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김일성 사망 30년… 1994년엔 무슨 일이
김예진 2024. 7. 5. 20:01
오는 8일 김일성 사망 30주기를 앞두고 북한 매체에서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김정은 우상화 및 김일성 위상 격하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번 사망 30주기를 맞는 북한 당국 움직임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 서거 30돐(돌)에 즈음한 로(노)동계급과 직맹원들의 덕성발표모임이 4일 중앙로(노)동자회관에서 진행”됐다며 고 김일성 주석을 “인민을 위한 현지지도의 길을 쉼 없이 이어가며 뜨거운 은정을 베풀어주신 위인“이라고 칭송했다. 신문은 다양한 참석자들이 떠올리는 김일성 주석의 미담 발표를 전했다.
이날 여성회관에서는 여맹일꾼들, 여맹원들의 덕성 발표모임도 진행됐다. 신문은 참석자들이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을 위해 한평생을 다비치신 인민적 수령의 불멸의 업적에 대해 감명깊게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어 “위대한 수령님의 고귀한 생애와 불멸의 업적을 만대에 길이 빛내이며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령(영)도를 일편단심 충직하게 받들어나가는 성스러운 길에서 본분을 다해나갈 결의들을 피력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또한 북한 주재 국제기구 대표부들이 김일성 동상 앞에 꽃바구니를 진정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신문은 “수령님 서거 30돌에 즈음하여 4일 우리나라 주재 유엔상주조정자사무소와 유엔개발계획, 유엔아동기금, 유엔인구기금, 유엔식량 및 농업기구, 세계식량계획, 세계보건기구대표부의 명의로 된 꽃바구니들이 진정됐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김일성 사망 29년 즈음해 직능단체 덕성발표 모임, 해외 친북단체·인사 꽃바구니 전달, 근로자·학생·군장병의 혁명사적지 참관 등 추모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올해는 북한이 중시하는 5, 10년 단위의 꺽어지는 해인 정주년이면서도, 최근 김정은 우상화를 위해 선대 위상 흐리기가 진행 중이라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김일성 사망 30주기를 어떤 위상으로 치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의 대북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최근 북한 내부 주민 소식통을 인용해, “일주일이던 김일성 애도 기간을 하루로 단축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 사회는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을 ‘태양절’이라고 부르며 중시해왔으나 올해 ‘태양절’ 명칭을 사용이 급감하는 등 북한 당국 주도로 ‘선대 위상 흐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인애 통일부 부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김일성 추모 관련 특이동향 질문에 “북한 매체 기준으로 사망 당해인 1994년 한 차례만 (공식 명칭으로서의) ‘애도 기간’을 가진 것으로 보이며 그 이후에는 사망일 전후에 기념행사 등을 진행해 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김일성 사망 30년 관련해서는 직맹·여맹원 등의 덕성발표모임 진행 보도 외에는 별다른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20주기였던 2014년, 25주기였던 2019년의 경우엔 7월 8일 당일 김정은 등 간부들의 금수산기념관 참배, 중앙추모대 보도가 있었다”며 “북한 동향을 계속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일성 주석은 1994년 7월 8일 새벽 2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망이 발표된 건 이틀 후인 7월 9일이었다.
8일은 북한과 미국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고위급회담을 시작한 날이었다. 강석주 외교부 제1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측 대표단은 김일성 사망 시점에도 미국 측과 회담을 진행 중이다가 사망 소식이 공개된 9일 회담 연기를 요청했고 12일 평양으로 귀환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과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했지만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과 이어서 정상회담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북한이 곧 붕괴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훗날 김영삼 대통령은 사석에서 “그때 회담을 미루지 않았다면 내가 최초로 남북정상회담을 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됐을 것”이라고 했다는 증언이 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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