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만족스럽지 않나요…'N차 관람' 노리는 이제훈·구교환의 '탈주' [김기자의 문화이야기]

김문영 2024. 7. 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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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종필 "배경만 북한…굉장히 보편적인 이야기"
배우 이제훈 "가장 마른 모습으로 촬영…늪에서 죽음의 공포 느껴"
배우 구교환 "규남이라는 '현상'을 마주한 인물…마냥 추격 안 해"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이지' 싶을 때 대리 만족을 줄 영화…다시 꿈꾸길"
'탈주'로 만난 구교환·이제훈, 추가로 작은 영화 작업 진행 중

영화 '탈주'가 줄곧 1위를 달린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감독 켈시 만)을 빠르게 추격하며 '관객 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개봉일인 그제(3일) 관객 11만 2,663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른 영화 '탈주'(감독 이종필)가 개봉 이틀째인 어제는 누적 관객 수(20만 7,962명) 20만 명을 넘어서면서 '인사이드 아웃2'와 엎치락 뒤치락하는 경쟁을 펼치고 있는데요.

'탈주'가 개봉하기 전 예매율에서도 관객들의 기대감을 고스란히 보여주듯이 '인사이드 아웃2'를 제치고 1위를 달성한 바가 있는 만큼 이번 주말이 흥행 여부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 '탈주'는 지루할 틈이 없을 정도로 속도감 있게 긴박한 전개로 흘러 갑니다.

영화 '탈주'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렇지만 영화 '탈주'는 최근 범람한 단순한 액션물이 아닙니다. 코미디 영화도 아니고,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탈북 과정을 그린 영화들과는 더더욱 거리가 멉니다.

영화를 제작할 때 일부러 고증을 비껴갔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보면, 북한의 실정과는 다른 상복이 등장하고 '남조선'이 아니라 '남한'이라 지칭하는 대사가 이어집니다.

대신에 이 영화는 하나의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어떻게 살 때 행복을 느끼는 것 같느냐는, 간단하지만 중요한 질문입니다.

영화 '탈주'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높여주는 배우 구교환의 연기력에, 숨 넘어갈 듯이 질주하는 절박한 이제훈의 연기력이 더해진 장면들을 스크린으로 보다 보면 관객들은 언제 자신이 치열하게 꿈꾸었는지, 혹은 꿈꿀 예정인지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일각의 '금수저(부유하거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 가정에서 태어나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는 좋은 환경을 누리는 사람)' 찬양에 무기력을 느낀다면 추천할 만한 영화. 배우들이 'N차 관람'을 노리는 영화 '탈주'의 감독과 두 배우를 인터뷰했습니다.

유쾌함이 가득했던 해당 인터뷰는 MBN 취재 기자가 지난 6월 17일에 진행했습니다.

Q. 감독, 영화 아이디어 구상은?

A. (이종필 감독) 직장을 다니는 제 친구가 회사를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다고 울면서 제게 하소연한 적 있는데요. 그래서 '벗어나고 싶다,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라고 정말 진지하게 술에 취해서 울면서 말하는 것을 볼 때쯤에 이 이야기를 접하게 됐습니다. 배경은 북한이지만, 되게 보편적인 이야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누구나 '내 인생은 왜 이 모양이지' 싶고, 만족스럽지 못하게 살면서 좀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를 하는데 그게 또 두렵기도 하고, 쉽지 않고 그렇잖아요. 때려치우고 싶지만 쉽게 때려치우지 못하는데요.

인터뷰하는 이종필 감독 [사진=MBN]


과감하게 그런 고민 없이 그냥 직진을 하고, '나는 때려치운다기보다는 나의 의지로 나아가겠다, 혹은 더 나은 나의 삶을 찾아가겠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한다면 그 친구뿐 아니라 만족스럽지 못한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쾌감이랄까, 대리 만족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여럿이 공감할 수 있는 대답이다. '자유에 대한 갈망'도 있고, 우리나라의 특수한 상황에 맞게 소재도 현명하게 선택했는데?

A. (이종필 감독) 말씀하신 대로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자유랄까, 행복이랄까 이런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는데요. 이를테면 구교환 배우가 나온 시리즈물 'D.P.'의 경우는 한국이란 배경이 구체적으로 설정됐잖아요. 그러면 '얘가 행동하는 것이 단순히 자유 때문은 아닐 거야' 혹은 '구체적인 사연이 있을 거야' 이런 식으로 관객들이 더 들어가게 되는데, 이건 좀 피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영화들과 달리, 북한이 어떤 영화적인 배경으로서의 북한이고요. 영화에 같은 북한 사람들만 나오기도 하고 그래서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탈주'를 보시면 내내 '자유, 자유' 이렇게 외치고 있습니다.

