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보고 좌파래?”…증세 철회 노동당, 중도층 끌어안았다
과격한 좌파 색채 지우고
브렉시트 반대·증세 철회
고물가·공공의료 개선 약속
보수당 실정에 ‘분노의 심판’
조기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영국 노동당의 부활은 지난 14년 간 보수당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의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의 탈 유럽연합(EU) 정책인 브렉시트 과정에서의 관리 실패, 이후 줄곧 후퇴한 경제력, 코로나와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으로 국민들의 삶은 계속 피폐해졌다.
여기에 불법이민자 확대에 따른 치안 불안과 공공의료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 사이 노동당은 2019년 총선 참패 이후 ‘증세와 복지’를 강조하던 좌파색깔을 지우고, 적극적인 우클릭으로 중도파를 흡수하면서 민심을 얻었다. 역대급 대승과 정권교체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다.
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수당이 좌초하면서 노동당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다만 FT는 여론조사 전문가 존 커티스 경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선거는 노동당의 승리라보다는 보수당이 대패한 선거”라고 일갈했다.
보수당이 정권을 잡은 2010년부터 14년간 이어진 실정이 노동당에게 과반(325석)을 훌쩍 넘기는 400석 이상을 쥐어줬다는 의미다. 특히 노동당은 지난 2017년 총선 당시 지지율 40%보다 적은 약 34%를 가져갔지만, 당시 262석보다 1.5배에 달하는 의석 수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먹고사니즘’을 넘어서지 못했다. 영국은 2016년 국민투표 이후 EU와 브렉시트 협상 장기화로 경제·금융불안에 시달렸는데, 뒤이은 코로나 팬데믹은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2021년 영국 국가총생산(GDP)이 9.9%나 하락하면서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는 경제쇼크를 두고 이제 가장 빨리 성장할 것이라는 태연한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또 존슨 총리는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기고 관저에서 술파티를 벌인 뒤 거짓말을 들키자 사퇴하는 추태까지 보였다.
구원투수로 등장했던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세계적인 인프레이션 위기에 역대 최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하며 파운드화 가치하락과 국채금리 폭락사태를 일으키며 취임 49일만에 사퇴하기도 했다. 코로나 기간 재무장관으로 금융관리에 실패했던 리시 수낵 총리가 ‘첫 인도계’ 타이틀을 달고 등장했지만 누적된 경제불안을 치유하지는 못했다. 올 연말 총선을 전망했던 영국 정치권의 시각을 뒤엎 7월 조기총선 승부수를 걸었지만 ‘무능한 보수당 심판론’을 극복하지 못했다.
실제 영국인들은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삶의 질이 저하됐다고 느끼고 있다. 지난 5월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의 조사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생계비용(85%), 국민보건서비스(NHS·84%), 이민 제도(78%), 경제(78%), 주거(72%), 치안(71%) 등 전체적인 삶의 질 저하를 느낀다고 답했다. 시장 친화적 언론으로 꼽히는 FT와 이코노미스트가 이례적으로 총선에서 노동당에 지지를 표명할 정도였다.
과거 지나친 진보노선으로 대패했던 노동당은 2020년부터 스타머 대표 체제 하에서 적극적인 우클릭 정책으로 중도층을 흡수하며 1997년 418석 대승에 비견할 승리를 거뒀다.
소득세·부가가치세 인상을 금지해 대규모 증세 가능성을 철회했고 국유화 정책을 버렸으며, 반애국적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국 군대에 대한 지원 의사도 피력했다. 특히 반(反) 브렉시트에 대한 강한 주장을 자제했고, 증세를 주장해왔던 상속세·자본이득세에 대해서도 인상을 검토하되 중립적인 의견을 강조했다. 다만 에너지 기업의 횡재세에 대해서는 증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국방력·의료·치안 강화를 내세우며 사실상 중도파적인 공약을 선보였다. 또 이번 총선에서는 지나친 좌파 후보자를 제거하고 중도층 후보자를 대거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9년 총선에서 200석 초반에 그치며 대패했던 것을 교훈 삼아 정치색을 바꾸고 절치부심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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