠에 대해 인터뷰해서 정리한 부분이 좋았다.

이해수 : <'버닝썬 사건' 다룬 BBC 다큐 1000만이 한국 언론에 남긴 질문>은 해당 사건을 연예인 관련 스캔들이자 가십 수준으로 다뤘던 국내 언론의 보도 행태와 달리, 여성혐오 범죄에 초점을 맞춰 피해자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담은 BBC만의 '새로움'이 국내 언론에 던지는 시사점을 다뤘다. BBC 다큐가 화제가 된 이후에도 한국의 다수 언론은 영상의 조회수에 주목할 뿐, 왜 BBC와 같은 접근이 한국 언론에서 보기 어려운가에 대해 성찰하는 모습은 부재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해당 기사는 미디어오늘이 미디어 비평지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타 언론사와 차별화된 접근이 두드러졌다. 그러면서도 외신의 사례를 무조건적으로 한국의 것보다 우수하다고 찬탄하는 인상 비평에 그치지 않고, 취재원들 의견과 BBC팀 인터뷰 등을 착실하게 다루면서 설득력을 높였다.

▲ 6월26일자 미디어오늘 지면 기사
▲ 6월12일자 미디어오늘 지면기사

이해수 : 유튜버들의 사적제재로 20년 전 밀양 성폭력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는 상황에서 언론의 문제적 보도 행태와 역할을 짚는 보도가 인상적이다. <'밀양 성폭력' 가해자 신상폭로…2차가해 앞선 일부 언론>은 가해자 신상을 폭로한 유튜버에 대한 비판과 언론의 선정성, 무분별한 보도 경쟁을 지적했다. 유튜브 영상을 인용하지 않고 사적제재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보도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 이슬기의 미다시 칼럼 <'따르면 기사'를 보이콧하라>까지 미디어 비평지로서 정체성과 차별성이 돋보였다.

김봄빛나래 : '국회, 미디어를 묻다' 기획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우선 인터뷰하고 있던데 전반적으로 미디어 정책을 다뤄주는 건 좋지만 더 질문을 했으면 좋았겠다는 부분이 몇 가지 있다. 한 예로 허은아 개혁신당 의원 인터뷰에서 방송3법에 대해 “이준석다운 수정안을 만들자”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준석표 방송3법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지' 묻지 않고 바로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얘기로 넘어간다. 김홍일 위원장에 대해서도 “법무부 장관 물망에 오르다가 방통위원장으로 왔다”며 “적합하다고 보기 애매하다”고 하는데 어떤 부분이 부적절한지 파고들어서 물어봐야 한다. 질문들이 단절돼 있고 파고드는 질문이 부족해 아쉬웠다.

▲서울 영등포구 미디어오늘 회의실에서 회의하고 있는 독권위원들. 맨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세현, 김봄빛나래, 이해수, 신호철 독자위원. 사진=미디어오늘

이해수 : '국회, 미디어를 묻다' 연재 기사는 21대 국회를 미디어 이슈에 초점을 맞춰 평가해보는 시도로서 의미가 크고 6월 한달간 매주 기사를 쓰는 기자들 부지런함도 크게 칭찬하고 싶다. 내용상으로 아쉬움이 있는데, 의원들이 자화자찬에 멈추지 않고 합리적인 수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자성의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지난 4년을 회고하며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인상도 지울 수 없다. 보다 날카롭고 불편한 질문들이 가감 없이 오갔으면 한다. 인터뷰와 별개로 미디어오늘만의 평가도 곁들여졌다면 더 균형 잡힌 기사가 됐을 거다.

이해수 : 미디어오늘의 헤드라인도 누군가의 말을 직접 인용해 따옴표로 처리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빈도수 자체에 대한 비판보다는 따옴표 처리가 선정성을 강조해 눈길 끌기용으로 사용되거나 제3자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서 언론의 책임 면피용으로 사용되는 등의 의도와 맥락을 고려한 비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따옴표가 남용되는 것, 기사를 충분히 대변하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과용되는 것은 큰 문제인데 <정부·여당보다 센 민주당 반도체지원법, 한경·동아 “참 모처럼”>이 그 예시다. “참 모처럼”이라는 아주 짧은 직접 인용은 기사의 핵심과 맥락이 파악이 어렵다. 직접 인용이 아니더라도 민주당을 향한 한경·동아의 예외적인 반응과 논조를 설명할 다른 헤드라인도 충분했을 것이라 본다. 점점 더 주목 경쟁이 거세지는 언론·미디어 환경에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장치들을 피할 수 없겠지만 기사만큼이나 헤드라인에 공을 들여야 하고 불필요한 직접 인용은 분명 지양해야 한다.

김세현 : 뉴스타파와 셜록이 법조기자단 관련 소송 2심에서 패소한 기사가 나왔는데, 판결에 대한 해설이 부족했다. 판결 내용만 나와 읽기 어려웠다.

김봄빛나래 : tvN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어요'라는 프로그램에서 존속 살해했던 사람을 인터뷰했고, MBC '그녀가 죽였다'에서 여성 범죄자들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하는데 다소 선정적으로 범죄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범죄 사건을 흥미 위주로 전달하거나 범죄를 미화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면 좋겠다. 계속해서 TBS 상황도 어떻게 진행되는지 다뤄달라.

이해수 : 향후 미디어 환경 변화와 사적제재가 쏘아올린 저널리즘의 역할을 짚는 기사가 있으면 좋겠다. 유튜버들 일거수일투족에 집중하며 '따르면 기사'를 양산하고 그것이 유튜버들 행동을 정당화하는 승인 장치로 작용하고 언론이 오히려 시청자 유입의 마중물이 되는, 둘의 공조 관계를 비판적으로 살피는 기사를 말한다. 밀양 성폭력 단일 사건과 보도 행태 비판을 넘어 미디어 환경 변화와 맞물려 극심해지는 디지털 자경주의와 언론의 재발견·재발명을 촉구하는 기획이 있었으면 한다.

신호철 : 법조기사에 어려운 법률용어가 많이 나온다. <MBC 법정제재 가처분 11건 중 10건 인용…전부 이겼다>를 예로 들면 '인용'이라는 말이 법률용어로 어렵다. 남의 말을 쿼터딸 때 쓰는 인용이라는 말도 있고. 위법성 조각이란 말도 어렵다. 구형이란 말도 형을 부른다, 영어로 ask인데 마치 형을 내리는 것 같아 검찰이 이를 이용하기도 하지 않나. '검찰이 7년 구형했다' 대신 '검찰이 7년형을 요청했다'로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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