Q. 두 배우, 캐스팅 질문을 빼놓을 수가 없다. 청룡영화제에서 이제훈 배우가 구교환 배우에게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는데?

인터뷰하는 이제훈 배우 [사진=MBN]

A. (이제훈 배우) 제가 평소에 너무나도 애정하고 좋아하는 배우였는데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다가 함께 이 탈주라는 이 작품을 하고 싶은 거에요. 그래서 제 사심을 담아서 그 시상식에서 너무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외쳤죠. (미소) 그 시상식에서 제가 이렇게 하트도 날렸는데, 너무나 기쁘게 또 하트로 화답을 해주셔서 함께 영화를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저는 꿈을 다 이룬 것 같습니다.
인터뷰하는 구교환, 이제훈 배우 [사진=MBN]

A. (구교환 배우) (부끄러운 미소) 먼저 저는 선택을 당하잖아요. 배우들은 선택을 해주시면 특정 요소들을 체크를 하게 되는데, 저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에 하나가 상대 배우이기도 합니다. 이제훈 배우님께서 저를 이렇게 러브콜을 주셨을 때는 더할 나위가 없죠. 하지 않을 이유가 없고. 사실 계속 제가 밀고 있는 얘기인데 제훈 씨보다 더 그 이전에 제가 더 제훈 씨를 애정하고 있었습니다.

굉장히 어떤 선물 같은 순간이잖아요. (미소) 저도 그분에 대한 호감이 있고, 그런데 그분도 저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 같은 일인데 그리고 그 관계로 영화까지 찍게 된다? 사실 저한테는 너무 선물 같은 현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Q. 두 배우, 실제로 극에서 함께 호흡해보니 어땠나?

A. (구교환 배우) 못한 이야기를 더 길게 하자면, 사실 제훈 배우님을 두고 저는 작은 영화 작업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제훈 배우님을 생각하면서 쓴 캐릭터도 있었고, '언젠가 한번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 캐스팅을 할 날이 올까'라고 계속 꿈꾸면서 작업을 이어갔는데요. (미소) 실제로 제가 제훈 배우님을 마주했을 때 제훈 배우님이 그냥 예상했던 그대로의 분이신 거에요. 그렇게 또 사람이 (제 추측과) 맞기가 어렵잖아요. 제가 기대했던 이미지와 똑같은 인물이라는 게 너무 설렜습니다. 그리고 되게 반가웠죠. (미소)

A. (이제훈 배우) 네 감사합니다. (미소) 저같은 경우는 '탈주'라는 영화로 이렇게 같이 호흡을 맞췄는데 작품이 글보다 더 잘 나왔다고 저는 자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케미(사람들 간의 주고받는 호흡)가 정말 좋았고,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둘이 어떤 영화로 관객들을 만날지 기대하실 때, 저는 '그 기대 이상의 두 사람의 엄청난 시너지를 볼 수 있다'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잘 통해서 이렇게 멋진 영화가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터뷰하는 구교환, 이제훈 배우 [사진=MBN]


A. (구교환 배우) 제가 첨언해도 될까요? (모두 폭소) 저는 또 다른 요소로 연출자인 감독님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내용은 안 쓰셔도 돼요. (미소) 저는 이종필 감독님을 2008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이수진 감독님의 작품 '적의 사과'의 배우로 처음 뵀어요. 골목길의 한 공간에서 서 있기만 하시는 연기를 하셨거든요. 러닝타임 내내. 그런데 '어, 저 배우 굉장히 에너지가 넘쳐 흐른다' 해서 그 모습에 굉장히 반했고, 그 다음에 이분이 찍은 영화도 계속 보게 된 거에요.

