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2조 넘게 투자한 건물 텅텅 비었다…국민연금 '초비상'

류병화 2024. 7. 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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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부권역을 대표하는 초대형 복합시설이 될 것이라던 마곡지구 '원그로브'가 준공 한 달을 앞두고 '공실률 100%'라는 황당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 시설에 국내 부동산 투자액 중 역대 최대 규모인 2조3000억원을 쏟아부은 국민연금공단은 초비상이 걸렸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원그로브(CP4) 오피스동을 임차하기 위해 계약을 맺은 업체는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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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타는 국민연금
2.3조 투자한 마곡 오피스 입주 '0'
준공 한 달 남았는데…수익은커녕 투자금 회수 '막막'
국내 부동산으론 역대최대 투자
'축구장 64배 크기' 오피스·몰
여의도 오피스 입주 붐에 타격
강남서 멀고 마곡 공급 폭탄도
대기업 입주해야 분위기 반전

마켓인사이트 7월 4일 오후 4시 42분  

< 최악 공실사태 맞은 마곡 ‘원그로브’ > 국민연금공단이 준공을 한 달 앞둔 서울 마곡동 원그로브 임차인을 전혀 구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국민연금이 역대 국내 부동산 투자 최대 규모인 2조3000억원을 들인 원그로브 전경. /최혁 기자


서울 서부권역을 대표하는 초대형 복합시설이 될 것이라던 마곡지구 ‘원그로브’가 준공 한 달을 앞두고 ‘공실률 100%’라는 황당한 결과를 받아들었다. 이 시설에 국내 부동산 투자액 중 역대 최대 규모인 2조3000억원을 쏟아부은 국민연금공단은 초비상이 걸렸다.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투자한 원그로브(CP4) 오피스동을 임차하기 위해 계약을 맺은 업체는 한 곳도 없다. 원그로브는 연면적 약 46만3098㎡로 여의도 IFC(50만6205㎡)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규모다. 축구장(7140㎡) 64개와 맞먹는다. 지상 3층부터 11층까지 오피스, 지하 2층에서 지상 2층까지는 ‘원그로브몰’이 들어선다. 이 중 오피스동은 입주를 희망한 기업이 한 곳도 없고 상가 시설인 원그로브몰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한 곳만 들어서기로 확정한 상태다.

원그로브는 태영건설이 시공한 초대형 사업장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대주단이 37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사업장 살리기’에 나선 곳이다. 준공은 오는 8월이며 입주는 내년 2월부터 시작된다.

 ○여의도 입주 붐에 마곡은 찬바람

국민연금은 2021년 이 자산을 2조3000억원에 준공 조건부로 매입하기로 확약했다. 원그로브 투자 건은 국민연금의 국내 단일 부동산 투자 중 최대 규모다. 마곡지구가 서울 내 대규모 개발이 가능한 마지막 부지로 꼽혀 미리 선점하기 위해 단행한 공격적인 투자였다. 하지만 원그로브의 초반 임차 마케팅이 차질을 빚으면서 국민연금의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임차인을 못 찾으면 국민연금에 돌아갈 수익은 ‘0’이 된다.

원그로브 입주 공실 사태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이 ‘지리적으로 모호하다’는 이유로 계약을 꺼리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마곡지구는 중심업무권역(CBD), 강남업무권역(GBD), 여의도업무권역(YBD) 등 서울 3대 업무권역이 아닌 데다 여의도보다 서쪽에 치우쳐 있다. 문제는 마곡지구와 가까운 여의도에 대형 오피스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서울 서부 지역에서 입주할 곳을 찾던 기업들이 대부분 마곡지구 대신 여의도로 방향을 틀고 있다.

강남권역에 있는 회사들도 임직원의 거주 지역과 너무 동떨어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마곡지구 이전을 주저하고 있다. 임차할 사옥을 찾고 있는 쿠팡이 대표적이다. 쿠팡이 임차하고 있는 서울 신천동 타워730에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이 입주하기로 해 자연스럽게 2027년까지 새 사옥을 찾아야 하는 처지다. 싼 가격에 대형 오피스를 원하는 쿠팡이 원그로브로 이전하면 되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작다는 게 부동산 투자업계의 전망이다. 대다수 쿠팡 임직원이 GBD 인근에 거주하고 있어 마곡지구로 이동하면 인재 이탈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마곡지구에서 오피스 물량이 올해만 99만㎡ 가까이 쏟아진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대기업 확보해야 분위기 반전될 듯

부동산업계는 원그로브에 입주할 만한 우량 대기업을 확보해야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차인을 빠르게 채우기 위해 무상임대(렌트프리) 등 수익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대규모로 공급되고 외곽에 자리 잡아 걱정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준공 후 6개월에서 1년 사이가 가장 중요한데, 주요 지역의 절반 수준인 가격적 메리트가 있어 임차가 잘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 투자 펀드의 설정과 운용·임차 등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은 “대기업 계열사들은 준공 전 확실하지 않은 곳에 임차 계약을 하지 않으려 하는 편”이라며 “다른 마곡지구 건물보다 랜드마크 자산이라 준공 후 임차를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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