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아직 연구 부족”

임영택 게임진 기자(ytlim@mkinternet.com) 2024. 7. 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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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 참석한 석학들 “정확한 데이터 필요”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니마’ 현장[사진=인사말 중인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게임과 게임이용장애의 상관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더욱 심도 있고 정확한 연구와 이를 위한 충분한 자료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조현래)이 한국게임산업협회(회장 강신철)와 공동 개최한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미나’에 참석한 앤드류 쉬빌스키(Andrew Przybylski)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는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정신의학회의 의견을 무시하면 안 되지만 그들의 말이 우리의 연구 종착점이 될 수는 없다”라며 “게임에 관한 연구가 많았지만 질이나 신뢰성 측면에서 좋은 연구가 적었고 과학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도 인정하고 개선할 점을 찾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마띠 부오레(Matti Vuorre) 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 역시 “게임을 더 하면 할수록 부정적인 영향으로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가설이 있지만 우리의 연구 결과 게임을 많이 한 사람들이 기분이 좋았다는 결과가 나왔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에 영향을 준 것은 게임 이용 시간이 아니었다”라며 “게임을 훨씬 많이 하게 되면 게임 과몰입이나 이용장애와 비슷한 장애가 있다고 가설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확인했다”라고 강조했다.

‘게임이용장애’는 게임산업계의 뜨거운 화두다. 지난 2019년 세계보건기구는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ICD-11)에 새롭게 등재했다. 이에 앞서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9곳의 게임협단체가 공동으로 반대 성명을 내고 여러 전 세계 정신건강 연구자들도 명확한 과학적 기준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개정판 등재가 확정됐다. 한국에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등재 여부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국무총리실 주도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연구와 논의를 진행해왔다.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니마’ 현장[사진=앤드류 쉬빌스키 옥스퍼드대 인간행동기술학 교수]
이와관련 앤드류 쉬빌스키 교수는 ‘게임과몰입을 논하는 세계에서의 비디오 게임과 과학’이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온라인 세계는 아날로그 세계에 비해 열등하다는 선입관과 이를 기반으로 설정된 연구 의제 및 자의적인 해석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은 연구 설계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앤드류 쉬빌스키 교수는 “과거 폭력적인 게임이 실제 폭력성을 부추긴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잘못된 환상이라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라며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부정확한 결과가 도출되는 자기보고 연구가 많고 신뢰도 있고 실질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는 극도로 적다. 사전에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할지 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없어 사람의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도 높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전문가들이 게임의 중독성 유무에 대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할 것이 아니라 합의를 이뤄 명확한 증거가 있는 연구를 하고 게임 이용이라는 일상적인 활동에 ‘비디오 게임은 나쁘다’라는 사회적 낙인을 찍지 말 것을 주장했다.

앤드류 쉬빌스키 교수는 “전문가들이 중독성이 있다, 없다로 주장하고 반박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입안자들에게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라며 “게임산업계도 제대로 된 연구를 위해 데이터 기부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띠 부오레 교수도 ‘연구는 비디오게임과 웰빙에 대해 어떻게 말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게임이용장애’와 관련한 정확한 데이터 기반의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EA와 닌텐도아메리카 등과 협업해 6000명의 비디오 게임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와 7개의 글로벌 비디오 게임 회사와 협업해 7개의 서로 다른 게임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등의 사례를 통해 흔히 이야기되는 장시간의 게임 이용 시간이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하거나 과몰입 또는 이용장애 등과는 상관관계가 부족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게임이용장애 국제세니마’ 현장[사진=마띠 부오레 튈뷔르흐대학교 사회심리학과 교수]
그는 “게임 이용자의 실제 이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게임을 이용한 시간과 사람들이 느낀 게임이용장애와는 큰 상관이 없었다”라며 “시간과는 상관없이 오히려 교란 변수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ICD-11에 등재된 도박장애와 게임이용장애의 설명이 ‘도박(겜블링)’과 ‘게임이용(게이밍)’이라는 단어만 바뀌었을 뿐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소개했다.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근거나 연구의 부족이 낳은 결과라는 의미다. 그 역시 게임기업이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 실질적인 연구를 도와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이 조절을 잘하지 못하는 게임이용장애 상황을 보면 교란 변수들이 있다”라며 “어떤 정신적 문제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가 협력해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 연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연구센터 김은정 산업정책팀장이 ‘게임이용 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또 한성대 조문석 사회과학부 교수가 ‘게임이 게임행동장애의 원인인가?’, 중앙대 한덕현 교수가 ‘인터넷 게임 사용에 대한 4년 코호트 뇌 변화(청년을 중심으로)’ 등을 주제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한국콘텐츠진흥원 조현래 원장은 “게임산업은 젊은이들이 뛰어드는 산업인데 제대로 평가받고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라며 “원인이 제대로 분석되지 않으면 진단도, 처방도 잘되지 않는다. 인정받고 존중받는 자리가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회장도 “ICD-11차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여전히 인과관계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게임에 대한 오해를 덜어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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