짧게 이야기하자면, 저는 두 분을 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 두 분이 저를 선택해 주신 것에 대해서 너무. (이종필 감독: 저희도 그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구교환 배우: 맞아요. 그런데 사실 제가 먼저 알았어요. 언제 아셨어요? 저는 2008년에 알았어요. 언제 아셨어요?) (이종필 감독: 2010년.) 알겠습니다. (폭소)

A. (이제훈 배우) 이렇게 서로를 흠모한 세 남자가 함께 모여서 탈주라는 영화를 찍었습니다. (구교환 배우: Once upon a time(옛날 옛적에).) (폭소)

Q. 감독, 북한의 리얼리티를 구현하기 위한 노력도 했는지?

A. (이종필 감독) 어떤 북한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관객들이 마치 북한에 진짜 와있는 것 같은 그런 콘셉트의 영화도 있었지만, 과연 이 영화가 그게 맞는가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콘셉트는 이를테면 제가 관객이면 '꿈을 꿨는데 깨어보니 여기가 북한인 것 같더라' 싶은 그런 공간을 구현하는 콘셉트였어요. 소위 말하는 고증이라는 측면은 철저히 조사하고 일부러 조금씩 비껴나간 측면이 있어요.

영화가 북한 군인들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아, 이거는 내 이야기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목표여서요. 그래서 일부러 조금씩 비껴가서 마치 꿈에서 본 것처럼 '내가 한국 사람인데 꿈을 꿨는데 북한에 와있네' 이러는 것이 콘셉트라 그 콘셉트에 충실하게 구현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구교환 배우: 아!)

Q. 구교환 배우, 혹시 새롭게 깨달은 부분이 있는 것인지?

A. (구교환 배우) (모두 폭소) 저는 제가 촬영하지 않은 클립의 컷이 생각이 나서요. 제훈 씨가 부감(위에서 아래로 찍는 구도의 촬영)에서 이렇게 눈을 팡 하고 뜨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꿈을 꾼 듯한 연출)을 의도하신 건가 해서요. (이종필 감독: 맞아요, 맞아요.)

감독님이 이렇게 몰래 연출하세요. 제가 촬영한 장면이 아니기도 했고, 저도 듣고 그런 의도가 있구나 깨달았는데요. 감독님이 정말 한 컷, 한 컷 되게 한약을 달이듯이 (폭소) 그런 연출을 하시는데, 이런 것들이 숨겨져 있는 것을 2회차 관람 때는 더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두 번 보입니다. (이제훈 배우: 그렇죠. 세 번도 보고, 네 번도 보고.) 너무 재미있으면 7번까지도 가능하고.

A. (이제훈 배우) 그렇죠. N차 관람(여러 번 관람)이라고도 많이 말하잖아요. 저희 영화가 어떤 배경에 대한 고증을 또 따르고 있지만, 영화적인 상상을 굉장히 많이 가미해서 만든 영화이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아 이런 부분이 있는데 또 이런 새로운 배경의 모습도 있네' 하고 아마 흥미진진하게 이 영화를 보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감독, 클로즈업 컷들이 인상적이다. 긴장감이 잘 드러났는데, 추격 장면에서 특히 잘 담아내고자 한 게 있다면?

인터뷰하는 이종필 감독 [사진=MBN]

A. (이종필 감독) 추격 신(장면)에서는 그냥 에둘러 가고 싶지 않았달까요. 직진하고 싶었어요. 보통은 추격전에서 어떤 상황이랄까, 장애물이 되는 어떤 캐릭터를 만났을 때는 '이걸 어떻게 피해 나갈까, 어떻게 숨길까, 속일까' 다른 영화들이 보통 그랬다면 이 영화의 규남(이제훈 배우 역)이라는 인물은 좀 달라요.

자신이 탈주하고자 하는 게 걸리면 위험하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본인은 잘못한 게 없거든요. 자신의 신념이 맞으니까 그래서 직선적으로 직진한다. 이게 영화로 구현할 때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었고요. 한편으로는 직진을 하면, 그 위에서 현상(구교환 배우 역)이 위에서, 늘 멀리에서 지켜보고 혼자 생각하는 구도를 만든 것이죠.

A. (이제훈 배우) 말씀하신 대로 영화에서 배우들의 클로즈업도 굉장히 많이 비춰지고 있는데요. 아마도 그 배우의 '내일을 위해서 탈출을 하고 싶다'라는 그 심리와 욕망을 얼굴을 통해서,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그 감정을 보여드릴 수 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그렇게 많이 담아주시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Q. 이제훈 배우, 집념의 사나이를 연기했다. 연기에 중점을 둔 게 있다면?

