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압박에도 시장선 오히려 내렸네”…가계빚 줄이기 ‘첩첩산중’
당국, 대출 확대 자제 요청했지만
금융채 금리 하락세 주담대 영향
신한·우리·농협 등 금리 내려
KB도 다음주 월요일에 반영
금융당국이 최근 은행권에 급증한 가계대출의 관리를 주문하고 나선 상황에서, 금융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이를 기준으로 삼는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소폭 내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주문에 맞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이거나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조치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주담대 금리의 하락 요인이 발생하는 상황에 놓였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거나 다음주 하락을 예고했다.
최저 연 2.94%의 주담대 금리로 화제가 됐던 신한은행의 경우 금융채 하락을 반영하면서 5일 기준 주기형 주담대 금리 하단이 연 2.9%까지 떨어졌다. 우리은행 역시 주담대 하단이 연 3.15%에서 3.10%로 내려갔고, NH농협은행도 연 3.36%에서 3.34%로 조정됐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35개월만에 최대폭으로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은행을 불러 ‘대출확대 자제’를 주문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주담대 금리를 0.13% 올렸고, 하나은행은 우대금리폭을 0.20%포인트 줄이며 대출 진입장벽을 높였다. 두 은행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올해 상반기 주담대 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들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입장에선 가계대출 폭증을 관리해야 하는 숙제가 있겠지만, 은행 입장에선 모든 조건을 맞춰와 대출을 요청하는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주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말하면서 “더구나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관련 허들은 더 낮아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에게 금리를 올려 대출을 무작정 줄이라고 하는 것도 무리”라고 말했다.
지난달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52조1526억원으로 전달보다 5조8467억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폭은 초저금리와 부동산 광풍이 맞물렸던 32개월만에 최대이다.
주담대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대출 잔액은 5월말 대비 5조3415억원 증가했다. 이는 35개월만에 가장 큰 폭이다.
가계대출이 6월 급증한 것은 7월부터 강화된 대출규제인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이 예고된 가운데 서울의 부동산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주담대 금리가 내림세를 보였던 영향이 크다. 스트레스DSR 2단계 규제가 적용되면 기존에 비해 대출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은행채 금리 하락 등으로 주담대 금리가 최저 연 2%대까지 내려간 것도 그동안 고금리로 주저하던 사람들을 대출 시장으로 유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17개 은행의 대출담당 부행장 등을 소집해 가계대출 확대를 자제하고 관리를 강화하도록 주문했다.
결국 예고된 규제에 대출이 확 몰리면서 금융당국과 은행 모두 대출 관리를 더 촘촘하게 해야 할 필요성은 커졌는데, 시장 지표인 금융채는 다른 양상을 띄면서 시장이 혼돈에 빠지고 있다. 대부분 은행들이 대출금리의 기준으로 삼는 금융채 5년물 금리는 7월 1일 3.473%에서 5일 3.433%로 0.04%포인트 내려갔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는 현재 돈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고, 결국 시장의 논리에 따라 가져갈 수 밖에 없다”면서 “금융채 금리가 내려가 은행 조달비용이 낮아졌는데 이를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더 문제는 7월 시행예정이었던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이 9월로 시행이 갑작스럽게 미뤄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막차수요’를 타려는 사람들이 7월과 8월 또 한번 주담대 실행에 대거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상반기에 이미 올 한해 가계대출 증가목표치를 초과해 대출을 내어준 상황이지만, 7월과 8월 저렴한 주담대 금리에 규제 완화 전 한도 확보 등 유인에 또 한번 쏠림현상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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