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퀴어축제로 긴장 고조…인권이냐, 불편하지 않을 권리냐

정지훈 2024. 7. 5.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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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취재 이후를 들어보는 시간, 뉴스A/S입니다.

이번에는 성소수자의 인권·문화 행사인 '퀴어축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대구퀴어문화 축제는 '보수의 도시' 대구에서 15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요.

지난해 퀴어축제 행사를 두고 대구시청 공무원과 경찰이 충돌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올해도 개최를 앞두고 충돌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글로컬뉴스부 정지훈 기자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 기자,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가요?

[기자]

네, 제가 있는 곳은 대구 중구 중앙로입니다.

대구 중심가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근대 골목과 빵 투어 등 관광명소를 비롯해, 쇼핑몰부터 다양한 상업시설들이 이 주변에 모여 있습니다.

[앵커]

번화가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군요.

[기자]

네, 맞습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이곳은 버스 등 대중교통만 다닐 수 있는 전용지구로 지정돼 있는데요.

때로는 교통 출입을 막아 '차 없는 거리'로 대구에서 열리는 여러 축제나 행사 장소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대구퀴어축제도 이곳에서 열리던 행사 중 하나입니다.

[앵커]

그런데 지난해 대구퀴어축제 과정에서 충돌이 있었죠?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이곳에서 축제 등 문화 행사를 열기 위해선 점용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대구시와 관할 구청의 판단입니다.

대구퀴어문화 축제가 집회 신고는 했지만, 점용허가 없이 도로 위에 부스 등 시설물을 설치하는 건 불법이라고 판단한 겁니다.

당시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 번화가 도로를 무단 점거하고 여는 대구퀴어축제를 단연코 용납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대구시와 중구는 행사 당일, 도로 위 부스 설치를 막기 위해 행정 강제집행을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한때 마찰을 빚었습니다.

[앵커]

대구시와 중구청이 점용허가를 내어주지 않았다면, 대구퀴어축제 행사가 불법이고, 이건 행정당국의 정당한 법 집행으로 봐야 하는 거 아닌가요?

[기자]

그랬다면, 경찰이 행정대집행에 나선 공무원들과 충돌하는 일도 없었을 겁니다.

경찰이 행정 강제집행을 막아선 이유는 대구퀴어축제가 사전에 신고된 정당한 집회이고, 집회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경찰은 정당한 집회라고 판단을 한 건데, 대구시는 불법이라고 판단을 한 거네요.

의견이 엇갈렸는데, 결국 법원이 나섰다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축제 조직위와 지역 시민단체들은 홍 시장과 대구시를 상대로 집회 방해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4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7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법원은 "집회에 필요한 물건의 특정 장소 점용은 집회 자유 실현에 더불어 이뤄진다는 점에서 집회 참가자와 마찬가지로 보호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집회에 필요한 물건으로 인정되면 공공의 안전이나 질서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이상 규제는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배진교 /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그런 계기가 됐었고요. 성소수자도 대한민국 헌법의 적용받는 엄연한 국민이라는 그런 판결로 저희는 받아들이고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앵커]

'1심에선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결국 퀴어축제 측의 손을 들어준 건데 대구시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기자]

대구시는 지난달 항소를 제기했습니다.

대구시는 1심 재판에서 행정 기관의 도로점용 허가권과 집시법에서 규정한 집회 제한에 대한 판단이 미흡했다는 주장입니다.

홍 시장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홍준표 / 대구시장 (지난 26일)> "도로 점용, 허가 권한이 행정관청에 없다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거지. 우리가 단속할 근거가 없는 거죠. 집시법 12조에 보면 집회 제한 구역이 전국 도로에 다 명시가 돼 있어요."

집시법 12조는 교통 소통을 위한 집회의 제한에 관한 내용인데요.

집시법 시행령엔 대통령령으로 정한 지역별 주요 도로가 명시돼 있는데, 이곳은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시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대구엔 총 9곳이 있는데 그중 한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이 때문에 대구시는 항소심에서 제대로 다퉈보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퀴어축제 측은 불법 도로점용의 문제는 이번 법원 판결로 해소가 됐다는 입장입니다.

홍 시장의 거듭된 불법 도로점용 주장에 대해선 성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배진교 /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대구시가 하면 차 없는 거리가 되고 성소수자들이 퀴어 문화 축제를 하게 되면 이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차별행정이고, 이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 시위의 자유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앵커]

아직 많은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는 상태군요.

민사 소송 외에도 형사 고발 건도 남아 있죠?

올해도 행사가 열릴 텐데, 지난해와 같은 갈등이나 충돌이 반복될 우려는 없습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축제 조직위와 시민단체는 손해배상 소송 외에, 공무집행방해죄로 홍 시장 등을 지난해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대구시도 당시 대구경찰청장과 조직위 관계자 등 8명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인 상황입니다.

조직위 측은 올해 하반기 대구퀴어축제를 개최할 예정인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법적 다툼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찰 우려 등으로 행사 개최에 대한 부담이 있는 상황입니다.

대구시에선 판결 결과에 따라 도로 점용허가를 이유로 행사를 막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난해 같은 충돌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편에선 행정기관 간의 충돌과 갈등이 반복되고 지속되는 건 사회적인 혼란과 행정에 대한 불신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채장수 /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관과 관 사이의 갈등이 이런 새로운 문제를 통해서 자꾸 드러나게 된다면 그것은 결국은 국민이 관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거고요. 그럼으로써 민과 민 사이의 갈등은 더욱더 증폭될 수밖에 없는 거죠."

[앵커]

대전에서도 내일(6일) 지역에서 처음 퀴어축제가 열릴 예정인데, 여러 가지 진통을 겪고 있죠?

[기자]

대전시장 등이 시민 간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행사 개최 반대의 뜻을 밝히고, 종교단체에서도 퀴어축제장 인근에서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어서 갈등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대전시와 동구청에서 대구 사례처럼 점용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충돌이 우려됐는데요.

최근 정식으로 집회 신청이 이뤄진 만큼 행정 강제집행에 나서진 않겠다고 밝혀 대구에서처럼 행정기관과 경찰 사이의 충돌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정 기자, 지방에서, 그것도 보수 성향이 강한 대구에서 이렇게 10년 넘게 행사가 열릴 수 있었던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인데요.

앞으로 해결 방안이나 취재를 하면서 생각한, 어떤 바람 같은 게 있을까요?

[기자]

네, 아직 퀴어축제에 대한 반대 의견을 비롯해 부담스럽다는 시선도 여전하기 때문에 갈등이 쉽게 해소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방에선 그동안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전무하거나 부족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지역에서 10년 넘게 이어온 퀴어축제를 통해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이 공존하고, 또 혐오와 편견보단 존엄과 평등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정지훈 기자였습니다.

정 기자, 고맙습니다.

#대구퀴어축제 #인권 #성소수자 #도로점용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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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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