A. (이제훈 배우) 실패할지라도 내일을 위해서 뭔가 도전하는 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여기서 탈출하지 못하면 낭떠러지다. 그리고 뒤는 없다'라는 생각을 갖고 정말 최선을 다해서, 실제로 제가 그 상황을 겪은 사람처럼 연기했어요. 심리적으로도 그랬고요. 계속해서 무엇인가에 쫓기고 나는 도망쳐야 되고 이런 것들을 끊임없이 마음에 담아두면서 연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굉장히 촬영하는 과정이 어려웠는데 스크린을 통해서 관객 분들이 같이 긴장하고 그리고 탈출을 위해서 응원하고 결과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오셨을 때 '너무 잘 봤다. 진짜 너무 재밌었어' 생각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Q. 혹시 꿈에서도 쫓기는 경험을 한 것 아닌지?

인터뷰하는 이제훈 배우 [사진=MBN]

A. (이제훈 배우) 네! 네! 네! 그렇게 꿈에서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나 정말 너무 멋진 연기를 한 것 같아'라고 자축을 하는데 그게 꿈이었던 거죠. 그럼 이제 억울한 거에요. 하. 난 이렇게 최선을 다해서 했는데. (구교환 배우: 미소) 그만큼 현실과 꿈을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이 작품을 계속 했던 것 같아요.
Q. 계속 뛰어다니는데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나?

A. (이제훈 배우) '사람이 뛰는데 숨이 차올라서 그 숨이 멈춰질 수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경험을 저는 이번 작품에서 좀 했던 것 같아요. 끊임없이 달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어떤 속도의 한계를 계속 스스로 넘어서 달리려고 하니까.

그런데 이 심장이나 숨은 한계가 있고. 달리고 계속 바닥에 쓰러져서 헉헉댔고요. 그런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인간이 무엇인가 희망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추구하려고 하는 욕망이 이렇게 간절하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뜀박질을 하면서, 장애물들을 피해가면서.

'어떤 자유를 방해하는 것들이 있지만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라는 마음과 행동을 보여주는 작품이라, 이 작품 이후에도 제 인생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의 삶을 살면서는 하고 싶은 것을 하자'라는 마음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Q. 관객들이 응원을 많이 할 것 같다. '나도 꿈이 있으면 저렇게 해야겠다' 생각할 것 같은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A. (이제훈 배우) 모든 장면들이 저는 다 기억에 남는데요. 규남(이제훈 배우 역)이 질주를 하는 순간에 장애물을 만날 때가 있어요. 잠깐 예고편에서도 보이는데 늪에 빠졌을 때.

그때 정말 '내가 이 늪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게 되면 일순간 나는 죽음을 맞이하겠구나' 그런 공포가 연기할 때도 막 도사리는 거에요. 이게 관객들한테도 되게 실감나게 잘 전달이 됐으면 좋겠고요.

실제로 늪에 깊숙하게 빠져들어서 컷을 할 때까지, 또 컷을 하는 순간을 듣지를 못했어요. 계속해서 안에 들어가서 머물고 있었거든요. 발버둥을 치는 규남(이제훈 배우 역)의 모습을 보고 이후에는 또 어떻게 될지 관객분들이 궁금해하고 되게 긴장하시면서 보시지 않을까. 촬영 과정은 녹록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장면이 너무 강렬하게 기억에 남고, 이후에 어떻게 또 규남(이제훈 배우 역)의 탈주가 이어지는지도 계속 봐주시면 좋겠네요.

Q. 체중도 크게 감소하지 않았나? '마른 장작'이라는 표현도 쓰셨다.

A. (이제훈 배우) 아무래도 도망을 치는 인물이다 보니까 먹는 부분이 여의치 않고요. 무엇인가 먹을 것이 생기면 동료 병사들에게 나눠주는 그런 인물이었거든요. 영화에서 규남(이제훈 배우 역)이 그 험난한 과정을 정말 수일 동안 체험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된다면 먹는 게 여의치 않으니까 당연히 계속 말라가지 않을까 예상을 해서 제가 여태까지 찍었던 작품 중에 가장 마른 모습으로 촬영을 했어요.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고 고통받는 한 사람의 모습을 몸으로도 좀 표현을 해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아쉬웠죠. 저희 현장에 밥차가 굉장히 맛있었거든요. (미소) 그런데 저는 그것을 보면서 지나갈 수밖에 없는, 그런 저의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Q. 구교환 배우, 영화 '모가디슈'에서도 북한 장교 역할을 굉장히 잘 소화했다. 이번에도 북한의 보위부 장교인데 어떻게 배역 연구를 했는지?

