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간호사 채용난 '불똥'…상당수 휴학 고민

진태희 기자 2024. 7. 5.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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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최근 이 문제에 대해 간호대 학생 약 2천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박서현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 회장과 자세한 이야기 나눠봅니다.


설문조사 결과에도 나왔듯, 올해는 특히 간호사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절반 가까이가 졸업을 유예하고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실제 간호대 학생들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박서현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장 / 서울대 간호학과 

네, 말씀하신 것처럼 심각한 간호사 취업난으로 인해 많은 학생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지난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에서 6월 26일부터 30일까지 시행한 설문에 따르면, 어학점수, 면접 준비 등 취업 준비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답한 학생이 82.5%, 간호 국가고시 준비에 영향이 있다고 답한 학생이 37.7%였습니다. 


단순히 취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넘어, 졸업 유예를 선택하거나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학생은 무려 39.4%에 달했습니다. 


휴학이나 졸업 유예가 불가능에 가까운 간호대학 교육과정 특성상 굉장히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학교의 경우 2학기에 휴학이나 부전공 등을 통해 전공 이수를 미루기로 결정한 학우분들이 많으며, 2학기가 끝난 후에는 더 많은 3,4학년들이 진급 혹은 졸업을 유예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학자금 대출 상환과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도 많으며, 불투명한 취업 전망으로 인해 강한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점점 심각해지는 취업난으로 인해 간호대학생들이 벼랑 끝에 놓인 상황입니다.


서현아 앵커

굉장히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올해 상반기 내내 신규 채용 공고가 올라온 대형병원이 딱 한 곳 있었습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요.


박서현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장 / 서울대 간호학과 

일반적으로 주요 대학병원은 대부분 상반기에 신규 간호사 채용을 실시합니다.


4-5월 경 채용 공고를 올리고 7월에 면접을 본 뒤 합격자를 발표하는 방식입니다.


4학년 재학생들은 대부분 4학년 재학 중에 취업을 마치고, 졸업과 동시에 국가고시에 응시합니다. 


실제로 작년 10월 보건복지부에서 공개한 ‘신규 간호사 채용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주요 대학병원을 포함한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22곳 중 18곳은 올해 7월에 면접을 실시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7월인 지금, 2024년 상반기 채용이 이루어지는 서울 소재 주요 대학병원은 중앙대학교병원 한 곳밖에 없습니다.


이례적인 사태죠.


사실 간호계 취업 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점점 위축되어 오던 중이었습니다.


2018년에는 450명을 채용했던 서울대병원의 경우, 꾸준히 모집 인원을 축소하여 2022년에는 250명, 2023년에는 50명을 모집했습니다. 6년 만에 채용 인원이 1/9로 축소된 수죠. 


2018년에는 세브란스, 강남 세브란스 통합 채용으로 600여 명을 채용했던 연세의료원 역시, 2023년에는 320명을 채용했습니다. 


이 외에 많은 수도권 대형 병원들이 최근 몇 년 새 채용 규모를 축소해왔는데요, 올해는 급기야 간호사 채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태에 이른 상황입니다.


서현아 앵커

코로나 이후로 꾸준히 어려웠지만 특히 올해는 의료 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대형병원 경영난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신규 채용 지원에 영향을 줬다고 보시는지요?


박서현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장 / 서울대 간호학과 

앞서 말씀드렸듯 간호계 취업시장은 이미 꾸준히 악화되던 상황이었는데요, 이전부터 존재하던 여러 구조적 문제들이 의료 공백 사태를 계기로 급격히 악화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설문 결과에 의하면, 신규 간호사 채용 지연 문제의 원인이 ‘대학병원의 경영난’이라 답한 학생은 18.5%인 반면, ‘간호계의 법제 및 제도적 결함’이라 답한 학생은 72%에 달했습니다. 


대학병원의 경영난도 영향을 미쳤지만, 그와 별개로 간호계의 여러 구조적 문제들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겁니다.


서현아 앵커

그러니까 정리하면 의료공백 사태는 가시화된 어떤 계기였을 뿐이지 조금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는 건데 특히 상급병원 쏠림 문제가 원인이라고요.


박서현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장 / 서울대 간호학과 

간호계 취업난은 여러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문제입니다. 


우선 첫째, 지역 의료기관의 열악한 간호사 근무 환경으로 인한 쏠림 현상입니다.


실제로, 이번 설문 결과에 의하면,응답자의 81.1%가 3차 의료기관 및 주요 대학병원에서 근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졸업하는 간호대학생은 약 2만명인 반면 3차 의료기관의 신규 채용 간호사 인원 는 수천 명 가량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굉장히 극단적인 수치입니다. 


학생들은 그 이유로 간호사 한 명이 수십 명의 환자를 맡는 등 높은 노동 강도, 낮은 임금과 휴무조차 불가능한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수도권의 일부 병원에 간호 인력이 몰리는 쏠림 현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또, 신규 간호사에게 일정 기간 교육을 제공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의 3차 의료기관과 달리, 아무런 교육 없이 실무에 투입되어야 하는 병원도 많아 간호대학생들의 선호는 더욱 극단화됩니다.


이는 곧 지역 의료 환경으로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둘째, 예비 간호사 적체, 일명 웨이팅으로 인한 채용 문제의 지속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주요 3차 의료기관에 쏠림 현상이 발생하기에 수도권 주요 병원에 합격한 신규 간호사는 채용이 완료되고도 입사 발령이 나기 전까지 대기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그 대기 기간을 웨이팅이라고 합니다. 간호계의 웨이팅은 그 기간이 최대 1-2년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깁니다. 


실제로 한 대학병원의 경우 2022년 7월에 합격한 학생들이 아직도 웨이팅 중에 있습니다.


즉, 2022년에 채용을 완료한 신규 간호사가 대기 상태에 있고, 이에 더해 2023년에 추가된 신규 간호사가 또 웨이팅 줄에 더해지기에, 올해 혹은 내년에 신규 간호사를 추가로 채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당장 취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이미 취업한 학생들 역시 기약 없는 대기 속에 있는 상황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렇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취업난 사태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해결책이 있을까요?


박서현 대한간호대학학생협회장 / 서울대 간호학과 

단기적으로 당장 취업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간호대학생들에 대한 지원 정책은 물론이고, 근본적인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간호 정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간호대학생들은 설문을 통해서 간호법 제정이나 의료보험 개편 등 의료제도의 전반적인 개선, 지역 병원의 간호사 처우 개선 등을 해결책으로 내세웠습니다. 


또, 무리해서 간호대를 증원한 부분도 중단되어야 합니다.


실제 설문 결과에 의하면, 간호대학의 지속적인 인원 증원을 취업난의 구체적 원인으로 뽑은 응답자가 68%, 거의 70%에 달했습니다. 


지역 간호사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간호대 입학정원은 2019학년도부터 매년 700명씩 증원해왔습니다.


이에 더해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2월에는 2025학년도 간호대 입학정원을 1000명 증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17년에는 1만 9천 명이었던 정원이, 내년에는 2만 4천 명이 되는 셈입니다. 8년 새 약 5천 명의 증원이 이루어진 상황입니다. 


지역 의료 환경과 간호사 처우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인원이 급격히 증가한 것 역시 간호사 취업난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엇보다도 간호계 취업난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해 외면하지 않고, 현 문제 상황을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안전한 필수 의료 인프라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또 간호인력의 양성과 처우 문제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구조적인 문제점 잘 해결되길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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