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단체 요건 완화' 목소리 키우지만…등 돌린 '국힘·민주'

라창현 2024. 7. 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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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 필요…거대 양당 협조 필수
국힘 "당차원에서 논의한 바 없다"
민주 "당내 반대 기류 커서 결론 나기 어렵다"

[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비교섭단체 6개 정당이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공식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의 벽은 높은 형세다. 교섭단체 위주로 국회가 운영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국회법 개정의 열쇠를 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야6당 원내대표 모임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김종민 새로운미래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원내대표. 2024.07.05. [사진=뉴시스]

5일 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 등 군소정당은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추진하기로 입을 모았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이들 정당은 최대 12석에서 최소 1석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개별 정당으로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국회법 제33조에 따르면 20명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은 하나의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교섭단체를 구성하게 되면 △윤리심사(징계)요구 △의사일정 변경 동의 △국무위원 출석요구 △긴급현안질문 △본회의 발언시간·발언자 수 협의 △상임위원 선임 등의 권한을 갖는다.

이들이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공통의 목표로 공식화한 것은 지난 2일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비교섭단체의 한계를 체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정부질문을 하는 의원 수와 순서 등은 교섭단체 대표와 의장이 협의해서 확정하기 때문에 이들은 상대적으로 후 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국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6월 임시회 대정부질문 의원 순서를 보면 비교섭단체 정당 의원들은 9~10위에 배치됐다. 이들 순번이 오기 전에 대정부 질문이 파행되면서 비교섭단체는 질문하지 못했다.

거대양당과 동일선상에서 의정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날 김종민 새로운미래 의원은 "야 6당의 투표율을 모두 합쳤을 때 30% 정도 되는데, 승자독식의 선거법과 국회법으로 실제로 국회에 반영되는 야 6당의 목소리는 3~4%뿐"이라며 "교섭단체 요건을 없애든지 대폭 완화해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도록 국회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6개 정당이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이들 정당의 의석수를 합치면 21석으로 법적인 요건은 충족한다. 하지만 정당의 정책 방향성이 달라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공동교섭단체 운영에 있어서 가장 우려되고 어려운 점은 각 정당의 입장이 다를 때, 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라며 "여기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합의들이 진행되고 선행돼야 논의에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공동교섭단체 구성의 어려움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야 6당은 당장 공동교섭단체 추진보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 완화를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구성 요건 완화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국회법 개정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군소정당들이 합심해 국회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따른 국회 주도권을 뺏기고 싶지 않은 이유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당 차원에서 논의된 바 없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도 "야당하고 협조하는 상황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공식적인 요구가 나온 상황에서 이걸 모른 척할 수는 없다"면서도 "당 내부에서는 반대 기류가 조금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어 결론이 쉽게 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스스로 놓을 이유가 없는 만큼, 쉽게 국회법을 개정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장성철 정치평론가는 "(현 상황에서는) 양당만 합의를 보면 되는데, 제3~4당이 교섭단체로 들어오면 협상이 빨리 안 된다"며 "(교섭단체로서의) 기득권이 상실되고 주도권도 빼앗기는 경우가 나타나니까 안 해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교섭단체가 늘어나면 그동안 양당이 나눴던 국회 공간·예산·상임위원장 자리 등을 나눠야 한다"며 "거대 양당은 기본적으로 (교섭단체 증가를) 원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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