영화 '탈주' 스틸컷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A. (구교환 배우) 현상(구교환 배우 역)이라는 인물을 연기할 때 어떤 배경이나 환경에 집중하기보다는, 그건 제가 통과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잘 아는 감정은 아닐지라도 마냥 현상(구교환 배우 역)이 추격만 하지는 않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추격은 껍데기였고, 결국엔 자신한테 계속 질문을 해서 도착한 곳이 규남(이제훈 배우 역)이었을 텐데 최종적으로 마주했을 때 그것은 내가 정의를 내리기보다는 이 'phenomenon(현상 (現象): 본질이나 객체의 외면에 나타나는 상)에 집중하자' 이런 생각이었죠.

제가 이름 말 맞추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래서 배역 이름이 현상인가? (이제훈 배우: 오.) 현상은 규남이라는 '현상'을 마주한 것인가? (미소)

당연히 말의 억양이나 발성, 기술적인 부분들도 중요하겠지만, 가장 제가 집중하고 싶었던 것은 '그때나 지금의 저에게도 계속 질문하는 지점들을 혹시 이 장르 영화에서 녹여낼 수 있을까'라는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Q. 전 작품 'D.P.'에서도 추격전을 했다. 이번 추격전의 차이점이라든지 추격에 대해 해주실 말씀?

A. (구교환 배우) 저는 항상 추격을 하고 있었어요. 웹드라마 '박하경 여행기'에서도 이나영 선배님을 사랑해서 추격을 하고 있었고요. (미소) 사실 누군가를 계속 쫓는다는 것이, 그 추격이라는 단어가 너무 부정적이지만은 않더라고요. 이 작품을 보고 있으니까. 각자의 추격들이 다 따로 있는데 지금은 흥행에 대한 추격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훈 배우: 맞네요) 잡아라, 관객들! 쓸 게 없죠? (미소)
인터뷰하는 구교환 배우 [사진=MBN]

Q. 재미있어서 예능 같다. '현상'이라는 배역을 더 설명해달라.

A. (구교환 배우) 인물을 이해하려고 하면 너무 어려워지고 복잡해져서 그냥 그냥 그 상황에 충실하려고 했고요. 규남(이제훈 배우 역)을 계속 바라보자. 거울처럼 보자.

원래 자기가 되게 좋아하고 자기와 닮아 있는 사람을 더 미워하게 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현상(구교환 배우 역)이 규남을 미워하는?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게 미움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그냥 규남한테서 자기를 발견했겠죠.

그래서 저는 계속 포커스가 규남한테 영점이 잡혀 있었던 것 같아요. 상대방의 연기를 보면서 그냥 계속 그냥 바라봤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훈 씨가 연기하는 규남이, 제 연기이기도 해요. 도망자를 부러워하는 추격자일 수 있겠죠. 어떤 지점에서는.

Q. (공통) 관객들에게 마지막 말씀

A. (구교환 배우) 재밌는 장면들이 너무 많은데 다 보시고 엔딩 크레딧을 쭉 한번 지켜봐 주십시오. 이렇게 함께 만든 스태프들,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음악도 너무 좋고, 명장면이 많기 때문에 그 검은 화면을 바라보면서 복기하는 시간도 가지며 너무 멋질 것 같습니다.

A. (이제훈 배우) 요즘에 날씨도 굉장히 많이 더워지고 있는데 극장에 오셔서 저희 영화 '탈주'를 선택하시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다'라고 많은 사람들한테 이야기해 줄 수 있을 것 같고요. 지금 살고 있는 어떤 현실에 대해서 한번 생각을 해보면서 '나는 지금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나, 나도 저렇게 도전하고 꿈을 향해서 쫓아갔던 시간들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드시고, 다시 한번 또 꿈을 꿔보시면 저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탈주'가 그런 작품이 되기를 바랍니다.

A. (이종필 감독) 네 탈주는 말씀하신 대로 정말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극장에서 볼 수 있고요. 영화를 보고 나오면 시간을 가지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니까요. 보시면 재밌을 겁니다.

A. (구교환 배우) 재미와 메시지, 원 플러스 원, 두꺼워. 또 봐야겠다. 묶음 배송은 없어요. 왜냐하면 극장으로 오셔야 돼요. 배송은 못 해드려요. (폭소) 극장에서 만나요.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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