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전문채널인데...'민영화' YTN 사장 "우리 신분은 회사원"

김예리 기자 2024. 7. 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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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 사장, YTN보도국 시경캡 공석 길어지자 "회사가 역할 부여하면 받아들여야"
젊은 기자들 "회사원 역할 우선하지 않아서라는 엉뚱한 진단이 인사 난항 원인"
노조 "한두 달에 한 번씩 인사 내는 경박한 리더십 아래에서 누가 일하고 싶겠나"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서울시 상암동 YTN사옥. ⓒ미디어오늘

YTN 보도국 시경캡 공석이 길어지는 가운데 김백 YTN 대표이사가 '중요한 건 회사원 신분'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구성원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와 YTN 저연차 기자들의 성명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1일 기존 캡이었던 최아무개 기자를 발령 2개월여 만에 편집부 평기자로 발령했다. 이 기자는 사측의 무리한 보도 관련 지시에 문제를 제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시경 캡(서울경찰청+captain)'은 서울시내 경찰서 담당 기자들을 관리하고 취재와 기사 작성을 지시하는 일종의 선임 역할을 맡는다. 사측은 이날 평기자들에게 신임 캡을 맡을 것을 권했는데, 낮게는 6년차 기자에게도 의사를 물었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같은 날 김백 사장은 부·팀장 이상이 참여하는 확대간부회의에서 “기자, PD, 그리고 다양한 직군이 있지만 1차적으로 우리의 신분은 회사원이다. 1차적인 직분을 다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노조원, 기자협회 회원, 어떠한 단체의 역할도 있겠지만 그런 다양한 역할에 비해 가장 중요한 것은 1차적 회사원 신분”이라며 “회사가 주요 역할을 부여하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또 “취임 세 달 됐는데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용된다고 생각한다”며 “외부에서 'YTN 프로그램이 매우 다양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자평했다. “민영화 이후 대주주는 상당히 좋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 4월1일 김백 신임 사장이 항의하는 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취임식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인사 문제의 책임을 노조 등에 돌리는 듯한 김 사장 발언에 YTN 내부에선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1일 성명에서 “경고한다. 의심의 구체적 근거가 있다면 하나라도 제시하라”며 “노조는 보도국 구성원들에게 무슨 자리 맡지 말라고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고 그럴 이유도 없다.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이 단 한 명에게라도 나오면 현 집행부는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YTN지부는 “보도국 인사 난맥상을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니 보도국이 제대로 돌아갈 리 있겠는가”라며 “YTN에 캡할 능력 있는 기자는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선뜻 손들지 않는다. 후배들을 '니편 내편'으로 가르고, 한두 달에 한 번씩 인사 발령 내는 경박한 리더십 아래에서 누가 일하고 싶겠는가”라고 했다. 또 “김 사장 발언은 '회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된다'고 자평하면서도 인사 난맥상을 인정하는 자기모순”이라고 비판했다.

2~6년차에 속하는 5개 기수의 YTN 기자 51명도 2일 공동성명을 내고 “리더라면 제 눈의 들보부터 보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회사원 신분이 중요하다는 김 사장 발언을 두고 “선배의 고언에 눈물을 훔치며 견디던 수습 시기는 회사원의 시간인가, 언론인의 시간인가. 이 내용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양심을 걸고 고민하는 시간은 회사원의 시간인가, 언론인의 시간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그동안 영광으로 여겨 온 자리가 이제는 공석이 되어 버렸다”며 “캡을 '패싱'한 지시, 이해할 수 없는 보도 방향, 주체도 알 수 없는 기사 꽂아넣기, 저연차의 비취재 업무 동원, 보도 필요성과 질보다 '무조건 개수'를 부르짖는 지도부.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던 캡이 채 3개월도 안 돼 교체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회사원'으로서의 역할을 우선하지 않아서라는 엉뚱한 진단을 내리는 몰염치함이야말로 인사 난항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한 YTN 기자는 같은 날 사내 게시판에 “언론사 구성원들에게 회사원이 되라고 강조하는 내부 구성원, 더 나아가 지도부는 처음 보는 것 같다. 왜 부끄러움은 항상 우리들 몫인가”라고 꼬집으며 “지금 이 시점에 주요 역할을 맡지 않으려는 이유는 일을 피해서도 힘든 일이 싫어서도 아니다.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이 범인”이라고 썼다.

또 다른 기자도 4일 글을 올리고 “파행 책임 인정하고 임명동의 투표 실시하라”고 사측에 요구했다. 이 기자는 회사가 △김 사장이 취임한 3월29일부터 이어진 인사 전횡과 난맥상 사과 △보도국장 임명동의 투표 즉각 실시 △취재·발제·보도방향 설정에서 현장 의견 수렴 등을 요구했다. 지난 3월 말 새 최대주주 유진그룹 주도로 임명된 김백 YTN 사장은 단협에 규정된 보도책임자 임면동의제를 파기하고 김응건 신임 보도국장을 임명하는 한편 보도본부장직을 신설했다.

YTN 사측은 지부 성명에 대한 별도의 입장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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